맘가는 시

바람의 말 / 마종기

#경린 2012. 2. 12. 21:57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사랑은 말없는 수다입니다. 그 사람 앞에서는 아무 말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사실은 수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사람 앞이 아니라 하더라도, 해가 지는 곳에서도, 바람이 부는 곳에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수많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해가 지고 있어요, 바람이 부네요, 커피가 너무 달아요, 당신 단 커피 싫어하죠? 나는 설탕을 반만 넣어야 하는데, 또 바람이 불고, 낙엽이 뒹굴기 시작하네요......" 사랑은 들리지 않는 시끄러운 수다입니다. 하응백 엮음 <헤어져도 헤어져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 중에서

 



오늘은 햇살이 참 따뜻하였지요. 봄 날 같았습니다. 그 햇살에 살풋 저는 낮잠을 자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시집을 뒤적거려 맘 가는 글을 소리내어 읽어도 보고 김치전도 부쳐 먹었습니다. 그대는 오늘 무엇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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