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엄마가 환해지셨어요.^^

#경린 2019. 6. 22. 23:19

 19년 5월27일. 핑크물이 들기 시작한 모습


친정엄마는 몇 십 년 전부터 허리가 아프셨습니다.

병원검진도 다니셨지만 허리 척추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주위의 이야기 때문에

수술을 하지 못하시고 그렇게 몇 십 년을 좋다는 약으로 버티셨습니다.

그 동안 먹었던 약들을 쌓으면 집 한 채는 족히 될 것이며

비용 또한 집 한 채를 사고도 남을 것이라 했을 정도입니다.

여러 방법으로 수술을 권하고 설득을 해도 듣지 않으시더니 한계에 도달하셨는지

지난겨울에는 서울 큰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셨습니다.

 

연세도 있으시고 골다공증까지 있어 수술하기가 여의치 않아

시술만 받고 골다공증 치료를 하였습니다.

두서너 달 괜찮은 듯했으나 상태는 더 심해져 엄마 스스로 수술을 해야겠다 작정을 하셨습니다.

여기저기 다시 몇 군데 검진을 받고 척추협착증 수술을 하였습니다.


검진 받았던 병원마다 의사선생님들의 의견이 비슷하였으나

수술방법에 있어서는 조금씩 다르기도 하였습니다.

친정아버지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선택을 하였더랬습니다.

좋은 병원, 이름난 병원, 유명한 의사 등등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지만

엄마가 제일로 믿음이 가고 맘이 편안하게 다가 오는 의사선생님께 수술을 받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아버지의 의견과 생각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아버지 그늘 속 엄마는 아버지가 빛이고 하늘이고 곧 자신의 생각이고 믿음이었습니다.

    

 

저희집에서 이렇게 큰 수술은 처음이라 다들 긴장에 초조와 걱정이 컷었으나

수술은 잘 되었고 수술 당일 우려와는 달리 몇 시간 뒤 일어 나셔서 보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며칠이면 걷고 밥 먹고 물리치료까지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다 하였으나

엄마는 그렇게까지 회복이 빠른 편은 아니었기에

평일에는 올케가 토욜과 일욜에는 제가 병간호를 2주간하였습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던 그 이후로 엄마와 이렇게 온종일을 밤낮으로 한시도 틈 없이

딱 붙어 지내기는 참으로 처음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아버지를 세상의 전부인 하늘로 그 울타리 안에서만 지내신 우리 엄마

눈물겹도록 애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애잔하였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첫주말의 병간호를 끝내고 월욜 집으로 돌아오니 수국꽃이 수줍은 소녀처럼 꽃잎을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고운지요.



19년 6월 23일 아침. 피어난 지 한달이 넘어서도 생기 발랄한 모습의 수국꽃

 

그 다음주 병간호를 마치고 돌아올 즈음에는 분홍빛이 더욱 더 짙어졌었고

엄마가 퇴원을 하여 재활병원에서 다시 2주간 재활치료를 마칠 동안 그 분홍빛은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꽃이 피어나고 분홍물이 들기 시작하면서 꽃빛이 점점 짙어지다 한 달 즈음이 되자

그 빛이 살짝 힘을 잃어가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그렇게 환하게 피어있습니다.

수국꽃은 피어 있는 동안 색이 다양하게 변하기도 한다하는데

저희집의 수국은 그렇게 다양한 빛으로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집은 남향이라 겨울에는 햇살이 거실 안쪽까지 쑤욱 들어올 정도이지만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빛이 들어오지 않는지라 사람들이 지내기는 금상첨화이나

초록이들이 여름을 지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조건입니다.

남향집이 그러한지를 새삼 초록이들 덕분에 깨달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저희집 수국은 그렇게 다양한 빛깔이나 생기발랄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피어 있기는 합니다.

수국꽃이 이토록 오래 피어 있는 꽃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두 번의 주말과 휴일을 엄마와 꼭 붙어 지내면서

엄마에게 아버지의 그늘은 생각보다 더 큰 것이었다는 것,

엄마가 울집 수국꽃 닮은 소녀 같으시다는 것도 새삼스러이 눈물겨웠습니다.

 


수술하시기 전 우울하시고 어두웠던 엄마의 표정이

수술 후 환하고 밝게 바뀌었습니다.^^



수술한 병원을 퇴원 할 때 엄마는 담당 의사선생님 두 손을 꼬옥 잡고

허리 펴고 걷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수술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게 울옴마가 강력히 권하고 싶다하셨습니다.

미련 떨지 말고 얼른 수술하라고요.^^


제 고등학교 친구의 친정엄마 역시 척추협착증으로 고생하시면서도

수술 부작용 때문에 걱정만 하고 수술을 망설이고 있는 중이라

엄마의 수술경과를 전해 주었습니다.

 

100세가 기본인 세상이라고 합니다.

고장 나면 고쳐가면서 살아야 함입니다.

물론 고장 나지 않도록 평소에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