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 풍경소리 - 창원 성주사 곰절의 여름

#경린 2015. 8. 6. 19:43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성주사계곡에 발 담그고 싶어

쉬엄쉬엄 지기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천 년 고찰답게 우람한 소나무들이 먼져 반겨주고

땡볕이 내리쬐는 고요 속에서

한여름이 따갑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성주사앞 백련연못엔 꽃이 벌써 지고 있는 것인지 몇송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리 고운 빛으로 나그네를 반겨주는 돋보임이 있으니 반가울 수 밖에요.^^

 

계곡을 낀 숲의 대기는 청량함 그 자체라

뜨거웠던 살갛을 스치며 감탄스러운 시원함을 안겨 줍니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햇살이 비껴들고

한여름임에도 햇살 받은 연두빛이 싱그러웠습니다.

 

 

 

절집 능소화의 꽃빛이 어쩜 이렇게 짙은지

그 짙은 재잘거림에 귀 쫑긋, 눈 반짝

한 걸음 더 바짝 다가가 바라봅니다.

 

고혹적인 주홍빛 능소화의 황홀한 유혹에 아니 넘어 갈 사람이 없을 듯합니다.

 

여름을 다 삼켜 버릴듯 매미소리 요란해도

산사의 적막은 옷매무새를 만지게 합니다.

 

오랜만에 찾은 미안함의 느린 걸음으로 깨끗하게 정돈 된

경내를 돌아 나오니 햇살에 반짝반짝 드러나 있는 돼지석상 엉덩이 한 쌍

유난시리 귀여웠습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한 번 담궈 보고 싶었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목이 완전 꽁꽁 막혀 있어

결국 먼 발치에서 보기만 하였습니다.

서운해 하지 말라고 올려 보내주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땀 삐질삐질 흘렀던 등짝이 서늘 해 졌습니다.

 

 

계곡의 옆구리를 긁으며 내려가는 물소리

나뭇잎 몸 부대끼는 소리

바람만이 해석 할 수 있는 맑은 풍경소리

사람들의 발자욱 소리에 장단 맞춘 새소리

그 소리들을 지휘하는 바람소리

 

산사를 내려 올 즈음에는

한 낮의 뙤약볕을 피해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더 분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