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호박꽃도 꽃이다/유년의 초롱호박꽃 / 저녁별-노천명 / 열매-이해인

#경린 2012. 6. 24. 20:49

 




열매 / 이해인 꽃이 진 그 자리에 어느새 소리 없이 고운 열매가 달렸어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나면 수고의 땀이 맺어주는 기쁨의 열매 내가 아파서 흘린 눈물 뒤에는 인내가 낳아주는 웃음의 열매 아프고 힘들지 않고 열리는 열매는 없다고 정말 그렇다고 나의 맘을 엿보던 고운 바람이 나에게 일러줍니다

 




주택가 빨간벽돌 담장에 핀 노란호박꽃과 호박 대롱대롱 호박을 보는 순간...야! 호박이다~ 하는 환호와 함께 이뿌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연발...^^ 옛 시골 흙담장에 편안하게 엎드린 호박의 정겨움은 아니라도 도시에서 보는 이 포근하고 신선한 반가움....^^ 가까이 가서 보니 담장을 기어오르는 호박넝쿨도 참 사랑스럽다 솜털이 보송보송 돌돌 앙징스러이 말린 넝쿨...^^ 흔히 못생긴 사람을 호박꽃이라고도 하고 '호박꽃도 꽃이냐' 라는 말도 있는데..... 사람들은 왜 예쁘지 않은 여인을 호박꽃에 비유를 했을까? 샛노란 원색의 색감과 둥그런 모양새에서 나오는 구수한 아름다움은 우리가 빗대는 것처럼 그런 추한모습이 절대 아닌데 말이다. 짙은 노랑...꾸미지 않은 오렌지색... 화사하지도 티 나지도 않는 수수함 수줍은 새색시의 미소처럼 포근한 호박꽃 벌 나비 노닐다 가는 그윽한 향기 이뿌게 피었다가 다소곳이 꽃잎을 접고 고고한 자태로 시들어 가며 동글동글 남겨두는 열매까지... 아무래도 못생긴 여인에게 비유할 것이 아니라 우아하고 포근하면서 복많은 여인에게 비유해야 할 듯한데....^^

 




나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지만 예전 시골에서는 어디든 타고 기어 올라가는 호박순을 따가지고 예쁜 목걸이며, 팔찌를 만들어 놀았다고 한다. 1㎝ 정도의 크기로 순을 분질러서 요철(凹凸) 모양을 만들어 목에 걸면 목걸이, 팔에 차면 팔찌가.......^^ 소꿉놀이 할 때 신랑각시 패물(佩物)로도 손색이 없었겠다.^^ 그리고 여름밤이면 '호박꽃 초롱'을 만들어 뛰어 놀았다한다. 반딧불이를 몇마리 잡아 울타리에 핀 큰 호박꽃을 따서 그 안에 넣고 꽃 가장자리를 오므리면 연한 빛을 발산하는 초롱이 된다고 한다....하......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캄캄한 여름밤 아이들손에서 반짝이는 호박꽃 초롱...... 전혀 나의 유년은 그런 경험이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여름의 정취가 물씬하면서 미소가 절로 번진다. 유년에는 해 보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해 보고 싶은데... 반딧불이는 오데가야 있는 것인지...^^

 




저녁별 / 노천명 그 누가 하늘에 보석을 뿌렸나 작은 보석 큰 보석 곱기도 하다. 모닥불 놓고 옥수수 먹으며 하늘의 별을 세던 밤도 있었다. 별 하나 나하나 별 두울 나 두울 논뜰엔 당옥새 구슬피 울고 강낭 수숫대 바람에 설렐 제 은하수 바라보면 잠도 멀어져 물방아소리-들은 지 오래 고향하늘 별 뜬 밤 그리운 밤 호박꽃 초롱에 반딧불 넣고 이즈음 아이들도 별을 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