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마산 팔용산 봉암저수지 / 숲길을 거닌다는 것은 - 용혜원

#경린 2013. 6. 6. 23:03

 

6월이 시작되면서 한낮의 열기가 여름을 방불케 하여 나가기가 망설여지는데 저보다 더 지쳐 있던 지기가 활기를 불어 넣자며 데려다 준 곳 마산에 있는 팔용산 봉암저수지 봉암저수지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오르니 노란 낮달맞이 꽃이 기다렸다는 듯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낮은 산이지만 계곡을 끼고 있고 험한 암봉이 많아서인지 그 옛날 이곳은 해병대의 유격훈련장이었다고 합니다. 저수지로 오르는 입구에 해병대 벽암지 교육대라는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안내판앞에 있는 못머리같이 생긴 시멘트 조형물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보시는 분은 해병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멘트조형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군데군데 있었는데 유격훈련을 위해 계곡의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밧줄을 묶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숲길이 펼쳐지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숲의 아름다운 향기를 담아와 드립니다. 흙길로 이어지는 숲속의 둘레길 느림의 미학을 담아 함께 걸어보시지요.^^

 

휴일을 이용하여 봉암저수지를 찾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특히 계곡쪽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계곡에 발담그고 연신 돌을 들춰보고 있는 아이들 모습은 기억의 저편 유년시절로 보내 주었고 그 때의 이야기를 나누며 느릿느릿 여유롭게 손잡고 도란도란 걸어 올랐습니다.

 

저수지로 가는 길 최고의(?) 오르막 길이 이 정도이니 산보하기에 알맞은 곳이 맞지요? ^^

 

저수지댐이 보이는 것을 보니 오르막도 다 올라온 모양입니다.^^

 

저수지댐 바로 앞에 분수의 물줄기가 하늘로 쏫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산 속의 분수......보기만해도 시원하지요.^^

 

저수지가 보이는 정자에 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늘의 점심은 냉장고 속 여기저기 자불고 있는 야채랑 쇠고기, 인삼 다져 넣고 끓인 죽 속이 불편 할 때는 죽이 최고지요. 열무물김치와도 환상적인 궁합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베낭을 가볍게 하여 본격적으로 저수지 둘레길을 돌았습니다. 와우! 초록과 하늘을 담은 저수지가 시원한 바람을 안고 눈앞에 쫘악~~

 

저수지 전체를 주욱 둘러 가며 가장자리에 데크를 해 두었습니다.

 

계곡의 물이 적어 가물어 그런가 했는데 저수지의 수량은 수문의 턱을 찰랑찰랑하는 것이 최고의 수위인 듯 했습니다.

이 곳은 오래전에 몇 번 왔었더랬는데 그 동안 참 많이도 변했습니다. 온 산을 연결하는 둘레길과 데크, 의자와 정자 들 군데군데 돌탑.. 돌탑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더 많아 진 듯하고 탑골공원과 함께 팔용산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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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용산은 마산과 창원의 경계에 있는 328m의 아담한 산으로 정상에서 보면 여덟 마리의 용이 산역 가운데에 있는 저수지를 중심으로 꿈틀거리는 형세와 닮았다고 하여 팔용산으로 불리었다합니다.

 

편백나무 숲과 한사람이 10여년간 정성으로 쌓아올린 탑골공원, 암벽타기 좋은 암릉, 산책하기 좋은 평지길 같은 봉암저수지 등 온 산이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저수지는 일제강점시대였던 1930년 준공되어 당시 마산에 살던 일본인들의 상수원 역할을 했던 수원지라고 합니다. 이후 제방을 높이고 저수용량을 늘려 1984년 말까지 마산시민의 상수원으로 이용하다가 낙동강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한 뒤부터는 비상급수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낙동강 상수원덕분에 이렇게 멋진 둘레길 조성이 가능하였던 것이지요.^^

 

둘레길이 저수지와 환상의 짝을 이루며 주위경관과 함께 너무나도 편안하게 들어왔습니다. 온통 저수지 주변이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 ^^

 

하늘을 담은 파란물과, 물위를 걷는 바람과 그늘이 있는 금상첨화의 곳 저수지에 발 담근 나무 마저도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돌탑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던 아이..뭔 소원이라도 비는 것인지..^^

 

저수지에 오리가 있을만한데...하였더만 정말 오리무리가 짜안~ 하고 나타나서는 사람들 소리나는 근처를 왔다리 갔다리... "오리다"하고 저수지 가장자리로 뛰어가 사진을 찍었는데

 

도망치듯 가는 녀석들의 뒷똥구녕만 찍었다고 푸념하니 울 지기 하는 말...."원래 오리궁뎅이가 섹쉬한거야" ㅋ

 

밤꽃향기 진동을 하는 6월의 연두빛 숲이 초록으로 변해가고 물빛에도 어느새 여름을 담아 가고 있었지만 바람은 시원하였습니다. "이 내음이 밤꽃향기야. 밤(?) 향기~" 밤꽃내음을 담은 글을 읽기는 자주 읽었는데 실제로 맡기는 처음인 듯 아니면 여태 모르고 스쳐 지나갔었던 듯한데 제대로 밤꽃향기를 흐음~~ 밤꽃향기 = 밤향기...그런가?? 갸우뚱~ ^^

 

물위를 걷는 바람으로 잔물결이 많이 일어 반영을 담을 수는 없었으나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는 기분은 환상 이었습니다.

 

저수지를 따라 이어진 흙길도 그 촉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그만이었구요. 저수지 한바퀴를 다 돌게 되어 있는 1.5km 둘레길 전체가 그늘과 함께 하고 있어 한여름에 걸어도 좋을 듯 하였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싫어하는 저에게는 완전 안성맞춤....^^

 

오늘은 가볍게 봉암저수지 둘레길만 한바퀴 하였습니다. 아담한 산역이 단독으로 공원으로 조성되어 볼거리도 많은 곳 다음을 기약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니 빨간접시꽃이 살랑살랑 배웅을 해 주었습니다. 접시꽃을 찍으려는데 바람이 우찌나 불어샀는지....... 지기가 꽃대를 잡아 줍니다. 자잘한 자상함에 웃음이 나옵니다.

 

봉암저수지 둘레길은 시가 있는 둘레길로 곳곳에 향기로운 시가 함께 했습니다. 그 중 둘레길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시...옮겨 봅니다.^^

숲길을 거닌다는 것은 / 용혜원 느릿느릿 여유롭게 걸어보자 너무 바쁘게 살아 시간을 가로질러 갈 때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들을 바라보자 늘 지치고 힘든 떠돌이의 세상살이 짐스럽고 무거웠던 것들을 잠시 벗어놓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걷는 것이 즐거움일 때 삶이 편하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인적 드문 길을 따라 걸어가면 마음의 통로도 환하게 넓혀지고 신선한 공기 속에 고요한 시간을 만들면 욕심도 욕망도 다스릴 수 있다 바쁘고 힘들어 걸음걸이도 지쳐 있을 때 일상을 떠나 숲길을 거닌다는 것은 삶을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