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땅강아지

#경린 2010. 10. 22. 08:01





주말 퇴근길에 재래시장에 들러 양손 가득 저녁거리를 사들고 왔다. 비 온 뒤의 단풍잎들은 더욱 선명하였고 파란가을 하늘은 참 예쁜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 유년시절 함께 했던 동무를 만난 듯 반가운 것을 발견했다. 새끼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틈이 벌어진 아스팔트 딱딱한 틈 사이에서 뭔가가 꼬물꼬물 기어가고 있었다.





오잉~~~ 저거이 땅강아지 아녀?? 이 도심 그것도 아스팔트 틈새에 정말 저것이 땅강아지 일까?? 가까이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보니 분명 어릴 적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땅강아지가 분명하였다. 오마나 우찌하야 땅강아지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추억 속 저 넘어 있던 첫사랑을 만난 듯 반가운 맘^^





틈새에서 땅강아지를 끄집어내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그렇게 보았다. 실로 오래간만에 보는 땅강아지가 아닌가 20년 아니 30년도 더 된 거 같다. 근데 갑자기 울 애들은 과연 땅강아지를 알까? 하는 생각과 함께 땅강아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생포(?)하기는 했는데 우찌 집까지 데려갈까? 양손에 장 본 것이 잔뜩이라..... 그렇다고 땅강아지 후송을 위해 장 본 것을 길바닥에 팽개치고 갈 수도 없고.... 땅 속 파고 다니며 사는 곤충이고 아스팔트 틈새도 탐험(?)하니 요속에서도 잘 있것지?? 하고는 콩나물 봉지속에 쏘옥....^^





집에 도착하자마자 콩나물 속 땅강아지를 찾아내며 컴에 빠져있는 아들애를 불렀다. "야, 너 땅강아지 아냐??" "응? 땅강아지? 그게 먼데?" "땅강아지 몰라? 본 적 없어?" 아들은 컴에 빠져 엄마가 수선스럽게 떠들어대는 땅강아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뭐? 강아지풀 말하는거야?" 이런이런 강아지풀 같은 소리하고 있네...쩝





"야, 이리 와 봐 엄마가 어릴 적 보았던 땅강아지를 발견해서 데불고 왔걸랑 빨리 와봐" 말하는 폼새는 곤충을 한 마리 잡아 온 것이 아니고 애완용 강아지라도 데려 온 듯한...^^ 근데 울 아들 엄마의 호들갑에 못 이겨 별 관심 없는 땅강아지를 보고 한 첫 말 "엄마, 이거 바퀴벌레 아냐?" 아주 질겁을 한다...





"잘 봐 이게 땅강아지라고 하는 거야 땅 속에 사는 곤충인데 엄마 어릴 적에 가지고 놀았던 거야 귀엽지 않니? ^^ " 울아들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잉~~ 별로~~ 쪼끔 귀여운거 같기도 하고.... 가재 닮은 거 같은데... 왜 땅강아지야? 근데 이걸 왜 잡아왔어??" 아들은 땅강아지 보다 손바닥에 그걸 올려놓고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는 엄마가 더 신기한 듯 했다.





외출에서 돌아 온 우리딸의 반응 "옴마, 이게 뭐야?? " "땅강아지야 너 이거 알어?? 본 적 있어?? " "아니 이런 걸 왜 잡아 왔어? 그리고 유리볼에는 왜 넣어 둔거야? 짱구라도 들어와서 모르고 잡아먹으면 어쩌려구? 얘는 원래 어디 사는 앤데? 어디서 잡아 왔어? " 울 딸도 생전 처음 본 요상한 곤충보다는 별 희안한 벌레를 잡아 집으로 데려 온 엄마가 더 기가 차다는 말투다...쩝 딸애는 서둘러 유리볼을 들고 나가더니 땅강아지를 마당 화단에 석방(?)시켜주었다. 그리고는 얼척없다는 듯 혀를 찬다. "하여간 엄마는.... 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구 잡아왔어..."





어린시절 소꿉살던 흙땅에서는 땅강아지를 종종 보았었다. 그 땅강아지를 잡아 소꿉놀이 한 쪽 구석에 울타리를 치고 집어넣어 키우고 그랬다. 해가 지면 땅강아지를 풀어 주었다가 다음 날 다시 땅을 파내어 잡고....^^ 총총 빛났던 샛별을 본 적이 언제인지 아득하듯 땅강아지를 잡아 놀았던 기억도 아득하다. 잠깐이었지만 흙냄새 맡으며 흙을 주무르던 유년시절의 때꼬장물 꼬질한 개구쟁이 티 없는 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슬에 젖은 풋풋한 풀냄새가 나는 듯 했고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흙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땅강아지는....... 이제서야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것이 아니었다. 내가 땅을 밟지도 만지지도 않은지 오래일 뿐.......

09.11. 둘째주 주말 / 린


Je T`aime Mon Amour (사랑하는 이여) / Claudia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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