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5도 2촌을 실천 중인 친구네 농막 나들이

#경린 2021. 11. 25. 16:20

5도 2촌 주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보내는 것이 40~50대의 로망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전원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우리도 그렇다. 내 친구들도 그렇다. 친구들 중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친구가 둘 있어 그곳을 다녀왔다.

 

가을여행을 계획하며 어디를 갈까 서로 의견을 내던 중 수원 친구가 자기네 농막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작년에 땅을 사 맞춤 농막을 들이고 땅을 일구어 나무심고 채소 심어 주말마다 그곳에서 보낸단다.

어떤 곳인지 진적부터 궁금도 하였다.

지기도 맞춤으로 재작하여 들인 농막이 어떤지 궁금하였다며 수원까지 직접 운전 해 에스코트하겠다고 하였다.

지기 혼자 남자라 그러하니 수원 친구 옆지기도 토요일 일찍 퇴근 후 합류를 해 주겠다 하여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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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도착하여 철판바베큐 구이를 먹으러 갔는데 그 집 바로 옆에 농막을 만들어 파는 곳이 있어 구경을 했다. 6평의 작은 농막이 아기자기하게 또한 쓸모 있게 잘 꾸며져 있어 흥미로웠다. 다소 좁은 감은 있었으나 효율적으로 쓸모있게 지어진 공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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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친구를 마산시외버스 터미널로 오게 해 태우고 바로 출발하여 수원 도착 해 점심 먹고 에버랜드를 구경하기로 했다.

자연농원이었던 곳을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와 보곤 그 이후 처음 발걸음이었다.

수원 사는 친구는 종종 와 보았다 하는데 나머지 3명과 지기는 근 40년 만에 처음인 것이 나와 마찬가지였다.

기억 속의 자연농원은 아예 떠오르지 않을 만큼 완전히 변한 곳이었는데 몇몇 놀이기구들은 그때나 같아 보였고, 잠깐 그때로 돌아가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친구들 모두 기억 속의 조각들은 달랐지만 그것이 더 신나는 점이기도 했다.

 

그런데 주말에 수도권 사람들은 이곳에 다 모이는 것인지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어지간한 놀이기구들은 대기줄이 어마 무시하여 우리는 아예 놀이기구는 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파리 월드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나 뭐라나,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산책만 하였다. 시험을 끝낸 학생들의 발랄한 걸음이 많았는데 특히 눈에 많이 띈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들이었다. 우리도 저리 꽃같이 아름다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과 함께 하였던 때가 있었는데 싶었다.

 

팝콘케이스

 

근데 아이들마다 만화 캐릭터를 본떠 만든 동물 모양 도시락 같은 것을 하나씩 가방처럼 매고 다녔다. 너구리, 코끼리, 펭귄, 곰, 판다 등 다양하였는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였다. 뭐길래 아이들이 저마다 하나씩 매고 다니는 것일까? 꼬마 아이에게 물어보니 팝콘 통이라고 하였다. 하.... 아이디어가 대단.... 동물 모양 케이스에 든 팝콘을 구매하면 팝콘을 한 번 더 리필받을 수도 있고 다 먹은 통은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니 괜찮다 싶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는 하늘 나는 풍선을 꼭 하나씩 손에 들고 다녔더랬는데 지금 만약 손주 녀석 손 잡고 왔더라면 내가 아이보다 먼저 팝콘 가게로 뛰어가 사 주지 않았을까 싶다. 세월이 흘렀어도 맘은 그대로인가 보다.^^

 

수원 친구의 옆지기가 에버랜드 가면 하늘 매화길을 꼭 걸어봐야 한다 하여 찾아 찾아 그 길을 가 보았다. 안 가 봤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었고 에버랜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압권이었다. 특히 밤의 야경이 아름답기도 했다. 야간에 뭔 행사가 있다 하였고 아이돌 그룹이 두 팀이나 온다 하여 그런지 날이 어두워질 때 즈음에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스타벅스에는 안과 밖으로 앉을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야간 구경을 포기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친구 농막 근처의 시내에서 맛있는 한정식을 저녁으로 먹고 농막에 도착한 시간은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뒤였다. 농막으로 가기 전에 주인장은 핸드폰으로 원격 조종하여 불을 밝히고 보일러를 돌렸다. 조명을 밝힌 아담한 농막이 나그네들을 반겨 주었고 정성 들여 가꾼 텃밭도 어둠 속에서 인사를 하였다. 친구가 텃밭에 무엇을 심었나 그 어둠 속에서 인사를 나누었고 신기해하며 격려의 말들을 주고받았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고 좁지만 아늑한 농막 테이블에 6명이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소주, 맥주, 와인 술도 다양하고 안주도 풍성하니 간만에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는 밤새는 줄을 몰랐다. 퇴근 후 서울에서 급히 내려와 합류해 준 수원 친구 옆지기는 울 지기의 담배친구도 되어 주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주어 참으로 고마웠다.

 

 

6평 농막은 다락방을 가지고 있는 구조였는데 다락방에는 남자 두 분이 그리고 우리 친구들 4명은 아래쪽에 각각 자리를 펴고 잠을 잤다. 추울까 봐 보일러를 과하게 돌렸는지 나는 너무 더워서 잠을 좀 설쳤다. 그래도 시골의 공기는 남다름이라 아침 눈 깨임은 피곤하지 않았고 밖으로 나와 맞는 공기는 상쾌하였다. 특히나 친구 내 농막은 저수지를 바라다보는 곳에 위치 해 있어 이른 아침 저수지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 주었다. 지기와 나는 손 잡고 농막 근처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나갔다.

 

친구네 농막이 있는 곳은 친구네와 같이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도시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동네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과는 거리를 두고 형성된 곳으로 큰 저수지와 산을 끼고 있어 안온하면서도 풍경이 아름다웠다. 저수지에는 전문적으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고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아마도 밤샘을 하며 낚시를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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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에 도착해서 자세히 보지 못했던 친구네 텃밭을 산책 다녀와서 다시 둘러보았다. 150~160평 정도 되는 땅에 농막 앉히고 나무 심고 텃밭을 낸 것이라 사실 둘러볼 것도 없었지만 아기자기 가꾸고 있는 풍경이 살갑고 정겨웠다. 친구네 집 앞에 냉이가 지천이었다. 가을에 다시 피어난 냉이인 듯 아직 꽃이 없는 것들이라 내가 캐서 데치고 된장으로 조물조물 나물을 만들어 아침밥과 함께 먹었다. 가을 냉이라 그런지 좀 질겼다. 봄냉이와 달리 데치는 시간을 더 주었어야 했던 것 같다. 질긴 나물을 울지기가 날름날름 다 먹어 주었다. 친구 옆지기도 냉이 향이 좋다며 먹어주었다. ^^

 

아침을 먹고 수원 시내로 구경을 나갔다가 집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는데, 모두들 자연 풍광 즐기며 그 속에서 수다 떨다가 점심으로 고기 구워 먹는 것은 어떻겠느냐에 의견이 모아져 그대로 친구네 농막에 눌러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졌고, 남자들은 점심에 먹을 고기를 사러 나갔다.

 

수원 친구는 친정집이 진동 시골이다. 시골 생활을 반대하고 있지만 옆지기의 로망이라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된 케이스다. 친구옆지기는 큰 키에 젊어서부터 허리가 좋지않아 두어 번 수술을 했고 목디스크가 있다. 그런데 허리 복대를 차고 밭일을 한단다. 친구 옆지기는 여주 쪽 시골의 꽤 넓은 평수의 땅을 희망하였으나 친구가 절대 안 된다 하여 지금 이곳의 작은 땅에 안착하였는데 집을 짓고 싶은데 못 짓게 하는 것도, 농사 지을 땅이 작은 것도, 농막 앞에 테라스를 설치하고 싶은데 못하게 하는 것도, 밭작물을 더 심고 싶은데 못 심게 하는 것도 모두 불만사항이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농막에 와서 보내는데 친구는 음악 듣고 책 읽고 취미생활하며 농사일은 1도 거들지를 않는단다. 그나마 몇 종류의 꽃을 심는 것이 전부라며 친구 옆지기는 눈을 흘겼다. 친구는 농막 때문에 주말과 휴일을 반납했으며 외식도 여행도 모두 사라졌다고 투정했다. 그나마라도 하고 싶은 거 하게 해 주고, 농막에 따라 와 주고, 밥 해 주고, 함께 해 주는 것만도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고 되받아 쳣다. 둘이 서로 톰과 제리처럼 앙숙같아 보였지만 역시 그들처럼 다정한 친구 같기도 오누이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웅다웅하지만 그 속에는 서로를 위하는 맘이 가득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원친구는 얼마 전 텃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탄으로 이사를 하였다. 친구옆지기의  회사와는 더 멀어진 거리이다. 그래도 친구 옆지기는 텃밭과 가까워져서 행복해 했고 친구도 만족 해 하는 눈치였다. 부부라는 것이 저렇게 함께 늙어가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상을 차리면서 부산친구가 냉이 된장국 끓이게 나보고 냉이를 캐 오라고 했다. 근데 친구 농막 주변의 냉이는 벌써 다 캐 나물 무쳐 먹어버려 없었다. 칼 들고 냉이 캐러 지기와 함께 나섰는데 냉이를 캐고 안 캐고 그냥 그 자체가 재미나고 즐거웠다. 냉이는 친구 농막 앞이 밭이었고 다른 곳에는 별로 없었다. 슬리퍼 신고 그곳에 오래 산 사람인양 건들건들 이 밭 저 밭 돌아돌아 겨우 냉이 향만 날 정도의 냉이를 캐 들고 농막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에 점심 상이 다 준비되어 있었고 된장국도 냉이만 넣으면 끝이었다. 그래도 어느 누구 하나 어디서 뭐하다 이제 왔냐 하는 친구 없이 하하호호 즐거웠다. 가을에 먹는 냉이된장국이 참 맛났다. 친구네 텃밭에서 캔 자연 밥상으로 먹은 점심은 정말 건강함 그 자체였다. 이래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구나 생각되었다.

 

우리 친구들은 40년 지기 인연이지만 옆지기까지 합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어떨지 사뭇 궁금하였다. 생각보다는 어울림이 좋았다. 울지기가 어색할까 봐 골프약속과 회사 대표의 조문 등 중요한 자리를 뒤로하고 달려와 준 친구 옆지기 덕분이기도 하였다. 친구 신랑에 대해서는 친구를 통해서만 들었지 이렇게 오랜시간 대면하는 것이 처음이라 친구 옆지기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이 여세를 몰아 다음번 만남에는 옆지기들을 모두 대동하기로 하였다. 다음 만남은 창녕에 텃밭을 두고 김장 배추를 140포기나 심었다는 친구 농막으로 정했다. 배추가 알이 찰 즈음 만나자 약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