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고은-순간의 꽃 / 봄바람에 이 골짝 저 골짝 난리났네

#경린 2013. 3. 27. 00:29

아침기온은 아직도 차가와서리 이불속에서 꼼지락대다가 교육청 볼 일 있어 나오기 싫은 발걸음 재촉하여 나왔더니 봄햇살이 눈흘기며 보지 않겠는지요. 이리 좋은 날 우찌하여 그렇게 꼼지락대고 있었냐고...^^ 제목이 없는 짧은 시로 구성 되어 있는 고은 시집 '순간의 꽃'중에서 몇 편 옮깁니다.

 

교육청의 햇병아리 직원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시간 다 빼앗기고 투덜대며 나오는데 벚꽃가로수가 우찌나 화사하든지 살째기 옆길로 게걸음하고 가서는 그 아래 섰는데... 하이고야 벚꽃이 언제 이렇게 다 피었다나요...^^ 아직 진해군항제 할라모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이렇게 일찍 개화를 해 버리면 우짤란가 몰것네요. 이런 날이 있었다 길 물어볼 사람 없어서 소나무 가지 하나 길게 뻗어나간 쪽으로 갔다 찾던 길이었다

어느새 벚꽃잎이 날리기도 하는것이 참말로 봄이 순식간에 와 버렸네요. 그 봄에 홀려서리 호미자루 던져 버리고 교육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경남도청 앞 공원으로 쌩~~~~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아무리 봄이 순식간에 왔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꽃이 다 피어날 줄이야 연못속 창포의 파란잎도 이미 쑤욱~ 비단잉어들은 봄나들이 나와 햇살아래 쫄랑쫄랑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명자나무의 붉은 꽃망울은 뿅뿅!! 3월 햇살에 쭈우 쭈우 입벌려 꽃망울이 열린다

수선화도 화사하게 빵긋~~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누구와 만나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솜구름 널린 하늘이더라

 

목련은 순백의 자태를 뽐내더니만 어느새 손 흔들며 빠이빠이~~ 여름방학 초등학교 교실들 조용하다 한 교실에는 7음계 '파'음이 죽은 풍금이 있다 그 교실에는 42년 전에 걸어놓은 태극기 액자가 있다 또 그 교실에는 그 시절 대담한 낙서가 남아 있다 김옥자의 유방이 제일 크다

겹매화는 질때도 그 향기가 울메나 고혹한지 그 옆을 지나치는데 좋은 봄향기 흐음~~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그런데 라일락은 5월에 피는 꽃 아닌감요?? 성질급한 라일락인지 우짠지 모르겠지만 라일락도 최절정의 화사한 모습으로 봄바람에 살랑살랑~~ 봄 비 촉촉 내리는 날 누가 오시나 한두 번 내다보았네

산수유는 완전히 만개하여 부풀었습니다. 퍼~엉~ 딸에게 편지 쓰는 손등에 어쩌자고 내려앉느냐 올 봄 첫손님 노랑나비야

요거는 미국제비꽃이라네요. 보라로 포인트화장하고 사랑스럽게 옹기종기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복사꽃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꽃지고 나면 복숭아가 올망졸망...? 어쩌란 말이야 복사꽃잎 빈집에 하루 내내 날아든다

어디에서나 쉬이 볼 수 있는 범국민적인 제비꽃도 도란도란 소나기 맞는 민들레 입 오무리고 견디는구나 굳세어라 금순아

벌들이 진달래 꽃주위에서 웽웽~~~ 제세상 만난 진달래는 벙실벙실 봄바람에 이 골짝 저 골짝 난리났네 제 정신 못 차리겠네 아유 꽃년 꽃놈들!

물오른 돌단풍도 꽃피울 준비를 단단히...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 해 보거라

봄꽃 삼매경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아뿔사! 이런! 시간이.....도청 공원 옆 조각공원도 둘러 봐야하는데... 미술관은 또 어쩌고....하이고 시간이 웬수여....ㅋ 서둘러 되돌아 나오는데 "왜 저는 그냥 지나치시나요" 하며 발아래 보라가 쫘악~~~ 미안하구나 그런데 네이름은 뭐니?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