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성주사계곡에 발 담그고 싶어
쉬엄쉬엄 지기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천 년 고찰답게 우람한 소나무들이 먼져 반겨주고
땡볕이 내리쬐는 고요 속에서
한여름이 따갑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성주사앞 백련연못엔 꽃이 벌써 지고 있는 것인지 몇송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리 고운 빛으로 나그네를 반겨주는 돋보임이 있으니 반가울 수 밖에요.^^
계곡을 낀 숲의 대기는 청량함 그 자체라
뜨거웠던 살갛을 스치며 감탄스러운 시원함을 안겨 줍니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햇살이 비껴들고
한여름임에도 햇살 받은 연두빛이 싱그러웠습니다.
절집 능소화의 꽃빛이 어쩜 이렇게 짙은지
그 짙은 재잘거림에 귀 쫑긋, 눈 반짝
한 걸음 더 바짝 다가가 바라봅니다.
고혹적인 주홍빛 능소화의 황홀한 유혹에 아니 넘어 갈 사람이 없을 듯합니다.
여름을 다 삼켜 버릴듯 매미소리 요란해도
산사의 적막은 옷매무새를 만지게 합니다.
오랜만에 찾은 미안함의 느린 걸음으로 깨끗하게 정돈 된
경내를 돌아 나오니 햇살에 반짝반짝 드러나 있는 돼지석상 엉덩이 한 쌍
유난시리 귀여웠습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한 번 담궈 보고 싶었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목이 완전 꽁꽁 막혀 있어
결국 먼 발치에서 보기만 하였습니다.
서운해 하지 말라고 올려 보내주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땀 삐질삐질 흘렀던 등짝이 서늘 해 졌습니다.
계곡의 옆구리를 긁으며 내려가는 물소리
나뭇잎 몸 부대끼는 소리
바람만이 해석 할 수 있는 맑은 풍경소리
사람들의 발자욱 소리에 장단 맞춘 새소리
그 소리들을 지휘하는 바람소리
산사를 내려 올 즈음에는
한 낮의 뙤약볕을 피해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더 분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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