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 김소연

#경린 2015. 6. 16. 21:42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 김소연 - 선운사에 상사화를 보러 갔다 꽃이 지고 잎이 난다 꽃이 져서 잎이 난다 꽃이 져야 잎이 난다 할망구처럼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본다 목덜미에 감기는 바람을 따라온 게 무언지는 알아도 모른다고 적는다 바다 위로 내리는 함박눈처럼 소복소복도 없고 차곡차곡도 없었다고 지금은 그렇게 적어둔다 꽃 지면 나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걸지라도 꽃 피면 나오겠다는 약속을 어긴 거라고 오히려 적어둔다 잘했다고 배롱나무가 박수를 짝짝 친다 저녁밥 먹으러 나는 내려간다 고깃집 불판 위 짐승의 빨간 살점을 양양 씹는다. 시집<눈물이라는 뼈 . 민음사>


시 제목의 울림이 커 옮겨와 봤습니다. 꽃 지는 모습 바라보며 오도마니 옹그리고 앉아 "쉿! 조용하세요"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덩달아 고개 갸웃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꽃이 피고 지고, 신록으로 푸러러 열매를 살찌우고 열매까지 다 내어주고 잎 떨구고 세상이야 어찌 되었건 말았건 자연은 묵묵히 제 할일을 다 합니다. 세상이 하 어수선하야! 큰 일해야 할 사람들은 이 와중에도 헐 뜯고 싸우고 난리북새통인데 꽃들은 말없이 피고 지고 열매 맺고 내어주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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