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 압해도68 / 노향림

#경린 2015. 6. 30. 17:33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 압해도68 / 노향림 바닷바람 속에는 치아가 누렇게 삭은 꽃이 웃지 않는다 얼굴 가린 채 흔들린다 당산나무에는 무감각과 짚꾸러미 지폐 몇 닢이 옛날 옛적처럼 묶였다 목욕재계하고 술잔 올리듯 몇 구의 죽음이 엎드려 있다 후투티가 오지 않는 압해도였다

 


꽃도 시들고 정자나무의 인적은 간데 없고 누군가 버린지 오래 된
짚더미와 지폐 몇 닢이 남아 있을 뿐 생명의 빛이라곤 느낄수 없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듯 적막하고 쓸쓸한 섬풍경
후투티도 찾지 않는다는 압해도의 풍경이 슬프게 내려앉습니다.
인디언 추장을 닮은 듯한 특이한 외모로 사랑을 받는 새 '후투티'
여름철새로 번식에 성공한 둥지를 매년 다시 찾아 온다니
기특하면서도 신기한 철새이기도 합니다.
암수가 함께 생활을 하며 공동육아를 하는 모양을 찍었는데
새끼들을 둥지에 꽁꽁 숨겨 두고 번갈아가며 지극 정성으로
먹이를 물어다 키우는 모습이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배고플까. 어디 아플까. 잘 자랄까....
늘 자식 걱정이 앞서는 부모들
요즘은 그 걱정 안하고 살고파 자식도 하나 아니면 둘
그 나마도 하기 거부하며 싱글족이 늘어나고 결혼적령기도
우리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 서른 넘은 처녀 총각은 예사인 세상
자식 사랑이 애틋한 후투티를 보노라니
나를 저렇게 키우셨을 부모님 생각도 나지만...
자식입에 밥 들어 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고, 옹기종기
재잘재잘 그 모습만으로도 행복한 미소에, 힘든 시기 견디며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해 준 팔할이 자식이기도 했지만....

 


바라는 것 보다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기도 한것이
요즘의 추세에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간꽃이 주는 행복만큼 큰 행복이 있을까요.
조금은 늦더라도 하나 아니면 둘만 낳더라도 따뜻한 온기
유지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대손손 후투티가 찾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