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체벌 전면 금지 방침에 대해

#경린 2010. 10. 7. 22:42




수업과 수업 중간 잠깐 5분 쉬는 시간 남학생은 문 안에서 여학생들이 못 들어오게 밀고 여학생 둘은 들어가겠다고 잡아당기고 옥신각신 하다가 문이 너덜너덜 아작이 나 버렸다. 13살, 사춘기 소년소녀들 한참 이성에 관심을 가질 때이고 장난도 심할 때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단체생활에서 그냥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길 수는 없는 일 그기다가 상담실로 내려 온 세 명을 보자니 평소 지각이 잦고, 숙제 수행에 불성실하며, 수업태도도 다소 좋지 않은... 큰 문제점은 아니지만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넘 들이었다. ^^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훈계를 하고 따끔하게 손바닥을 한 대 씩 때린 다음 강의실로 보냈다. 그 날 저녁 그 세 명 중 한 명의 여학생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억울하다고 집에 와서 펑펑 운다고... 왜 체벌을 했는지 이해는 가지만 아이가 저리 우니 좌초지종을 알아야 하겠고, 혹시 자기아이에게 다른 나쁜 감정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닌지.... 좌초지종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을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펑펑 울면서 자기의 현 심정만을 토로하는 아이 앞에 어떤 사유로 하여 그러한지 정황을 알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체벌 받은 후 아이의 그러한 행동은 나의 체벌 방법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 했다는 것이다. 좀은 고민스러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체벌을 받고 왔다하면 부모님들은 혹여 우리아이가 불공평하게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닌지, 내지는 선생님이 우리아이를 미워하여 감정적으로 처리 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렇다보니 부모님들은 체벌에 아주 민감하다. 학원에서도 체벌에 대해 편치만은 않다. 요즘 아이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성향은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나게 할 때도 종종 있으며 체벌에 있어 스킬이 부족한 선생님은 어설픈 체벌로 멍이 들게 하는 사고를 치기도 한다. 가끔 선생님 중에 수업을 심하게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 보내 벌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교실 밖으로 나온 아이는 벌을 제대로 서느냐... 그렇지 않다. 더 산만스럽고 벌도 대충 선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발장난과 몸부림 외에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설픈 체벌과 교실 밖 체벌은 또한 학부모님의 컴플레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웬만한 사항은 당연히 담임선생님께서 관리를 하시겠지만 그 웬만한 상황을 넘어서서 체벌이 필요한 상황이거나 지도 교육이 필요하다면 상담실로 내려 보내게 한다. 우리가 자라날 때 아버지 그림자만 봐도 오싹 무서웠듯이 울 학원에서도 내가 한 카리스마(?)해서 상담실로 내려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찔끔하기도 한다. 해서 저음으로 몇 마디 안 해도 알아 듣는 눈치다. 물론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과 잘못을 스스로 말 할 수 있게 하고 잘 들어 주기도 한다. 손바닥을 때릴 일도 있다. 그럴 때는 딱 한 대 때린다. 아주 짧고 강하게 한 대 아이들이 옴찔 아이고 하는 한 대...^^ 그래도 멍들거나 사고치는 일은 없다. 체벌도 다 년 간의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 하지만 앞으로는 이 한 대도 가능하면 안 때릴 생각이다. 앞 서 체벌 받고 펑펑 운 사건도 있어 이기도 하지만 체벌을 반대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체벌 전면 금지 방침이 내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체벌 대체 방안 마련이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해 교사의 80% 이상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의견이 많다.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체벌 전면 금지 방침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다. 왜냐하면 체벌은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 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교육적인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체벌은 체벌자의 감정이 실려 내가 지금 이만큼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일 때도 있다. 또한 체벌을 받은 아이 역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부정적인 행동을 체벌이 무서워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효과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울 딸..곰만디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로 나를 속상하게 한 적이 있다. 나는 도저히 그냥 넘어 갈 수가 없었고 체벌은 미루지 말고 일이 일어난 그 시점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빈 강의실로 불러 손바닥을 때려 잘못 된 행동에 대해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곰만디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듯 했다. 최근 TV 드라마를 보다 우연히 그 때의 기억을 꺼집어내게 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울 곰만디는 그 때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물론이거니와 엄마가 왜 화가 났었는지는 전혀 기억하지를 못했다. 단지 몇 호 강의실로 불려 들어가서 호되게 혼났다는 그 사실만 기억 할 뿐이었다. 더불어 그 날 엄마는 괴물같이 화가 나 있었다는....... 몇 호 강의실까지 기억을 하면서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는 전혀 기억을 못하다니....... 아뿔사!! 그렇구나.....

 




선진국에서는 학생에 대한 체벌을 우리나라 보다 빠르게 금지하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 해 놓고 점진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 자랄 때 부모님들은 선생님께 당신의 자녀에 대해 지도편달을 바란다 하셨고 때려서라도 잘 교육시켜 달라 하셨다. 우리세대는 어쩌면 체벌이 일상화 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렇게 자란 우리에게 현재의 체벌 전면 금지 방침이 뜬금없고 혼란스러울 것이나 체벌에 대한 대체 방안이 마련되고 과도기를 겪으면서 정착, 확산이 되어 체벌 없이도 학생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느껴 스스로가 스스로를 교화 할 수 있게 되기를 나는 희망한다. 2010.10.첫목요일 체벌 전면 금지 방침에 대해 생각하다 / 경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