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장유 대청계곡

#경린 2012. 8. 12. 20:32

 




초등학교 때까지 여름의 놀이터는 계곡이었던 것 같다 여름에 그 만한 놀이터가 또 있었을까....^^ 우리집은 시내근처에 있어서 계곡으로 가려면 한시간 이상을 걸어가야만 했었지만 그 한 시간의 투자를 매일해도 좋은 것은 계곡의 시원함과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터였기 때문이리라

 




넙적하게 경사진 바위는 미끄럼타고 놀기에 그만 바지의 엉덩이 부분에 구멍이 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지만 마냥 신나고 스릴 넘치는 자연산 미끄럼틀이었다. 물이 깊고 주위 높은 바위는 멋진 다이빙장소가 되어 주었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이었고 수영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다이빙을 해 보았던 기억은 없지만 동네 남자아이들이나 오빠들은 멋있게 다이빙하는 것이 자신감의 상징이기도 했다.

 




여름의 숲은 다양한 열매들도 많았다. 으름, 다래, 머루, 깻목(개암), 산딸기.... 근데 나는 그 숲의 열매를 따는 재주가 참 없었다. 어찌 그리도 내눈에는 띄지 않는 것인지..... 호주머니 가득 따 오는 친구들이 엄청시리 부러웠다. 어디 숲에만 먹을 것이 다양하였겠나 물에는 메기와 가재 등이 있어 잡아서 즉석에서 구워먹기도 했었더랬다. 개구리도...^^ 역시 메기와 가재는 내 눈에 잘 띄지 않았고 나는 늘 오빠한테 얻어 먹었던 기억이.....^^ 그래도 뭐 시원한 물놀이만으로도 마냥 행복했었던 것 같다.

 




아침밥 먹고 집을 나서 계곡으로 가 놀다 저 아래 사람사는 마을에 어스름이 지는 것을 보며 내려오게 되는데 어쩌다 내려오는 시간을 놓쳐 해가 지고 난 다음 내려오게 되면 그 공포의 도가니는.....앞에 서도 귀신이 불쑥 나타날것 같고 뒤에 서면 누군가 뒤에 따라 오는 것만 같은.....^^ 밖에서 그렇게 하루종일 놀다보니 나는 완전 까만콩 그 자체..ㅋ 피부가 햇볕에 그을려 껍질이 몇 번 반복해서 벗겨지기도 했었던 것 같다.

 




계곡에 발담그고 앉으니 그 옛날 생각이.......^^ 요즘아이들 한 시간 걸어서 계곡으로 물놀이 가라고 맛난거 싸서 등 떠밀어도 아마 아니 갈 것이지만 바쁘기만 했던 우리네들의 부모님과는 달리 요즘은 이렇게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하니 그 풍경을 보는 것만도 즐거웠다.

 




계곡 아래쪽은 사람도 너무 많고 그 만큼 물도 꾸중하여서리 상당히 위로 올라 가 자리를 잡았더랬는데 자리잡은 뒤쪽의 나무에 저런 광고물이 대롱대롱...... 하...세상 참 좋다. 아마도 전화를 걸면 이 높은 곳까지도 통닭 배달을 오는 모양... 가만보니 통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토리묵에 닭발...오리백숙까지....침이 꼴깍~~ ^^

 




우리가 자리 잡은 바위 위에 누워서 바라 본 하늘..... 파란 하늘에 하얀구름 몽실몽실....... 그리고 계곡의 물소리 숲의 시원한 바람.... 여름의 뜨거운 정열을 불태우는 매미울음소리까지.... 절로 스르르 눈이 감기게 되더라.....^^

 




이 물고기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다. 손가락보다 좀 더 큰 놈도 있고 좀 작은 것도 있었는데 우리가 자리잡은 곳에 사는 주인인 듯 했다. 우리가 물에 들어가서 놀면 아주 재빠르게 사라졌다가 모두 물에서 나오고 나면 어디 숨었다 나왔는지 나타나서는 요리조리 날렵한 몸놀림으로 헤엄치며 돌아다녔다.

 




큰 물고기는 도저히 날렵하여서리 잡을수가 없었지만 송사리는...ㅎ 울딸냄이가 송사리 잡기 삼매경에 빠졌다. 처음에는 손으로 잡다가 잘 잡히지 않으니 그릇(도구)을 이용하여 잡기 시작...한참을 씨름하더니...하 잡았단다...ㅋㅋ

 




한참을 물속에서 송사리 잡기 놀이를 하여 다섯마리를 잡아 그릇에다 담아 그것들 노니는 모습에 또 한동안 폭 빠져있는 모습은 옛날 우리들 모습과 다름이 없다. ^^ 공기 놀이 하려고 공깃돌로 적당한 돌들 다섯개씩 주웠다. 돌아오는 길에 송사리 다섯마리와 작별인사를 했다. 내년에 다시 보자 내년에는 저 손가락만 물고기처럼 쑤욱 자라 있어라잉.....^^

 




오후 6시가 되어도 해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 시간이면 집에가도 열기가 좀 식어서리 괘안켔지 싶어서 계곡에서 내려왔다. 복작복작 많은 사람들을 받아 더위를 식혀 주느라 바빴던 계곡이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로 꾸중했던 물도 부유물을 땅으로 내려 놓으며 다음날 다시 열기에 휩싸여 시원함을 찾아 품으로 안겨 올 많은 사람들을 받아 내기 위한 조용한 고요...... 그나저나 비가 좀 시원하게 쏟아져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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