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엄마 걱정 / 기형도

#경린 2012. 5. 8. 07:56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누구나 기억에 남아 있을 유년의 기억 미소 번지는 근사한 나들이가 되기도 눈시울 적시는 따스한 아픔이기도 애틋함의 언덕을 넘기도 하는 기억들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고단함의 뿌리 힘들면 힘들수록 더 깊이 파고들어 단단한 버팀목 되어 주었던 뿌리 바람잘 날 없는 잎들의 아우성에도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 내 삶을 지탱 해 주는 큰 점

 




뽀리뱅이, 씀바귀, 민들레, 고들빼기.... 우리엄마생각 절로 나게 하는 나물들 뿌리째 뽑아 참방참방 물 붓고 그 위에 큰 돌 올려 쓴 물 우려내고 갖은 양념 버무린 엄마표 김치.... 그 김치 하나면 밥 한그릇 뚝딱.... 생각만으로도 침이 꼴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