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여름 계곡의 하얀 떡고물 같은 꽃-사위질빵꽃

#경린 2012. 8. 4. 10:09

 




계곡으로 오르는 길에 하얗게 사위질빵꽃이 피었다. 멀리서보면 한여름에 저렇게 하얀꽃을 피운 나무는 어떤 나무인고 싶을 만치 키가 큰 나무위를 떡고물 뿌린듯 피어 있는데 실상 이꽃은 칡이나 다래 같은 덩굴식물에 피어난 꽃이다. 하기는 키로 따진다면 저 큰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무의 위부분을 다 덮었으니 그 나무보다 키는 몇배가 될것이다. 칡줄기는 굵고 질긴 반면 사위질빵덩굴은 아주 연약한 편이다. 연하디 연한 줄기에 향긋한 흰 꽃을 풍성하게 달고 있는 사위질빵.....이름이 참 특이하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사위에 대한 사랑이 참 극진했던 것 같다. 사위 오면 씨암탉 잡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풍습 중에는 사위를 불러다가 추수를 돕게 하는 예가 있었다. 귀한 사위에게 시킨 일이니 그게 힘들어 봐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지만 여하튼 일꾼들 틈에서 땀 흘려 일아는 사위를 보고 장인 장모 마음이 편했겠는가. 보다 못한 장모가 다른 일꾼들 눈을 속여 가며 사위 등에 올려진 짐들을 슬쩍 덜어 내곤 했는데, 그걸 알아챈 일꾼들이 약하디 약한 사위질빵을 가리키면서 "이걸로 지게 질빵을 만들어도 안 끊어지겠다"며 사위를 놀렸다고 한다. 그 뒤부터 그 잘 끊어지고 연약한 덩굴을 사위질빵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

 




그런데 사위질빵은 줄기만 그렇게 약할 뿐이지 본디 병약한 나무는 아니라고 한다. 바람을 타고 씨가 날라가 자리를 잡게 되면 들이건 산이건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고 한다. 작은 꽃들이 모여 풍성함을 이루는 것을 보면 보는 이의 맘까지도 풍성하고 밝아지는 꽃이 아닌가 싶다. 그기다가 줄기가 잘려 나가도 마디마디에서 뿌리를 내려 거듭해서 살아남고 하얀 꽃을 피우는 강한 생명력을 가졌다.

 




우종영님은 글에서 사위를 맞게 되면 제일 먼저 사위질빵의 유래를 얘기해 준 다음, 아무리 줄기가 끊어져도 그에 개의치 않고 굳건히 살아간다는 걸 꼭 얘기 해 주겠다 한다. 사위의 짐을 덜어 주고 싶었던 옛날 장모의 마음,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굳건히 살아내어 내딸 행복하게 해 주었으면 하는 친정부모의 맘이 담긴 사위질빵 나도 이 다음에 사위보게 되면 사위질빵에 대한 유래와 질긴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어야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