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순천 선암사 아름다운 숲길 따라

#경린 2014. 7. 17. 22:11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지정된 길을 절집의 진입로로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여행 안내서인 미슐랭 그린가이드 한국편에서는
'매우 추천 하는 곳'으로 별 세개를 받았다 하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님께서는 답사를 다니기 시작한 지
30년이 되도록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다녀오는곳이 선암사라고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여러 문학서적이나 시인들의 시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는
절집 중 한 곳이라 어떤 곳인지 늘 궁금하기도 하였다.

 


순천여행 첫코스로 대가람인 송광사를 먼저 접해서 일까
아니면 이래저래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가서 일까
여기저기 공사중인 선암사의 첫인상은 나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선암사의 어떤 매력이 위와 같은 극찬을 하게 만들었을까?
포스팅을 하면서 자박자박 다시 선암사를 돌아보며 생각 해 보고자 한다.

 


주차장에서 2~30분 정도 숲길로 이어지는 선암사의 진입로는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아름답다라는 극찬보다는
그저 평범하고 친숙한 산길 숲의 전형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무엇보다 청량한 계곡의 물소리를 줄곧 곁에 두고 걸을 수 있어 참 좋았다.

 


자박자박 흙길을 오르다 물소리가 더 요란하다며 지기가 내려가
보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계곡으로 내려가보니 그 물에 
풍덩하고픈 푸른색이 매력적인 자그만 폭포가 나타났다.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폭포라 좁은 길이 비탈졌었는데 아마도
그 옛날에는 선암사 오르는 길도 좁은 오솔길 정도였을 것이다.

 

승답밭

어쩌면 그 때가 더 아름답고 운치 있었을련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도시로 치면 대로에 가깝다 할 수 있는 길이 되었으니
선암사를 찾는 발걸음이 얼마나 많은지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하다.

 


선암사에는 오래 된 차 밭이 있는데 오르는 길 옆으로 가면
전통 찻 집이 있다한다. 순천전통야생차 체험관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곳은 가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작은 무지개 다리


승선교 가기 전에 만난 작은 무지개 다리는 계곡을 건너 길을 돌아 다시
큰 다리(승선교)를 건너오게 되는 디귿자의 동선으로 계곡과 길을 연결하는
다리의 구조가 아름답고 멋스럽다. 지금은 다리 오른쪽으로 넓은 새 길이
나 있어 사람들은 무지개 다리를 바라만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다한다.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돌아가면 더 아름다운 경치를 만날 수 있음을 말 해 주는 듯 하다.

선암사 제1비경 승선교


평범한 산길이 선암사 진입로의 하이라이트인 승선교를 만나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기단부를 계곡 양쪽의 자연암반을 그대로 이용해 무너질 일 없게 하고
홍예석을 돌린 다음 잡석을 이 맞추어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흙을 덮었다.
다리 포물선 꼭짓점에 해당하는 정가운데에 멋지게 조각한 용머리가
있어  중심추 역할을 하여 균형을 맞추고 있다하는데 이 용머리를
빼면 승선교 아치가 와르르 무너 진단다.

 

승선교 아래에서 바라 본 강선루


명작으로 손꼽히는 돌다리의 면모는 크고 작은 바윗덩이를
안은 계곡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의해 더 돋보였다.
승선교 무지개 다리 속으로 강선루가 들어오는 풍경은
다른 절에서 볼 수 없는 참으로 아름다운 비경이었다.

 

강선루


일주문에 이르기 전 누각을 세우는 일은 드문 일로 이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선암사의 전통이 담긴 것이라 한다.
강선루는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온다는 뜻으로 손님을 높여 부른 의미란다.

 


절집 가까이 오니 또 찻집이 보였다.
찻집 앞에는 타원형 모양의 삼인당 이라는 연못이 있다.
도선국사가 만든 인공연못 삼인당은
종교적, 토목공학적, 미학적 뜻이 모두 담겨 있는 연못이란다.

 

삼인당


종교적으로는  제행무상, 제법무상, 열반적정 등 불교의 중심사상을 담아
마음속에 불법의 원리를 각인한다는 뜻이고, 토목공학적 의미는 구조가
비스듬한 경사를 둔 타원으로 가운데 섬 덕분에 물의 흐름이 생겨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공간에 또 다른 공간을 
창출 해 낸 못 가운데 섬의 미학적 의미까지 알고 보니 더 새롭다.
못 가운데 있는 섬의 그림자가 못에 비춰져 아주 멋스러운 운치가 있었다.
섬의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면 더 아름다울 듯 하다.

 

일주문


선암사 천왕문과 사대천왕상이 없다.
그것은 조계산 장군봉의 호위를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여기저기 복원공사 중이라 안타깝게도 일주문 출입을
금하고 있어 일주문으로 못 들어 가고 돌아 들어 갔다.

 

대웅전


아쉬운 것은 대웅전에도 있었다.
하필 저런 현수막을 대웅전 앞에 떡하니 붙여 놓을게 뭐람....쩝...
왠지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마당 하나 가득 채우고 서 있는
두 석탑은 마치 대웅전을 지키는 호위 무사같은 든든함이 느껴졌다.

 


선암사는 사계절 내내 꽃이 피기로 유명하여
선암사 최고의 볼거리는 꽃이라고 말 할 정도라
대웅전 마당을 제외한 모든 건물 곳곳에 꽃나무들이 심겨져 있었다.
그 나무들에 봄꽃이 만개하였을 때는 장관이었을 것 같다.

 


봄꽃은 다 지고 푸른잎들만 무성하였지만
경내 여러곳에 빛깔도 선명한 수국이 피어 나그네를 반겨주었다.
산사에서 만나게 되는 수국의 꽃빛은 어쩌면 저리도 고운지...
아마도 오염되지 않은 곳이라 더 그러한 듯하다.

 

와송


백제성왕때 세워진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는 천오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 된 절집 답게 건물 하나하나 멋스럽기도 하였지만 볼거리도 많았다.
오랜 수령에도 건강하고 튼실한 둥치와 잎을 자랑하고 있어 그 관리와 정성이
느껴 지기도 했던 수령이 650년이나 되었다는 누워 있는 소나무 와송

 

감로수


와송옆 감로수를 한 잔하고 또 많은수령을 자랑하는 선암사의 노목
무우전매를 찾아 갔다.

 

무우전매(천연기념물)


봄이면 홍매화 축제를 여는 선암사 마당 곳곳에는 매화 나무들이 많았다.
무우전매 노목의 당당함도 멋있었지만 그 뒤로 난 작은 문이 주는
풍경이 참 아름답게 들어왔다.

 


산 위로 죽 이어지는 매화나무길을 따라 올라가면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기와와 돌담 그리고 매화꽃이 핀 길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계곡위 뒷간


졸졸졸 작은 계곡이 흐르는 위에 지어진 뒷간
선암사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의 뒷 쪽으로 지어져 있어 사람들의 출입이 적은 듯하였다.
내부는 아주 깨끗하고 역시 2층으로 지어져 아래층 쪽에 나뭇잎이 깔려 있었다.

 


선암사는 대웅전을 비롯 해 웅장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옛고택과 같은
자그마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 듯 여러채가 흩어져 있었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지붕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고
돌담 돌담들로 이어져 복잡한 듯 하면서도 다정한 듯 어우러진 모습은
역시 처음 접하는 절집의 형태이기도 했다.

 


요기조기 어우러진 듯 정신 없는 듯, 흩어진 듯 빼곡한 듯,
모양새를 갖춘 듯 아니 갖춘 듯, 이러한 듯 그렇지 않은 듯 한 건물들과 풍경
특히 선암사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꾸미지 않은 듯한 멋스러움이었던 것 같고, 낮은 돌담속
작은 문들의 이어짐과 역시 작은 출입문이 주는 운치였다.

 


집도 작고 문도 작고 방도 작고 마루도 작았다.
그 작은 문 앞의 작은 마루에 앉아 보니
외할머니 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방문 안에서는 소곤소곤 인기척도 작게 들렸다.

 

 

해우소(뒷간)


작은 건물들 사이사이, 온갖 꽃나무들 사이사이를 지나
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를 찾았다. 내가 '싼뒤''싼뒤'했던 뒷간...ㅎㅎ
지은지 300년이 되었고 유일하게 문화재로 등록 된 화장실이라는 선암사 해우소
시인들의 시에서 많이도 접했던 그 해우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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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나무로 지어진 역시 2층으로 된 재래식 화장실이었으나
특유의 내음도 나지 않았고 깨끗하였다. 그런데.....볼 일 보면서 이웃이웃 칸의
사람들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구조, 남자용 여자용도 훤히 서로 마주보는 .....
하이고야....당황스러워라.
지기더러 밖에서 지키라 하고 들어갔다는....ㅎㅎ

 


해우소에 앉아 바라다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하였는데 
지금은 공사중이라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고
그렇게 칭송을 할 만큼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없었지만 
아마도 그 아름다움은 눈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이 아니라
초록이들과 나누는 무언의 대화나 깊은 산 속이 주는 위안과
같은 기타등등의 합작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아무래도 오래 앉아 있을수는 없을 듯한디...
구조상으로도 그렇고...다리도 아프겠고....^^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유홍준교수님도 시인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는
선암사의 매력이 어디에 있을까?
복원공사로 인해 관리가 좀은 소홀하였는지 많이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돌아와 책상에 앉아 찍어온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생각해 보니

 


특출나게 빼어난 자연경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감탄사 절로 나올만한 
건축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웅장하고 멋스러운 꾸밈보다는
옛 우리의 고택을 옮겨 놓은 듯한 소박함과 평범함이 주는
가장 우리네 절집스러운 고즈늑한 편안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좀 이름 난 절집이라고 하면 다들 복원을 하면서 더 큰 건물을 올리고
마당을 넓히는 등 더 웅장하고 더 세련되게 바꾸려고 야단들이다.
복원 사업 중인 선암사....새롭게 단장한 모습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면서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어 작은 꽃나무들과 잘 어울리는 절집 선암사
다음에 다시 발걸음 하여 좀 더 촘촘히 거닐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