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기억 속 새겨진 이름들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경린 2017. 2. 18. 23:43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이여

상처 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오늘 아부지 복지관에 붓글씨 쓰러 가는 날이니까 복지관 앞으로 오너라

복지관은 육호광장까지 와서 불종거리로 빠지지 말고 그대로 kt건물 있는 쪽으로

직진해서 오다가...kt건물은 어데있는지 알재?"

"kt건물?...아니 모르는데요....."

"아이고 야는 우찌 kt건물도 모르노...우쨌거나 쭉 오다가 분수로타리에서

우회전하면 kt건물인데 우회전 하지 말고 다시 그대로 직진해서 한 블럭만 오면

바로 오른 쪽에 노인복지회관이라고 크게 보인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을께 그리로 오니라" 

"분수로타리(?)에서 그대로 직진하라구요? 아...??...알겠어요. 그리로 갈게요."


분수로타리..?? 분수로타리가 어디였지?? 분수로타리를 들어보기는 했는데

정확하게 어디인지 금방 머릿 속에 그려지지 않는 것보다 아버지 다니시는

복지회관 위치를 모른다는 것에 나는 그날 아침이 몹시 죄송스럽고 당황스러웠다.


친정아버지께서 노인복지회관으로 붓글씨를 쓰러 다니신 지는 수 해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아부지가 어디에 있는 복지회관으로 가시는 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어찌나 한심한지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아버지는 내가 그 것을 모를 것이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묻지도 않고 자세하게 복지관의 위치를 가르쳐 주셨다.

어쩌면 묻지 않고 가르쳐 주신 것이 아버지도 맘 편하셨을 듯하고

나에게는 아버지께 참으로 미안한 뉘우침이기도 했다.


 



그런데 분수로타리라.....??

어디지?? 지금은 분수를 본 적이 없는데....분명 분수로타리라는

곳이 있기는 있었는데....거기인 거 같기는 한데...분수는 없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진가 분수로타리라고 불렀던 곳이 있었고

분수가 로타리 중앙에 있었던 것을 본 것도 같고 아니 본 것도 같다.

하지만 오래 전 그것도 몇십년 전부터 그 분수를 보지 못했다.

분수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사람들은 그 곳을 분수로타리라고 불렀다.

그 분수가 사라진 지 오래되어 요즘의 2~30대들은 분수로타리를 모른다.

지금도 그 곳을 분수로타리라고 칭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검색을 해 보니

'서성광장교차로'라고 다음지도에 나왔다.


친정집엘 가면서 시내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그 버스는 내가 유년을 보냈던 북마산시장 쪽을 지나가는 버스였다.

이정표를 보니 기억 속 선명한 '국제주유소'가 눈에 띄었다.

아직도 그 주유소가 있단 말인가??

주유소 간판은 유명 프렌차이즈로 바뀌었지만 그 곳 정거장 이름을

아직도 '국제주유소'라고 명하고 있다는 것이 '마산'이라는 오래 된

도시의 정서를 그대로 느끼는 듯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거리는

내 유년의 기억 속 그 옛날의 모습에서 별반 변하지 않았고

젊으셨던 아버지의 건재상도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대로 있었다.

신도시가 날로 발전하는 그 속에서 그대로 멈춰버린 옛도시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면서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분수로타리도 국제주유소도 그리움의

한자락으로 사람들 가슴에 있어 그 때의 기억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통하는 것이다. 분수로타리도 국제주유소도........

아버지의 분수로타리를 알아 들어서 참 다행이었다.^^


 


1월 말에 찍어다 준 매화 사진

이제는 저 꽃들 다 시들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