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쌤, 어떻게 되셨어요??"
"뭐가??"
참새가 방앗간 드나 들 듯 학원 오면 꼭 나에게
눈도장을 찍고 가는 5학년 소라녀석
월요일
학원오자마자 뜬금없는 질문부터 한다.
"그거 있잖아요. 남자친구 사귀기...ㅋㅋ ^^"
"아하~~ ㅋㅋ
야 근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네...^^
너는 고백했냐??"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아직 고백을 못했나보다.
"왜 아직 못했어?? 금방 할 것 같더니..."
"그게 좀 그렇잖아요..ㅋ^^"
청춘사업이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소라와 수희는 학원 오면 나한테 와서
눈도장을 찍고 한바탕 수다를 떨고 가는
5학년 여학생들이다.
오늘은 이랬어요 저랬어요
매일 같으면서도 다른 레퍼토리 들...^^
그 순간은 나도 초딩 5학년이 되어
그들과 섞여 제법 대화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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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쌤은 아직 결혼 안 하셨죠??"
하고...야들이 전혀 나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ㅋ
하긴 곰만디가 중등으로 가고 난 뒤로는
옴마라고 부르며 오는 녀석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어쨌거나 나는 시침 뚝 땠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보여요. 노처녀..ㅋㅋ"
노처녀....쩝
이거이 좋은 소리여 나쁜 소리여....^^
"남자친구는 있으세요??"
"아니 없어, 넌 있니??"
"녜"
덧니를 살짝 드러내며 웃는 눈웃음이
수줍으면서도 귀여운 수희... ^^
"그래?? 그 친구는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데??"
수희가 현재의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레퍼토리가
장황하게 이어지고 나는 적당히 놀란 척, 아주
관심이 많은 척 맞장구를 쳐 주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우찌나 재미있었는지
이야기의 리듬에 맞춰 간간히 교무실에서 업무
보시던 선생님들의 웃음소리가 포인트처럼
이야기 속에 톡톡 찍혔다. ^^
근데 울 초등수학쌤 중에 이번 가을 워크샵에서
서로서로 동료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적어 낸
개인 자료 중 '나의 굴욕 사건' 이라는 란에
이렇게 적은 분이 계셨다.
<5학년 수희도 남자친구가 있는데
나는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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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는 그닥 이뿐 얼굴은 아니다.
날씬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공부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 객관적인 관점으로
볼 때 못 하는 축에 속한다. ^^
하지만 성격이 참 밝고 명랑하다.
아마 수희의 남자친구도 이런 수희의 성격이
맘에 들지 않았을까 싶다. ^^
근데 수희랑 항상 단짝인 소라는
남자친구가 없단다.
그러면서 내 가까이 와 귓속말을 한다.
"원장쌤 이건 비밀인데요.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있어요."
"그래? 누군데? 같은학교 친구니?"
"아니요. 학교는 다르고요. 울 학원 다녀요
00반의 000이요..ㅋㅋ"
"그어래~~ 그럼 너도 수희처럼 먼저 좋아한다고
사궈보자고 해 보지 그러니??"
그런데 아직은 고백을 못했단다.
그러면서 나만 알고 있으라고 신신 당부한다.
그리고 서로 파이팅하잖다.
남자친구사귀기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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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학원오자마자 소라의 그 뜬금없는
"원장쌤 어떻게 됐어요??" 는
나는 그 이후 잊고 있었지만 그 아이에게는
진지했던 일의 후속을 묻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자기네들의 눈높이에서 맘을 알아준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신나는 일인 것이다.
소라, 수희 둘 다 이번 학기 학교중간고사에서
성적이 많이 올랐다. 소라는 수학점수가 20점 이상
올랐고 평균도 껑충 뛰었다. 수희도 전과목 평균점이
90점 이상 나와 둘 다 상을 주기로 했다.
물론 그것이 내가 저들 맘의 소리를
들어 주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노력 해 얻은 결과물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오늘도 등원하는 그 순간부터 어떤 얘기를 해 줄지
사뭇 궁금하고 그들이 기다려진다.^^
2010. 10월 마지막 주
이건 비밀인데요...^^ / 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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