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초록이 관심 가진 만큼 자라나는데 죽을뻔한 울집 산호수

#경린 2012. 3. 4. 23:37

 



몇 해 전 빨간 열매도 열리고 공기정화도 된다기에 친정어머니께 산호수 모종을 하나 사 드린적이 있었다. 친정어머니는 꽃을 돈주고 사시는 것에 참말로 인색하시지만 버려진 유기꽃(?)이나 얻어 온 꽃들, 다 죽어 가던 화초들을 데려와 정성으로 잘 키우시는 남다른 재주가 있으시다. 친정집 화분들도 울집 화분들도 그 수가 적지 않은데 돈 주고 산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울 집에는 몇 개 있긴하다....내가 꽃욕심이 나서리 화원에서 몇 개 사온 것...ㅎ 어쨌거나 울집 화분 대부분과 친정집 화분 전부는 옴마가 아파트 주변에 버려진 화분이나 화초들을 데려다가 정성을 들인 것들이다. 옴마는 그렇게 정성 들여 돌본 화초들을 봄이 되면 화원에 가서 당신 키우신 것을 주고 당신 갖고 싶은 화초들과 바꿔 오시는 경우는 있으셔도 돈을 주고 꽃을 사시지는 않으신다. 맘 같아서는 산호수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멋진 넘으로 사드리고 싶었지만 불호령 치실 것이 뻔하시니 작은 모종을 사 드렸던 것이다. 울 옴마는 금방 열매 주렁주렁 달린넘으로 키우실거니까..ㅎ

 



당연히 옴마는 그것을 잘 키우셔서 다음해인가 그 다음해인가 내가 빌라로 이사할 때 다시 주셨다. 작은 모종을 사 드렸는데 큰 화분 하나 가득 되게 키우셔서 내가 사 준거 돌려 주신다며 절반을 뚝 잘라 주셨더랬다. 그 걸... 지난여름 가을 보내면서 관리를 잘못하여 잎이 다 시들어 버렸다. 물을 좋아하는 산호수에게 물주기를 소홀히 한 내탓이었다. 엄마 주실 때는 빨간 열매 조롱조롱 달린 이뿐이였는데 나 한테 와서 저모양이 되었으니..우야노...흐이그... 아마도 울옴마 보시면... 바쁜 니가 그렇지 뭐...하시며 다시 또 주실 것이다. 다행히 이사 할 때 잠깐 다녀가신 이후로는 울집에 오실 일이 아니 계셔서리 그 모습을 보지는 못 하셨다.

 



잎이 다 떨어지고 죽은 듯 하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뒤 늦게 나마 물을 열심히 주었다. 물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늦게라도 실컷 마시라고... 그랬더니 어느날 잎이 뾰족 돋았다. 하이고 기특해라...어찌나 고맙고 신기 하던지.....^^ 겨울 베란다 화분들을 거실로 들여 놓을때까지만 해도 잎이 돋기 시작은 했지만 정말 볼 품 없고 다시 살아날까 싶을 정도였다. 큰 화분이라 자리 차지도 많이하고 제대로 살 것인지도 모르겠고...그냥 베란다에 둘까 하다가 그래도..해서 들여 놓고 물을 계속 주었다. 그것이 이제 많이 실해져서 잎을 제법 많이 달았다. 새로 돋은 연초록의 잎 손으로 만져보니 거실안이라 그런지 아직은 많이 연약하고 보들보들하다. 이제 곧 봄이니 베란다로 내어 햇살을 가득 쪼이게 하면 튼튼하니 탄실해 질 것이다. 참 다행이다. 산호수가 다시 피어 나서....ㅎ

 



사소한 것들... 관심인 것이다. 잠깐 관심 놓아 버리면 그 티가 아니 날 수 없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면 그 답례도 따라 오는 것이다. 봄이 되면 또 얼마나 많은 화초들이 겨우내 주인의 무관심 속에 또는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들거나 죽어 화단에 쓰레기 더미에 버려 질 지 모르겠다. 잠깐의 관리 소홀로도, 차가운 날씨에도 시들어 버리고 죽어 버릴수도 있는 것이 화초이니 그것을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그것이 초록이들의 숙명일련지도...... 봄이면 이사 철이니 이사를 하면서도 화분은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하여 이삿짐 하나하나 정성들여 싸 가면서도 화분은 덩그라니 두고 가는 경우들도 왕왕 있다. 화분..그깟것 얼마 하지 않으니 다시 사지 하는 맘 때문일까... 꽃들이 나도 데려 가 주세요하고 칭얼대지 않음 일까 놔 두면 관심있는 누군가가 데려다 잘 키워 주겠지 하는 화초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 화초들도 생명 있는 것인데 어찌 그리 매정히 두고 갈 수 있을까 좋아 살 때는 언제고 버리고 가는 그 맘은 뭔지..... 못 데려가면 이웃에 주고 가던지 할 것이지 말이다. 봄이다 우리옴마 또 분주 해 지실 봄이다.^^

 

우리집 처음 왔을 때 산호수 모습^^ 이랬던 것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