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경린 2020. 9. 3. 18:02

서당 / 김홍도

 

코로나 19로 온라인을 이용한 가정학습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은 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과제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숙제가 전부 부모의 과제로 돌아왔다고 호소하는 부모도 있었고, 숙제하느라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예민해지고 책상에만 붙어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부모도 있었다. 온라인 시스템을 제대로 못 따라가거나 과제를 혼자서 해결 못해 엉엉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온라인 학습과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준비해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더 많아져서 오프라인 수업 때 보다 힘들다고 했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의 선생님들은 난감해하며 퇴직을 앞 당겨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한다고도 했다.

 

내가 속해 있던 대형 교육 기업인 타임교육에서는 10년도 훨씬 전에 온라인 학원을 오픈한 적이 있다. 60평 정도 되는 건물 한 층 전체에 온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최소한의 관리 선생님이 배치되었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개념 강의를 보고 들으며 스스로 문제를 푼 다음 제출하면 채점과 분석을 한 뒤 개인 클리닉이 제공되었다. 한 두명의 선생님이 50~60명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수강료도 오프라인보다는 30% 정도 저렴하게 책정되었다. 미래에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이런 온라인 학습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보고 실행된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한 번의 강의로 여러 명 아니 타임교육 산하 전체 학원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효율성은 높았다. 또한 개인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였으며 유형별 클리닉까지 제공되고 의지만 있다면 무한 반복해서 학습을 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 의지였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은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학원을 찾는 학생들은 격려하고 공감하고 이끌어 주는 관계가 필요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온라인에서는 그것이 되지 않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관리하는 선생님이 계셨지만 출결관리하는 정도이지 진정한 학습의 도우미는 못되었다. 컴퓨터를 관리 보수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았다. 1년을 못 넘기고 온라인 사업을 접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교육이 이러할진대 강제성이 더욱 약한 공교육의 준비 없는 온라인 교육이 어떻게 될까 심히 걱정되었다. 얼마 전 어느 초등 교장선생님을 만났을 때 총체적 난국으로 학교가 지금 엉망진창이라고 탄식을 하셨다.

 

타임교육이 실시했던 온라인 교육은 일방적인 학습으로 학습효과가 낮았고, 스스로 시험 대비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완성도도 떨어졌다. 무엇보다 동료학습 및 소통과 같은 관계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에서도 그렇지만 학원에서도 줌을 이용하여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줌을 이용하면 서로 얼굴을 볼 수도 있고 소통도 가능하다. 소크라테스가 지향했던 산파술 즉, 끊임없이 묻고 답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버퍼링이 너무 심하고 타이밍이 끊겨 서로 지치고 힘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기계적인 문제로 발전 가능한 부분이니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통과 관계라고 하는 것은 눈빛, 손짓, 몸짓, 스킨십과 같은 비 언어적인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온라인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 교장선생님께서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학생에 대한 애정이 있든 없든 머리에 든 지식을 의무적으로 전달만 하더라도 가랑비에 옷 젖듯 적셔 갈 수도 있고 친구와의 관계 학습도 이루어질 수 있으나 온라인 수업은 선생님의 적극적인 준비와 관리가 없으면 학생들은 거의 방치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학생들은 그야말로 완전 무방비 상태로 그 정도가 더 심하며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댈 언덕 없이 통신기기 하나 던져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사람의 눈빛을 읽어 내는 AI가 개발된다고 하여 그 해결이 가능할까?

 

현재와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공감 능력 및 협력과 같은 관계 학습의 부족으로 사회는 더 힘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더 악화되고 상상을 뛰어넘는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빠른 적응력과 창의력, 비판적 사고와 같은 지식과 배려, 협력, 공감과 같은 관계 지향적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와 기업은 그것을 벌써부터 원하고 있는데 교육은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예를 들자면 지금 세계 문제는 팬데믹(pandemic)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팬데믹이 왜, 어떻게 왔나? 보다는 진도를 빼기에 바쁘다.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없다는 양상으로 허겁지겁이다. 학교도 학부모도 그 점에서는 박자가 딱딱 맞다. 팬데믹을 사회 교과목의 한 주제로 삼아 공부할 수도 있다. 그 의미, 배경, 형태, 해결방법 등을 공부하다 보면 주제 하나로 한 학기를 다 채울 수도 있다. 그러려면 교사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극성 부모가 교과에도 없는 것을 가르치며 학부모 숙제를 낸다면서 시키지도 않은 숙제를 하느라 호들갑을 떨지 않도록, 도와줄 사람이 없어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눈물 글썽이는 학생이 없도록 교사들이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맘만 먹으면 가능한 최고의 엘리트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곳이 학교 아닌가? 그들이 나서면 교육방식과 내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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