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바느질

천조각을 이용해 손바느질로 만든 생쥐 키홀더

#경린 2015. 7. 30. 14:16


가족들 보험을 정리하다보니 계약할 때는 설명을 잘 들었었는데
세월지나니 증권과 약관을 읽어도 도대체가 뭔 말인지 아리송해서리
몇몇가지는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가족들 종신보험은 한 곳인지라
담당하고 있는 메XXXXFSR(재무설계사)를 불렀더랬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닦으며 들어와 책상에 이것저것 서류와 함께 올려 놓은
퀼트 키홀더를 보고는 보험설명 듣는것은 뒷전이고 그 키홀더에 홀릭
"이런건 어디서 파는데예?"
"우리 고객님께서 만들어 주신건데 하나 만들어 달라 할까예?"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만들어 달라하면 됩니더. 담에 올 때 갖다 드릴께예'"
"한땀 한땀 만들려면 예사일이 아닐것 같은데
그러지는 마시고 한 번 자세히나 보입시더."
USB고리를 천으로 된 것으로 사용하니 충돌도 없고 유용하여서리
천으로 된 열쇠고리가 없을까, 내가 하나 만들까 생각만 했었다.
재무설계사가 들고 있던 키홀더는 종모양의 퀼트홀더 였는데
우연찮게 쏘옥 맘에 드는 물건을 만난 것이라 눈이 반짝반짝
완전 내 스타일...ㅎㅎ

 


하이고야 요런게 있었네 나도 요런넘으로 장만을 해야되겠다 싶어
바로 학원 근처 상점들과 재래시장까지 다 후비고 다녔는데
퀼트집이 없지 뭔가...분명 본 것 같은데...없어 진 것인지...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여러가지 모양 키홀더들이 있고 재단까지 다 되어
바느질만 하면 되는 재료들을 파는게 아닌가....요걸 사서 해 봐야겠다.
그런데 택배가 올려면 며칠 기다려야할 것이고...
성질이 급하다보니 못 기다리겠고...
가만보니 내가 만들수도 있을 것 같고.....
학원일은 별루 바쁜 일도 없고.....
있다해도 일단은 이것에 꽂혔고.... ㅎㅎ
생쥐모양으로 결정하여 도안을 그리고 본 뜰 것도 오려내어 준비
퇴근하여 집에 있는 천쪼가리들 모아모아......에고 그런데
그 많던 천쪼가리들은 다 오데를 간 것인지...맘에 드는 녀석들이 없네...
못 입는 옷들도 꽤 있었는데.....없넹....ㅠ.ㅠ

 


지난 겨울 이사 할 때 못 입는 옷들 버리면서 정리가 된 듯...아쉽다.
그래도 뭐...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한 번 만들어나 보자 옛날 바느질 실력이
아직도 살아 있는지 싶어 꼬무작꼬무작 만들기를 시작 해 보았다.
학교 다닐 때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잘 했던 것 같다.
그림, 공예, 조각, 뜨개질, 바느질, 종류도 다양한 자수들에 요리..뭐 그런거
관심있는 파트이다보니 실기든 이론이든 그의 만점이었다.
다른친구들보다 솜씨 좋게 그것도 빨리 완성이 되어 본조기가 되기도 했었고
친구들이나 형제들 것까지 잼나게 솔선수범(?)해서 다 해 주기도 했었다.
여러특별활동 시간에 만든 학생들의 작품을 축제기간에 전시하기도 했는데
이 코너 저 코너 마다 내 작품들이 있어 도대체 김XX이가 누구야 할 정도...^^

 


지금도 친정집이나 형제들 친구들 집엘 가면 그 때 만들어 주었던 것들이 있다.
내가 만들어 준거라 버리지를 못하겠다며 들고 다닌단다.ㅎ
가족들 봄여름가을겨울 옷은 물론이고 쇼파덮개 식탁보 아버지 차 방석, 큐션
심지어 대작인 커튼에 8폭 병풍 등 참으로 수도 없이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아이들 어릴 때는 손바느질로 애들아빠나 내가 못 입는 옷 리폼해서 만든 옷을
사진 찍어 잡지사에 보내 선물도 받고 그랬더랬다.
배우지 않아도 책을 보면 우찌우찌 바로 만들고 짜 내었다.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뜨개질에 수놓기 기타등등
밤을 새워 해도 재미나고 피곤한 줄 몰랐던 것을 보면
확실히 그 쪽으로 관심도 재주도 있었던 듯한데
지금은 학창시절 제일로 싫어 했던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그렇게 싫고 힘들었던 수학도 재미있다.
오히려 그렇게 잼나게 했었던 손재주 같은 일들은 가끔 아주 가끔.....^^
이를 보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소질개발에 안달복달 할 일은 아닌 듯도 하다.

 


고3인 딸냄이 
"엄마 안 잘거야?"
"이것 만 해 놓고...............먼저 자"
"하여간 뭐 하나 했다하면......대충 하고 자"
자려고 방에 들어갔던 아들은
"엄마 내 베개가 없어"
"아! 여기 있다. 가져가"
아들아이 베개속통이 지퍼로 되어 있어 솜을 빼 쓰기가 용이한지라
생쥐몸통을 통통하게 해줄 용도로 사용하고 있던 중이었던 거다..ㅋ
학교방학이라 학원도 방학 시간표를 운영하면서 요즘은 퇴근이 저녁 9시다.
9시면 평시의 입시학원으로서는 완전 초저녁...ㅎ
그 덕분에 퇴근하여 내 성질대로 바로 만들기를 할 수 있었던 거다.
자투리 천 찾아 재단하고 바느질을 두어시간 한 것 같다.
천의 색깔도 그렇고 삐뚤빼뚤에, 바느질 자국 없이 해야 할 부분도
급하게 하다보니 노출이 되었지만 좌우지간 완성~~~
야호~ 죽지 않고 살아있네....ㅎㅎ
볼품없어도 우찌나 맘에 드는지 품에 안고 잤다.
담에는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거라는 꿈을 꾸면서.....ㅎㅎ

 

 


빨간체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입고 오신 정장의 체크가
너무 맘에 들어 온 시장을 헤매고 헤매어서 산 남방이다. 그래서인지
버리지를 못하고 가지고 다니다가 디자인이 좀 그래서리 소매부분과
카라 부분을 잘라내어 손바느질로 리폼하고 남은 자투리천이다.
초록체크는 아들아이 초등학교 때 입던 남방인데 역시 체크가 맘에 들어
두었다가 지지난 해 여름 앞치마 대용으로 끈나시형태로 만들고 남은 자투리천
베이지색은 막내고모가 시집가면서 주고 간 남방이니 저것도 족히 35년은 된 것
홀더 속과 귀에 사용한 노랑은 아들아이 중학교 가사시간에 만든 바지천이고
한 쪽귀의 체크천은 딸냄이 초등학교 때 입던 남방천
끈은 나의 여름 린넨바지의 허리춤에 있던 것으로 바지는 유화물감이 많이 묻어
버려버리고 끈은 어디 쓰일 때가 있을라나 하고 두었던 것이다.
눈과 코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모아둔 단추들을 다 뒤져도 적당한 것이 없어
코바늘뜨기의 기법을 바늘질에 응용하여 바느질하는 검은 실로
사슬뜨기를 하고 입체감 있게 고정하여 마무리 지었다.
작은 생쥐 키홀더 하나에 가족들의 것이 모두 들어간 샘이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어 잘 만들었거나 못 만들었거나
그런건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완전 흡족.....ㅎㅎ


아침에 일어난 딸냄이가 생쥐키홀더를 보고 한 첫마디..
"시골쥐 잘 만들었네...
엄마 담에 나도 자동차키가 생기면 이런거 하나 만들어 줘." 한다.^^
아들도 스마트키고리가 플라스틱이라 불편했다며 심플하게 하나 만들어 달란다.
그래...그러면....ㅎㅎ
성질 급한 나, 내친김에 아들애 것도 후다닥~~
어떤 디자인으로 할까 고민하다 아들아이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심플하고 귀엽게 쪼물쪼물 노란별을 만들어 주었다.
담에는 자투리천을 좀 더 모으고 제대로 바느질 순서를 연구하여
완성도 높게 울딸냄이랑 지기것도 만들어 주어야 겠다.^^
주위에서 재봉틀을 사라고들 많이 권했다.
완전 빠져 헤어나오지 않을까봐 안 샀다.....ㅋ

쇼파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모습도 어쩌면 이렇게 정겨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