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 신석정

#경린 2016. 3. 1. 13:07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 신석정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뱀이 부시시 눈을 떠보았다. ― 그러나 아직 겨울이었다. 하도 땅속이 훈훈해서 개구리도 뒷발을 쭈욱 펴보았다. ― 그러나 봄은 아니었다. 어디서 살얼음 풀린 물소리가 나서 나무움들도 살포시 밖을 내다보았다. ― 그러나 머언 산엔 눈이 하얗다. 핸 멀찌막히 `경칩(驚蟄)'을 세워 놓고 이렇게 따뜻하게 비췰 건 뭐람? ― 그러나 봄 머금은 햇볕이어서 좋다. 미치고 싶도록 햇볕이 다냥해서 나도 발을 쭈욱 펴고 눈을 떠본다. ― 그러나 `입춘(立春)'은 칼렌다 속에 숨어 하품을 하고 있었다.

 

친정아부지 건강 좋지않아 불편하시면서도 한지에 입춘대길 만사형통 정성스러이 써 주신 글을 현관문에 붙인지도 여러날 지났고 우수도 다 지나 햇볕이 제법 따땃하니 찬기운을 데워주어 거실에 옹기종기 피신 시켜 두었던 화초들도 베란다로 다 내어 놓고 봄맞이 대청소를 하며 두꺼운 다운재킷은 세탁하여 옷장 깊숙히 넣어 두었더랬는데 윗녘에는 눈이 내려 한겨울처럼 온통 하얀세상이 되었다하고 남녘은 비가 내려 기온이 뚜욱 떨어지며 찬바람 쌩쌩 분다. 봄이 화들짝 놀라 움츠렸겠다.

6년 전인가 어느 해 봄날 울 집으로 온 쬐그만 모종 천리향이 해 마다 꽃을 피우며 훌쩍 커 올해는 꽤 많은 꽃을 피웠다. 향이 어찌나 진한지 베란다 문을 열어 두면 온 집안 구석구석 천리향이 돌아다니며 기웃거려 향이 가득 하다. 사랑초도 분홍빛으로 해실해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곱다..... 삼일절 휴일 따사하니 퍼져 들어오는 봄햇살도 차암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