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남편 나무 / 학봉종택

#경린 2016. 10. 18. 14:37

 

학봉고택 앞 수령이 상당할 것 같은 탱자나무

 

 

남편 나무

어느 날 남편이라는 나무가 내 옆에 생겼습니다
바람도 막아주고,그늘도 만들어주니 언제나
함께하고 싶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나무 때문에 시야가 가리고 항상 내가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내가 사랑하는 나무이기는 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런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불편하게 함으로 날 힘들게 하는
나무가 밉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괜한 짜증과 심술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학봉고택 솟을대문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나무는 시들기 시작했고,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심한 태풍과 함께 찾아온 거센 비바람에
나무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럴 때 나는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 다음날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나무가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여겼던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사랑을 주지 않으니 쓰러져버린 나무가
나에겐 얼마나 소중한지를,
내가 남편 나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이에
나무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그늘이 되었다는 것을...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90여칸의 한옥이 고운 정원과 함께 반깁니다.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는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다시금 사랑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 나무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의 남편나무는 혹시 잎이 마르거나 조금씩
시들진 않는지요?
남편이란 나무는 사랑이란 거름을 먹고 산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 에 소개되었던 글에서

 

 

현재 후손들이 기거를 하고 있었고

마루 한쪽에는 길손들이 맘 편히 차 한 잔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TV보다가 우연히 듣게 된 시입니다.

시를 듣는데

저는 우짠지 친정아부지 생각이 더 났습니다.

전화를 드려야 되겠다 생각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요런걸 보고 "통했다"라고 하지요.^^

 

 

 

 

정성으로 잘 가꾸어진 고택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