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갤러리

나비 -류시화 / 중년앓이 / 해바라기 . 나팔꽃

#경린 2015. 6. 15. 12:25

 

8호 . 캔버스 유채



나비 / 류시화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10호 . 캔버스 유채



갱년기니 중년우울증이니 하는 말이 방송에만 나오는 얘기인 줄 알았다. 맘은 아직도 꽃 같았던 스물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서른인데 육신과 의지는 어쩔수 없이 나 스스로 중년이라고 인정해야만 하는 증후들로 찾아와 호기심과 도전은 반짝하다가 빛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약함과 게으름이 낼름 날쌔게 방석을 깔기 바쁘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앞을 보니 주춤거리며 나타나는 중년앓이 신호들 필요할 때 모질게 부려먹고 힘 떨어지고 능력 떨어져 퇴물 취급하기에는 아직은 더 부려먹어야 하기에 신호 얼른 접수하고 좋다는 약 처방 해 주니 살짝 생기가 돌며 좀 살 것도 같다. 받아들임이 제일로 좋은 수다. 일상은 다행히 달라지지 않고 돌아가는데 섣불리 일을 벌리기가 역시나 두렵기는 하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이 너 때문이든 그것 때문이든 그 무엇 때문이든 아직은 이 지구상에 발붙이고 생기있게 살아가고 싶음이니 스스로가 극복하며 또 적응 해 가며 살아가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