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태백 구와우 해바라기

#경린 2017. 10. 21. 11:26



여름의 휴가를 즐기거나 여행지로 찾는 곳이 주로 바다나 계곡이었는데

올해는 우연찮게 지리산 산골과 태백 산골을 다녀오게 되었다.

두 곳을 다녀 와 보니 여름휴가지로 왜 강원도를 왜 지리산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뙤악볕이 내리 꽂았던 한여름 도시의 밤은 열대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지만

지리산의 여름은 시원함 그 자체로 한여름 열대야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비내리는 태백은 여름이 아니라 도시가 초겨울로 접어 들 즈음의 기온차를 보여 주었다.

살갗을 스치는 이 아니라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물론 그 파고드는은 아림이 아니라

상쾌함으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여름이었다.




태백에서는 여름 휴가 시즌에 맞추어 다양한 축제들이 진행된다.

그 중 하나가 구와우 마을의 해바라기 축제다.

요즘은 관광농업으로 계절에 따라 광활한 농지에 다양한 꽃 수를 놓아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어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쉬이 꽃들의 잔치를 만날 수 있다.

이 곳 역시 관광농업의 일환이라 그런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해바라기 축제이니 해가 쨍쨍한 날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비가 내리는

우중 속에서도 사람들이 꽤 붐비는 곳이었고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었다.




구와우 마을은 해발 900m에 위치 한 마을로

한여름에도 고산지대의 시원함으로 백만송이 해바라기의

노란 꽃물결에 취해도 보고 전나무 숲의 청량함 속을 거닐어 볼 수도 있다.

여름 태백 여행을 하실 때 잠깐 들리면 좋을 듯하다.





초등학교 때 해바라기꽃이 지고 씨가 영글기를 기다리며 키 큰 해바라기 밑을

지날 때 마다 씨앗이 얼마나 단단해졌나를 가늠하기 위해 까치발하고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며 호시탐탐 씨앗이 익기만을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커다란 해바라기를 따 깡총깡총 뛰어 보는 것은

언제나 꿈 속의 일로 매일 내가 해바라기 했던 그 해바라기는 어느순간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해바라기 꽃대만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이런 허무한 일이....이럴수가...내 해바라기......에이....

주머니에 두 손 콕 찔러 넣고 땅 만 보며 터벅터벅 걸어가던 모습이 떠 오른다.^^






그런데 멧돼지들도 해바라기를 좋아라 하나보다

해바라기꽃은 다 따 먹었는지 하나도 없고 꽃대만 널부러져

밭땡이 하나를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구와우 해바라기 농장 곳곳에는 진돗개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찾는 낮에는 묶어 두고 밤에는 풀어 놓아 멧돼지를 퇴치 하는 듯했다.

8살 진돗개 구름이는 멧돼지와 맞장을 떠며 생긴 상처로 얼굴을 50바늘이나 꿰맸다고 한다.




초딩 때 울집에도 진돗개는 아니지만 꽤나 영리한 땅개 메리가 있었는데

메리를 내 해바라기 밑에 보초를 세워 둘 걸 그랬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