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소낙비 - 이원수

#경린 2016. 8. 1. 18:53





 

 

 

소낙비 - 이원수


 

비 온다 소낙비 좍좍 온다

아무 데나 두들기며 막 쏟아진다

 

추녀 밑에 들어서서 보고 있으면

꽃나무들 제자리서 비를 맞네

장독도 제자리서 비를 맞네

 

빗속에 또 비 온다 좔좔 온다

산도 들도 빗속에 매 맞고 있네

 

추녀 밑에 들어서서 보고 있으면

아버지가 논귀에서 비를 맞네

누렁이도 논길에서 비를 맞네

 







 

 

창원의 기온이 36.7도로 최고치 갱신

조금만 걸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주루룩

내생애 이리 더운 날은 없었다. ㅠ.ㅠ


햇살 쨍쨍한 길 출근하여 앉기 무섭게

왠지 어두컴컴해진다싶더니

갑자기 천둥번개치고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겁나게 쏘나기 쏟아지는 소리

참으로 아무 데나 막 두들기며 쏟아진다는 그 표현 대로

신없이 빗속에 비오듯 무섭게 쏟아졌다.


"선생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학원 못 가겠어요."

"쌤 천둥번개 친다고 아빠가 오늘 집에서 쉬래요."


그 와중에도 갑자기 내린 비를 오로시 맞고

뛰어 들어오는 녀석들도 있다.


"쌤, 비 엄청 와요"

그래그래 장하다 그 비를 이기고 오다니....^^


한동안 무섭게 천둥번개까지 동반하고 쏟아 붓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그새 맑간 얼굴하고 쌩긋해진 햇살을 창으로 들여보낸다.

호들갑이 무색하리만치......


찜통 더위에 살아있는 것들 다 초죽음 될까봐

연일 칼날로 내리 꽂았던 햇살을 잠시 거두었던가 보다.


"날씨가 상큼하니 꼭 가을날 같아요. 하늘도 너무 좋고..."


가을 기다리는 맘 데불고 나가

할 일 없이 동네 한바퀴 하고 들어오며

잘 익은 포도 한소쿠리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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