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갤러리

유화-해바라기

#경린 2021. 10. 1. 16:56
15호 F(53X65.1), 유화


키가 큰 해바라기 울타리를 넘어가고 싶으나 아직 어려 넘지 못하고 담 넘어가는 나비를 바라보고 있는 짱구 모습을 그렸다. 나비는 학교 갔다 올게 하고 훨훨 날아가는 우리 딸냄이다. 딸아이와 짱구의 사이가 유독 돈독했었던 게 기억이 나 그려보았다.
등교나 출근으로 대문 밖을 나서는 이들을 따라가고 싶어 안달복달했던 짱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문 나서는 이들을 마냥 부러워하며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게 되었다.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재주껏 요리조리 몸을 놀려 쨉 싸게 대문을 뚫고 나갔다. 더 자란 뒤에는 담을 넘어 나가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목줄을 메어 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 모습이 안쓰러워 목줄을 풀어놓으면 기회는 요때다 하고 탈출을 감행하였다.
아이들은 짱구를 좋아했고 산책도 자주 나갔었다. 그래서 더 나가고 싶어했을까?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짱구를 대문 밖으로 나가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담을 넘어 서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호기심? 용기? 타고난 기질? 도전정신?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공식적으로 일일 3시간이지만 커피 한 잔 하고 수다 떨고 하다 보면 2시간 정도 그리게 되는데 그 시간으로는 진도가 얼마 나가지 않는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일주일에 두 번 또는 세 번 정도 화실로 나와 그림을 그리지만 나는 시간을 그렇게 낼 수가 없어 화실에는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바쁠 때는 이주일에 한 번 나간다. 그림은 캔버스를 집으로 가져와 주로 그린다. 화실 동료들은 올 때마다 진도가 많이 나가 있는 내 그림을 보고 놀라워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나와 같은 시간대에 그림을 그리는 동료들은 주로 초보들이라 선생님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아 그림의 진도를 빼고 마무리 작업은 선생님이 직접 해 주신다. 나 같은 경우는 선생님께서 직접적으로 그리는 작업을 도와주시지는 않는다. 어느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겠고 저쪽은 저렇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식으로 지도를 해 주시면 그 지도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고 완성까지 스스로 작업한다. 어차피 혼자 하는 작업이니 집에서 그림을 그려가는 방법이 나에게는 맞다.

하루는 한 동료가 완성되어가는 나의 해바라기를 보고
"이걸 어떻게 그렸어요? 옴마야 해바라기 잎 좀 봐라, 꽃봉오리 표현을 어찌 그린 그래?" 라며
부러움 반 신기함 반으로 관심을 보이자 그 옆 친구가 선생님께
"선생님, **언니도 저 해바라기 한 번 시켜 보시죠?"
"안돼요. 나도 저렇게는 못 그려요. 그리라면 그릴 수야 있겠지만 저렇게 후벼 파면서 세심하게는 못해요. 그리고 **언니는 저렇게 못 그려요."
"네? **언니도 성격이 차분하고 꼼꼼해서 잘 그릴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성격은 꼼꼼한 것 같은데 그림 그릴 때는 영 딴판이에요. 그리고 김쌤은 타고났으니까 저런 그림이 가능한 거예요."

선생님의 나도 저렇게는 못 그린다는 것은 아직은 초보단계라 하나하나 터치를 해 주어야 하고 마무리 작업을 해 주어야 그림이 완성된다는 애로가 들어 있음이고, 김쌤은 타고났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은 그 애로사항과 연결된 과한 칭찬이기도 했다.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는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얘기다. 하지만 그것을 갈고닦지 못했다. 타고난 재능이라도 연마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재능은 타고나는 것인지 길러지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있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술 연마라는 반복된 훈련에 의해 길러진다고 보았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그것을 키우고자 하는 열정까지 더한 이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음이다. 기술을 연마하기에는 많이 늦은 나이이지만 늦은 만큼의 열정을 더 얹는 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해바라기 그림이 완성되자 아들애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아들애가 사진으로 찍어 보낸 그림을 보고 "우리 짱구 아이가" 하며 아주 좋아했다. 우리 가족끼리 통하는 소재라 단박에 어떤 상황인지도 이해하고 공통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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