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쑥이랑 냉이 튀겨 맛있게도 냠냠

#경린 2021. 3. 14. 13:06

주말을 이용해 남도 쪽 매화를 보기 위한 상춘객으로 고속도로도 주차장도 대란이라고 하였다.

지난주 남도여행 때만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일주일 차이가 봄꽃 피어나는 속도만큼이나 큰 듯한 요즘인 듯하다.

그렇게 봄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남도 쪽이 미어터진다는 뉴스를 듣고 그냥 가까운 주남저수지로 봄햇살을 만나러 갔다.

주남지 들어가는 입구에는 그 사이 큰 카페가 하나 더 들어서 있었고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주차장도 만차 수준이었다.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이 이 화사로운 봄날 그냥 집에 있기는 그렇고 다들 나온 모양이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 예방 때문에 저수지 둘레길은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오후로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라 멀리 가기도 그렇고 창원 우곡사로 방향을 돌렸다.

 

들녘에는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소쿠리 옆에 끼고 앉아 봄나물을 캐고 있었다.

나도 쑥을 캐고 싶었다.

우리들 또래라면 누구나 봄햇살 반짝이는 들녘의 나물 캐는 풍경을 만나면 동 하는 심정일 것이다.

절집 돌아 내려오며 지기 차에 있는 멕가이버 칼과 작은 비닐봉지 하나 들고 들녘에 쭈그리고 앉았다.

딱 20분만 캐고 가기로 했다.

 

20분 동안 그 자리에서 둘레둘레 잠깐, 정말 잠깐 캔 쑥과 냉이가 한 봉지 가득이었다.

집에 와서 다듬고 씻어 소쿠리에 담으니 두 소쿠리다.

마트 가서 사면 얼마하지 않을 것이요, 손쉽게 사 올 수 있으니 간편하다.

그래도 황망한 아직은 겨울빛을 안고 있는 들녘에 뽀족뽀쪽 사랑스럽게 올라오는 봄나물을 캐는 재미는 참으로 오지다.

옛 추억을 소환하기에도 딱이다.

얼음이 녹고 봄이 가물가물 올라칠 때면 남자아이들은 칡을 캐러 다니고 여자아이들은 봄나물을 캐러 다녔다.

 

나 역시 까만 얼굴에 눈만 초롱초롱한 상고머리 초등학생 시절(중학교 이후에는 쑥 캐러 나닌 기억이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봄날 주말에는 언제나 소쿠리 들고 들녘으로 나갔다. 출근 도장 찍듯이 했다.

나는 생긴게 그래서 그런지 성격인지 햇살 바른 곳의 통통한 쑥을 좋아했다. 나 닮은 쑥을 좋아했다는 얘기다.

그늘 진 곳에 자리 잡고 앉아 풀숲의 얌전히 자란 쑥을 캔 친구들의 소쿠리는 여리여리 한 쑥이 소곤소곤 말쑥했다.

반면 내 소쿠리는 짧고 통실한 쑥들이 장난꾸러기처럼 흙을 묻히고 쑥덕쑥덕 소란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면 햇살을 받아 풀이 죽어 그늘에 앉아 쑥을 캔 친구 소쿠리의 양에 비하면 폭 까부라져 얼마 안 되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울 엄마는 흙 묻은 쑥을 털고 고르며 땅에 바짝 햇살 가득 받은 요런 통통한 쑥이 맛있다고 칭찬해 주셨다.

 

딸애는 냉이 달래 부추 등은 좋아라 하고 즐겨 먹으면서도 쑥향은 싫어한다. 한약 냄새 나서 싫단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쑥을 튀겨 주었다.

튀김가루를 이용하여 튀김옷을 얇게 입혀 튀기면 바싹바싹 맛나다.

쑥향도 많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냉이도 튀겨 보았다. 딸아이에게 냉이도 튀기면 맛있을까? 물었더니 튀기면 뭐든 맛있단다.

역시 맛있었다. 냉이는 쑥과는 달리 튀겨도 냉이 향이 났다.

토요일에 캔 쑥을 일요일 아점에 튀겨 동치미에 국수 말아 같이 먹으니 엄지 척!! 

 

쑥은 지금 한참 나오는 중이라 양이 작아 모두 튀기고 냉이는 너무 많아 4분의 1만 튀기고 나머지는 살짝 데쳤다.

물기 짜서 된장국 한번 끓여 먹기 좋게 세등분으로 나누어 비닐로 꽁꽁 싸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냉이는 봄을 제일 먼저 알려 주면서 봄햇살만큼이나 빨리 자라 꽃을 피우고 금방 하트 모양 씨방을 맺는다.

겨울과 봄 사이 요만 때가 향도 좋고 연하고 맛있다.

봄 향기 그리운 날 냉이 된장국 먹고 싶을 때 초봄에 데쳐 얼려 둔 요 냉이가 요긴하다.

냉동실에서 꺼내어 팔팔 끓는 된장국 냄비에 바로 넣으면 갓 데쳐 끓인 식감과 향을 느낄 수 있다.

 

딸애가 내 나이쯤 되었을 때 봄빛 들녘을 지나며 흰쌀가루에서 뒹굴고 나온 듯한 초록이 쑥을 만나면

엄마가 튀겨 준 쑥과 냉이 튀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를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들녘에서 쑥과 냉이를 만나더라도 쑥인지 냉이인지 모를 듯하다.

아마도 마트 야채 코너에서 조우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