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퇴근길에 재래시장에 들러
양손 가득 저녁거리를 사들고 왔다.
비 온 뒤의 단풍잎들은 더욱 선명하였고
파란가을 하늘은 참 예쁜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
유년시절 함께 했던 동무를 만난 듯
반가운 것을 발견했다.
새끼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틈이 벌어진
아스팔트 딱딱한 틈 사이에서
뭔가가 꼬물꼬물 기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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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저거이 땅강아지 아녀??
이 도심 그것도 아스팔트 틈새에
정말 저것이 땅강아지 일까??
가까이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보니
분명 어릴 적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땅강아지가 분명하였다.
오마나
우찌하야 땅강아지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추억 속 저 넘어 있던 첫사랑을 만난 듯 반가운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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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에서 땅강아지를 끄집어내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그렇게 보았다.
실로 오래간만에 보는 땅강아지가 아닌가
20년 아니 30년도 더 된 거 같다.
근데 갑자기
울 애들은 과연 땅강아지를 알까?
하는 생각과 함께
땅강아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생포(?)하기는 했는데
우찌 집까지 데려갈까?
양손에 장 본 것이 잔뜩이라.....
그렇다고 땅강아지 후송을 위해
장 본 것을 길바닥에 팽개치고 갈 수도 없고....
땅 속 파고 다니며 사는 곤충이고
아스팔트 틈새도 탐험(?)하니
요속에서도 잘 있것지??
하고는 콩나물 봉지속에 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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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마자
콩나물 속 땅강아지를 찾아내며
컴에 빠져있는 아들애를 불렀다.
"야, 너 땅강아지 아냐??"
"응? 땅강아지? 그게 먼데?"
"땅강아지 몰라? 본 적 없어?"
아들은 컴에 빠져 엄마가 수선스럽게 떠들어대는
땅강아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뭐? 강아지풀 말하는거야?"
이런이런 강아지풀 같은 소리하고 있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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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리 와 봐
엄마가 어릴 적 보았던 땅강아지를 발견해서
데불고 왔걸랑 빨리 와봐"
말하는 폼새는 곤충을 한 마리 잡아 온 것이 아니고
애완용 강아지라도 데려 온 듯한...^^
근데 울 아들 엄마의 호들갑에 못 이겨
별 관심 없는 땅강아지를 보고 한 첫 말
"엄마, 이거 바퀴벌레 아냐?"
아주 질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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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이게 땅강아지라고 하는 거야
땅 속에 사는 곤충인데
엄마 어릴 적에 가지고 놀았던 거야
귀엽지 않니? ^^ "
울아들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잉~~ 별로~~
쪼끔 귀여운거 같기도 하고....
가재 닮은 거 같은데...
왜 땅강아지야?
근데 이걸 왜 잡아왔어??"
아들은 땅강아지 보다 손바닥에 그걸 올려놓고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는 엄마가 더 신기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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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에서 돌아 온 우리딸의 반응
"옴마, 이게 뭐야?? "
"땅강아지야 너 이거 알어?? 본 적 있어?? "
"아니 이런 걸 왜 잡아 왔어?
그리고 유리볼에는 왜 넣어 둔거야?
짱구라도 들어와서 모르고 잡아먹으면 어쩌려구?
얘는 원래 어디 사는 앤데?
어디서 잡아 왔어? "
울 딸도 생전 처음 본 요상한 곤충보다는
별 희안한 벌레를 잡아 집으로 데려 온
엄마가 더 기가 차다는 말투다...쩝
딸애는 서둘러 유리볼을 들고 나가더니
땅강아지를 마당 화단에 석방(?)시켜주었다.
그리고는 얼척없다는 듯 혀를 찬다.
"하여간 엄마는....
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구 잡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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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소꿉살던 흙땅에서는
땅강아지를 종종 보았었다.
그 땅강아지를 잡아 소꿉놀이 한 쪽 구석에
울타리를 치고 집어넣어 키우고 그랬다.
해가 지면 땅강아지를 풀어 주었다가
다음 날 다시 땅을 파내어 잡고....^^
총총 빛났던 샛별을 본 적이 언제인지 아득하듯
땅강아지를 잡아 놀았던 기억도 아득하다.
잠깐이었지만 흙냄새 맡으며 흙을 주무르던
유년시절의 때꼬장물 꼬질한 개구쟁이
티 없는 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슬에 젖은 풋풋한 풀냄새가 나는 듯 했고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흙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땅강아지는.......
이제서야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것이 아니었다.
내가 땅을 밟지도 만지지도 않은지
오래일 뿐.......
09.11. 둘째주 주말 /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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