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딸과 오붓하게 술 한잔

#경린 2016. 11. 12. 23:38

 

 

집에 있으면 눕고 싶고, 먹고 싶고, 놀고 싶음이 너무 강해

이길수가 없는지라 학원으로 나갔다.

2시간반 가량 소요되는 동영상 강의도 들어야하고

두가지 주제에 대한 리포트도 쓰야하고

다음주 예비고1을 대상으로 한 학생설명회 자료도 마무리 지어야하고

두 과목 소논문 주제에 대한 자료도 찾아야는 과제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 강의나 리포트 소논문 자료 찾기는 다음주 주말과 휴일에 해도 되지만

이번주 울곰만디 스케쥴 때문에 못 간 여행을 담주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요즘 이래저래 바쁘다보니 체력이 바닥을 보이기도 하고 오전 시간까지 빡빡하여

우짠지 자꾸 갱년기 증세가 도지는 듯 뭔가 문제되는 일에 부딪히게 되면

의욕이 떨어지고 생각하기도 싫고 어찌하여 삶은 늘 해결해야하는 과제의

연속인가 싶은 것이 힘들기만 하다. 예전 같으면 그기 머시라꼬 했을 것들이...

확실히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니 다르긴 다른가보다.

요술공주가 나타나 요술방망이로 톡톡 다 해결 해 줬으면 좋겠다.ㅋ

 

그래도 담주 여행이 희망인지라 해야할 과제 다 끝냈다.

"오늘 저녁 뭐 먹지?"

집으로 가며 곰만디에게 전화했더니 회가 먹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여름에는 회를 먹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회가 고팠나보다.^^

 

어시장까지 가기는 그렇고 아파트 앞 상가에 가서

커플셋트라는 우럭회와 우럭매운탕을 시켰다.

좌우지간 우리도 커플은 커플이니까...ㅎㅎ

 

곰만디와 나는 식성이 같아

간장에 고추냉이 섞어 회를 찍어 먹기 좋아하고

방아향 알싸하게 나는 매운탕도 좋아한다.

칼칼한 매운탕 한숟갈 맛보니 술 좋아하는 울곰만디 한 잔 생각 나겠다싶어

소주도 한 병 시켰다.

 

"울 곰만디 스무살 되니 좋네 이렇게 술도 같이 마시고..

다 키았네 다 키았어...스물네 살 되모 더 좋겠다..ㅎㅎ"

"나는 스물세 살에 취직할 거니까 한 살 더 땡겨줄게^^"

하이고 눈치는 빨라가지고...ㅋㅋ

그래 울곰만디 대학만 졸업하면........^^

 

나는 술을 못 마시는데 울곰만디는 지아빠를 닮았는지 술을 잘 마신다.

어지간히 마셔도 티가 나지 않고 술버릇 좋은 것도 닮았다.

아들은 나를 닮아서 술을 못 마신다.

술 한잔 마시면 고대로 스르르 잠이 자꾸 오는 것도 같다.

둘이 적당히 섞였으면 좋았을 것을...유전인자라는 것이 신기하기는 하다.

 

"엄마랑 나랑 둘이 술마시는거는 처음이네..오빠랑은 마셔 봤어?"

내가 술을 못 마시다보니 딸과는 이번이 처음이고 아들과는 한번도 없었다.

아들애와 둘이서 밥 먹으러도 가고 쇼핑도 가기는 하였는데 술은 아직 못 마셔봤다.

어쩌면 평생에 있을까싶기도 하다.

 

 

 

 

 

딸냄이랑 마시는 첫술이라 두잔은 마실라켓는데 한잔이 역시 딱인갑다.

한잔마시고 한잔 더 마실라카니...으 술이 취한다. ㅎ

다른사람들은 술이 술을 부른다하는데

내 목구멍을 넘어간 술은 뒤따라 들어오는 술을 거부한다.

더 마실라카모 뒷골 땡기고 잠을 부르고 난리 쌩쇼를 하며 시위를 한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는 소주 한 병반을 정신력으로 마신 적도 있다.^^

 

담주 제주도 여행얘기를 하면서 예약하기 전에 일기예보를 보니 하이고...

비 온단다....그것도 금,토,일 삼일연짱으로....이런....

"그라모 서울가자!

오르세미술관전 관람하고 그 담 일정은 니 가고 싶은데로 해라"

"옴마 지금은 서울 못간다. 주말마다 촛불집회하는데..."

하...그렇네....이 와중에 안되지...흠....내 보다 니가 났다.^^

 

술 한잔에 한모금 더 마시고 그 집 술 다 마신듯 벌겋게 되어 가지고는

마트랑 빵집 찍고 과일집 들러 장보고 들어왔다.

울곰만디는 소주를 몇 잔 마셨는데도 아주 마알짱...

하...울딸 멋져부러...^^

 

딸아이랑 술을 마셔 그런가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러고보니 나는 아부지랑도 옴마랑도 마주 앉아 술을 마셔 본적이 없네

옴마는 술을 일모금도 못하시니 그렇다치고 아부지는 술을 좋아하시는데......

아부지랑 둘이서 몇몇가지 일을 보고 둘이서 밥을 먹은 적은 있으나

술 한잔 기울이며 마주 앉아 본 적은 없네.....

어쩌면 그것도 평생에 있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