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능소화 시모음1

#경린 2012. 7. 3. 09:52

 




적막 / 김용택 꽃 폈다 능소화 진다 한낮 불볕 속 깊이 살을 파는 생살의 뜨거움 피가 따라 흐른다 우지 마라 말을 죽이고 나를 죽이고 도도해져서 산처럼 서다

 




능소화 / 한현수 떨어진 꽃잎에서 행여 파릇한 눈자위 보거든 사랑할 수록 스스로 깊어가는 강물의 바닥, 아픔에 닿을 것 같아 차마 못다한 사랑 눈 감지 못한 꽃을 보거든 나도 사랑의 덫에 갇혀 왈칵, 허물어지지는 않을지 담 밑에 뒹구는 꽃잎을 주워 가슴에 가져가 보는 주홍빛 사랑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여름 능소화 / 정끝별 꽃의 눈이 감기는 것과 꽃의 손이 덩굴지는 것과 꽃의 입이 다급히 열리는 것과 꽃의 허리가 한껏 휘어지는 것이 벼랑이 벼랑 끝에 발을 묻듯 허공이 허공의 가슴에 달라붙듯 벼랑에서 벼랑을 허공에서 허공을 돌파하며 홍수가 휩쓸고 간 뒤에도 붉은 목젖을 돋우며 더운 살꽃을 피워내며 오뉴월 불 든 사랑을 저리 천연스레 완성하고 있다니! 꽃의 살갗이 바람 드는 것과 꽃의 마음이 붉게 멍드는 것과 꽃의 목울대에 비린내가 차오르는 것과 꽃의 온몸이 저리 환히 당겨지는 것까지

 




능소화 / 이정선 교회 언덕에 능소화가 피었다. 친정 집 대문타고 피던 능소화 능소화 꽃 술 헤치고 가만히 걸어 들어간다. 저만치 마당이 보이고 감나무 및 평상에서 모시적삼 손질하는 어머니가 보인다. 그 곁에 공기놀이에 바쁜 키 작은 아이가 있다. 나지막이 사시던 어머니 닮은 능소화가 피었다.

 




능소화 연가 / 이해인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주택가에 주차를 하다보니 계절마다 피어나는 집집마당의 꽃들을 볼 수 있어 좋다. 가끔씩은 담장에 기대서서 한참을 보기도 하고 이렇게 사진에 담기도 한다. 남의 집 담장 안에 핀 꽃이라도 집주인이 꽃의 임자가 아니고 그 꽃을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울 지기가 말해 주어서리 염치 불구하고 담장에 대롱대롱 메달려서도 한참을 본다...ㅋㅋ 능소화 피면 장마가 진다더니 요즘 능소화가 한창이다 전설속 소화의 애달픈 그리움을 담은 눈물같은 장맛비 그 비가 올해는 우찌 이리도 귀히 오시는지 모르겠다. 능소화는 아주 멀리서도 눈에 띄일 만큼의 높이로 올라 장마를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장마를 불러온다는 능소화가 저리도 곱게 피었으니 소화의 눈물같은 비가 곧 내려 성숙한 여인의 폼새로 고고하게 웃을 수 있게 해 주겠지.......^^ 화려하면서도 기품과 우아한 품위를 담고 있는 능소화 지치지 않는 강한 생명력으로 담장을 오르고 올라 꽃피우고 그 기품 사그라 들기 전 싱싱한 모습 그대로 뚝 떨어져 떨어진 그 자리까지 꽃수를 놓는 꽃 능소화 시를 찾아보니 많기도 많다. 꽃이 이뿌니 보고 노래하는 이들도 많은가보다.^^ 근데 시의 내용들이 대부분 한(恨) 많은 여인의 그리움과 관련 된 것들이 많았다. 아마도 능소화꽃에 얽힌 전설 때문인 듯....... 여름비가 많이 내린 뒤 뚝뚝 떨어진 꽃도 빗물 물고 처연히 피어 오른 모습도 빗물 가득 베인 돌담장도 한폭의 그림같은 그 풍경 보고 싶었는데 올해는 바빠서리, 서로의 일정이 맞지않아 못 보고 지나갈 듯.... 내년에는 꼭 보여 준다고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