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진달래꽃 - 김소월 / 진달래꽃 - 김용택 / 두견화

#경린 2013. 3. 29. 12:43


온 산이 진달래 분홍빛으로 발그래하니 물들어가고 있는 요즘 해마다 이맘때면 질리지도 않고 맘에서 피어나 허공에 시선 보내며 가슴으로 촉촉히 내려 앉는 시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아닌가 싶다.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두견새가 애절하게 울며 토한 피에서 피어난 꽃이 두견화(杜鵑花 ), 바로 진달래라는 전설이 있다. 그 한과 슬픔이 얼마나 컷으면 피를 토할 정도로 울었음일까 하여 진달래꽃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며 임에 대한 사랑과 증오를 나타내기도 한다. 사랑에 배반당하거나 좌절했을 때 사랑은 증오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법 하지만 나 보기가 역겨워 일방적으로 떠나는 임일지라도 가시는 길 꽃길 만들어 영원한 사랑과 축복을 주고픈 맘 차라리 꽃이 되어 임의 발밑에 으깨어 지고 싶은 맘 고이 보내 드리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릴테니 우리사랑 아름다이 기억해 달라는 소망의 맘 사랑에 대한 그 애틋한 맘들이 애잔하게 남아 해마다 우리의 가슴에 분홍빛 꽃으로 피어나는가 보다.

 


진달래꽃 / 김용택 진달래꽃은 슬프다. 애잔하고, 애틋하고, 애닯다. 진달래꽃은 서럽다. 허기지고, 배고프다. 진달래꽃은 식민지, 나라, 조국, 독립군, 이별, 초가 아래 가난한 어머니, 유랑, 사랑을 고백 못하고 딴 데로 시집가는 누님의 감춘 눈물, 지게 지고 산 넘어오는 나무꾼이 생각난다. 도망, 억울한 사랑, 머슴과 주인집 딸, 지게, 짚신, 신동엽이 생각난다. 진달래꽃은 아직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