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10월 첫번째 휴일의 해 지는 저녁

#경린 2010. 10. 3. 20:12

 



휴일 아침 베란다 창문을 여니 아직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비가 와도 온천물이야 펄펄 끓을것이고 못 갈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 주섬주섬 온천 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니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북면온천은 집에서 차로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라 자주 가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갔던 집을 간다. 근데 딸아이가 이번에는 다른 온천으로 가 보잔다. 그러지 뭐... 마금산 온천 들어가는 첫 번째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 화분에 물이 고여 있고 그기서 무슨 곤충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어릴적 흔히 보았고 가지고 놀기도 했던 땅강아지였다. 위 사진에 땅강아지 세마리가 놀고 있습니다. 땅강아지 숨은그림찾기 해 보셔요.^^

 



10월 가을을 맞이하는 준비를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모양 온천은 차 댈 곳부터 시작하여 완전 북새통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기다가 우리가 늘 가던곳에 비해 오늘 간 곳은 그 사이즈면에서 엄청 작았다. 그 것이 더 복잡해 보였고... 기어이 아이고...숨 막혀... 소리 절로 나왔다. 그 상황은 딸아이도 마찬가지 부랴부랴 대충 씻고 나왔다.

 



아직은 한 낮의 햇살이 따갑다는 느낌 하늘은 가을의 결실을 위하여 이렇게 환한 햇살을 아직은 거두지 않은 듯 들판의 곡식들은 황금물결을 이루며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고 온천을 찾아 온 손님들을 위해 꾸민 꽃밭의 꽃들이 가을 바람을 타고 한들한들 춤추고 있었다.

 



근데 오늘 간 온천 옆에 우시장이 있었다. 소의 저 커다란 엉덩짝... 울 딸은 황소를 보자 엄청 놀란다. "옴마, 소가 원래 저렇게 커" 하긴 황소를 처음 보았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나역시나 그렇게 큰 황소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 인 듯하다 꿈벅꿈벅 소의 눈동자도 그 덩치 만큼이나 컷다 우시장을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비가 내려 여기저기 웅덩이에 소의 응아 내음~~~~ 비가 온 뒤 햇님은 방글방글 그 속에 피어나는 소의 응아 내음은 아주 진동을.....^^

 



먹거리가 줄지어 서 있는 곳에서 국화빵, 옥수수빵, 삶은 옥수수, 땅콩 먹거리를 잔뜩 사드니 행복....ㅋ 가을이 물들어 가는 산들의 푸름을 가르며 되돌아왔다. 오는 길에 주남저수지를 들릴려고 했는데 햇살이 따갑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그냥 집으로 고고씽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대로 골아 떨어진거 같다. 나는 어렸을 적 부터 어딜 다녀오면 고대로 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 그럴때면 울 아부지 항상 그러셨다. 저 저질체력을 우짜모 좋노....ㅋ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해질녘

 



거실 쇼파에 앉아 늘어지게 기지개를 키며 멍하니 내다 본 베란다 창 저너머 감 홍시 같은 해가 오늘 하루의 임무를 다 마치고 마침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비 온 뒤 햇살이 대지를 데워주었지만 그 여운이 아직 남아있어 구름이 잔뜩 넘 뜨거운 사랑을 한 붉은 해를 잠깐 식혀 주려는 듯 구름이 해의 얼굴을 가렸다. 해는 구름 속으로 완전이 빠졌다가 다시 얼굴을 살짝 내밀더니 산 넘어로 사라졌다. 오늘의 노고를 감홍시처럼 볼그레하게 여운만 남기고.....

 



구름에 가려 오늘의 노을은 보통 때의 절반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냥 해가 지는 구나 하는 감흥정도였지 아! 노을이여 하는 애절함을 묻어나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런 여유를 가지고 지는 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고 이 집에 대한 그나마의 애착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인 줄 이 집에 와서 알게 되었으니까...

 



아직 이 집으로 이사 온 이후로 불타는 노을을 보지는 못했다. 노을은 노을인데 뭔가 몇%로 부족한 그런 노을이 전부였던 것 같다. 계속 살다보면 내가 참으로 보고싶어하는 불타는 노을을 보는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 해 본다. 분명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기다리기만 하면.....^^ 해가 지고 나니 사람사는 마을에도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해가 내일을 위해 한 숨 자는 동안 우리네들도 오늘의 바쁜일상을 정리하고 밤의 안식에 빠져 들 시간인 것이다. 내일의 같지만 또 다른 일상을 위해....

 



노을을 보고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올리는 김에 노을과 관련 된 시를 하나 골라 올릴려고 시집들을 뒤졌다. 노을이라는 제목이 붙은 시들 꽤 많다. 노을을 보며 / 서정윤 노을 밑에서 / 김용택 해 지는 들길에서 / 김용택 노을 / 김용택 가을 저녁에 / 김소월 해질 무렵 어는 날 / 이해인 가을 저녁 / 도종환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 김소월 김용택님의 시집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시인님이라 그런지 노을과 관련 된 시도 많은 것 같다. 그 중 하나를 골라 올려 본다.

 

 



해 지는 들길에서 / 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의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 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송이로 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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