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꽃다발을 받아 들고 / 상사(想思) - 김남조

#경린 2017. 1. 22. 11:22



해마다 이런저런 기념일이 되면 꽃다발이나 꽃바구니가 옵니다.

그건 오래 전부터 그러한 것이 아니고

요 몇 해 있어 온 일들입니다.


옛날에 그러니까 아이들키우고 그럴때

꽃다발을 왜 사오냐고 구박을 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잠깐 보고 말 걸 아깝고 구찬케시리......

차라리 그걸 돈으로 달라고 하였지요.^^

그런 뒤로는 저를 위한 무슨 기념일의

축하 꽃다발 구경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성에 면박을 준 아녀자도 차암 그렇지만

아녀자의 톡 쏘아 붙인 그 한마디에 그 길로

꽃다발은 남의 나라 얘기로 토라진 남자의 속도

차암 멋대가리가 없지 뭡니까........ㅎㅎ

이런걸 보고 지가 한 건 생각도 못하고 으이그라고 하겠지요.^^


어쩌면 이런저런 기념일을 챙긴다는 것이 성가신 일인데

제가 그렇게 말을 해 주어서 서운하기도 하였지만

"아싸! 가오리"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ㅎ




제가 원하는대로 제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박치기(?)의 릴레이가

이어지니 참말로 그것이 정말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는 멋대가리

없는 일이라는 것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생일이나 그럴때 엄마 뭐 갖고 싶은거 없어하고 물어오면

그때 그때 아이들 주머니 사정에 맞게 뭐가 필요하다고 지정을 해 줍니다.

저도 가족에게 뭔가 선물하고 싶은데 갖고 싶은 것을 물어보아 그것으로 합니다.

물론 돈으로 달라하면 돈으로 주기도 합니다.^^

이번 생일에는 아들에게서는 운동화 딸에게서는 기모청바지

지기에게는 옥으로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목걸이를 받았습니다.ㅎㅎ


 그걸 볼 때마다 미소의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추억의 파편 한 조각으로 행복의 들녘을 거닐다 오고

자랑질도 아끼지 않습니다.^^


아들애가 알바를 하여 첫월급을 받았을때는 내복 대신

폭스조끼를 사달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하이고 알바하여 받은 그 피같은 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의 그것을...ㅋㅋ

철없는 엄마의 대열 제일로 앞에 선 엄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알바 한 돈으로는 가족과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기타

고마우신 분들 모두 챙기고 남는 건 니 하고 싶은데

사용하라고 하였는데 그 중 제것이 제일로

큰 몫을 차지하였더랬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겨울이면 청보라빛나는 그 폭스조끼를 입고 만나는 사람마다에

자랑질을 합니다. 울아들 첫월급 받아서 사 준거라고...ㅎㅎ

아마도 무덤 들어가기 전까지의 겨울에는 해마다 입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지간히 쌓이고 나이가 들다보니

울부모님만 하시더라도 현금을 선호하시기는 하셨습니다.

이만한 나이가 되니 필요한 것도 딱히 없어진다 하시면서....^^




나이들어감인지 맘의 여유가 생김인지

엄마에서 아내에서 여자가 되어감인지

좌우지간

언제부턴가는 그 꽃다발이라는 것을 "나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정말 생각지도 않은 백송이 정렬적인 붉은 장미다발을 받고 감격을 하기도 하였고

생일날 나이만큼의 화사한 장미다발을 받고는

내생애 이런 날도 있구나 싶기도 하였습니다.


한번쯤은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꽃다발

몇 해 그렇게 무슨무슨 기념일마다 꽃다발 꽃바구니를 원없이 받았다 싶었는지

이제는 그걸 또 돈이나 아니면 갖고 싶은 걸 사달라고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기 시작을 하였습니다.^^


올해는 선물도 미리 받았고 꽃다발은 준비하지 말라고

며칠보고 말 거 아깝다고... 할라 했는데


선수를 쳐 제가 종종 들리는 꽃집에다

꽃바구니를 미리 주문을 하였다했습니다.

그럴려면 차라리

오래오래 두고 볼 수 있는 화분 초록이로 하지 싶었지만

그냥 두 말 않고 잘했고 고맙다 하였습니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 동생이 요즘 이래저래

힘든 일이 있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꽃집이 비수기라

들릴 때마다 맘이 영 짠하기도 하고 초록이들이

이뿌기도하여 작은 화분들을 꼭 하나씩은 들고 오게 됩니다.

 그러니 그 꽃집에 꽃바구니를 주문 한 것을 그냥 잘 했다 한 것입니다.

몇 달 있으면 새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해서 그 화분들을

요즘은 학원에다 가져다 두는데 학생들도 쌤들도 보고

좋아라하니 저도 좋습니다.


학원은 햇볕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하루종일 형광등을

켜 두다보니 초록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환경..아니

좋지않은 환경입니다. 필시 몇 달 안가 햇살아래 꽃을 피우는

초록이들의 낯빛이 싫은 기색을 보일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다시 집으로 데불고 가서 소생시켜 줄 요량입니다.




꽃바구니를 받고보니 역시 잘했다 싶었습니다.

한송이송이 정성이 가득 담긴 꽃바구니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 고맙기까지 하였습니다.

지기의 정성도 꽃집 주인의 정성도....^^


그렇게 잘 한 일 덕분에 요며칠 눈이 호강하고

맘이 흐뭇하고 향긋한 호사를 누렸습니다.

그것으로 서로서로 행복이었으면 그만한 일이 없다 싶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제 돈 주고 오로시 저를 위해서, 귀찮음까지 따라오는

이런 풍성한 순간의 사치를 누리지는 못하지 싶습니다.^^





상사(想思) / 김남조



언젠가 물어보리


기쁘거나 슬프거나
성한 날 병든 날에
꿈에도 생시에도
영혼의 철사줄 윙윙 울리는
그대 생각,
천번 만번 이상하여라
다른 이는 모르는 이 메아리
사시사철 내 한평생
골수에 전화 오는
그대 음성,


언젠가 물어보리
죽기 전에 단 한 번 물어보리
그대 혹시
나와 같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