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비의 냄새 끝에는 / 이재무

#경린 2015. 7. 7. 16:09

 



비의 냄새 끝에는 / 이재무 여름비에는 냄새가 난다 들쩍지근한 참외 냄새 몰고 오는 비 멸치와 감자 우려낸 국물의 수제비 냄새 몰고 오는 비 옥수수기름 반지르르한 빈대떡 냄새 몰고 오는 비 김 펄펄 나는 순댓국밥 내음 몰고 오는 비 아카시아 밤꽃 내 흩뿌리는 비 청국장 냄새가 골목으로 번지고 갯비린내 물씬 풍기며 젖통 흔들며 그녀는 와서 그리움에 흠뻑 젖은 살 살짝 물었다 뱉는다 온종일 빈집 문간에 앉아 중얼중얼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혼잣소리 내뱉다 신작로 너머 홀연 사라지는 하지(夏至)의 여자

 



여름 장마비가 내리니 먹고 싶은 것들이 줄줄이 따라옵니다. 멸치국물에 땡초 살짝 넣은 수제비도 먹고 싶고 그대 좋아하는 잔치국수 따땃하게 해서 말아 먹고 싶고 순대에 돼지고기 숭덩숭덩 들어간 순댓국에 마늘, 부추와 빨간고추가루 양념 넣어 호호 불며 먹고 싶고 바지락에 두부, 콩알 건져 먹는 재미좋은 청국장도 먹고 싶고 오징어 홍합에 역시 땡초 살짝 넣은 부추전 부쳐 그대와 마주 앉아 시간이나 죽이며 막걸리 잔 주고 받았으면 좋겠고 그러다 달큰하게 취하면 팔베개 베고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도 한 숨 잤으면 좋겠고 그대와는 아니 되겠고 쌤들과 같이 먹을라고 해물 부추전 부쳐왔네욤.^^ 근무 중이라 막걸리는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