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반가운이를 우연히 만난다는 것은

#경린 2010. 7. 29. 09:00




비 온 뒤 습한 땅을 말리겠다고 사정없이 쏘아대는 햇님의 화살에 비명 내지르는 대지의 오열 앞에 속수무책으로 후덥지근한 땀이 등을 타고 내리던 날 그것도 일주일 중에서 제일로 힘이 드는 목요일 오후 나를 부르는 낯익고 반가운 목소리 표면으로 떠 올라 티를 내지는 않지만 맘 속 한 쪽 구석탱이에 자리하고 있는 그리운이의 목소리는 있는대로 성이 난 대지의 한여름 열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찰랑찰랑 춤추며 와 귀를 통해 바로 뇌로 전해져 눈이 그 모습 잡아내기 바쁘게 심장은 고동치고 튀어나가는 목소리는 하이톤이요 다가가는 발걸음까지 통통 튀게 하기에 충분한 듯 하다. 한 동안 보지 못 했던 터라 서로서로 안부가 궁금했고 반가운 맘이 퍼져 후덥지근한 주위를 신선한 공기로 채우는 듯 했다.


- 가 시 연 꽃 -



너무나도 반가운 분임에는 틀림없는데 딱이 나눌 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공통의 화제거리 없이 보낸 시간만큼 나눌 말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반가움에 어느 새 발걸음이 나란해졌다. 귀국해서 시차 적응하는 중이고 운동 삼아 시내를 도는 자전거를 대여하여 왔는데 오늘 같은 날씨에는 너무 무리인 듯하여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갈 요량이란다. 그래서 같이 정류장까지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아싸!! ^^ 절친한 친구 사이도 아니고 단 둘이 얘기를 그리 나누어 본 적도 없지만 우짠지 훈훈함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은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절로 미소 피어나게 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 더운 열기 속에서도 더운 줄 모르고 더위에 유달시리 약해 여름에 걷기를 싫어하면서도 연신 참새처럼 재잘재잘 웃으며 따라 걷는 것이 참 반가운 손님임에는 틀림없었던 것 같다.


- 어 리 연 꽃 -



아이들 이야기며 가족들 얘기, 요즘의 근황, 그리고 앞으로의 일 등을 주고 받으며 모르고 있었던 것에 대한 얘기에 서로 끄덕끄덕 좋았던 얘기에는 서로 축하해 주고 행복해 하고 가슴아팠던 얘기에는 서로 가슴아파하고 위로 해주고 24시편의점에 들어가 멜론맛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었다. 등산을 하고 내려와 멜론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그 맛과 향이 참 좋으시단다. 편의점 작은 탁자 앞에 서서 개구쟁이 초등학생들처럼 깔깔 웃기도 하고 간간히 서로의 눈도 마주쳐 가면서 아이스크림을 아껴 먹었다. 내가 그 동안 먹었던 멜론맛 아이스크림 중에서 제일로 시원하고 향기로왔던 아이스크림이었다. 어디 다방에 가서 커피 한 잔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지않겠냐는....... 참 그 분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기에 또 쫄쫄 같이 따라 들어가 먹는...... 참 나 답다. ^^


- 노 랑 어 리 연 꽃 -



세상의 좋은 모습과 가지고 있는 철학으로 멘토로서의 역할을 자청하여 해 주시는게 고맙고 미안하다. 그래도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라 보기 좋단다. 그거라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거 밖에 없으니 그 분이 나에게 반가운 이 이듯 나 또한 그 분에게 반가운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다음에 또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나는 암만 힘들고 슬픈 일이 있다해도 오늘처럼 환하게 웃을 것이다. 또 같은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반가워하리라 비 온 뒤 습도 높은 아스팔트 길 좋은 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내내 함께 해 주어 혼자 돌아오는 길 위도 그리 덥지 않았다. 반가운 이를 우연히 만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인 것이 틀림없다. 2010년 7월 땅의 습도와 하늘의 햇살이 완전 찐하게 뭉친 목요일오후 길을 가다 우연히....... / 린.
- 수 련 -
Quelques Notes Pour Anna - Nicolas De Angelis

사진 : 풀꽃님 (http://blog.daum.net/wild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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