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문화의 도시 - 서울

#경린 2010. 11. 14. 15:39

 


 


며칠 전 첫 눈이 내리는 곳도 발생하였던 터라 서울방문을 앞두고 날씨가 추울까봐 내심 걱정이 되었으나 다행히 서울의 날씨는 내가 사는 창원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추워봐야 지가 11월인데..뭐...내생각이 맞았다.^^ 추울것이라 예상하여 옷을 다섯겹이나 껴 입고 간 쌤... 땀 뻘뻘이었다...^^ 늦가을을 어루만져주는 가을 했살은 눈부시면서도 따뜻하였고 바람은 적당히 불어주어 서울을 더욱 아름답게 수 놓아 보여주고 있었다. 서울을 참으로 자주 올라 왔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여유를 가지고 서울구경을 해 본적이 없었다. 항상 일정에 쫓기어 다니기에 바빴고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서울에서 동료들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따로이 혼자만의 일정을 전혀 만들어 보지 못하고 목표한 지점까지 이동하여 계획했던 일정의 회의와 교육을 끝내면 낯선도시와 얼굴 한 번 제대로 맞추지 않고 올라 왔던 길을 내려오기에 바빴다. 그래서 서울은 그렇게 와 보고도 언제나 낯선 도시였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서울은 도로가 지하와 지상에 두더지 굴 보다도 더 복잡하게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차들을 소화 해 내지 못해 항상 홍수 상태였고 흐릿한 안개 속 같은 스모그와 숨막힐 듯이 높은 고층빌딩숲,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 들 뿐이었다. 바쁘게 정해진 시간내에 일정을 소화 해 내어야 하는 내 일정만큼 그 만큼만 보였던 그 도시, 한 마디로 서울은 참 매력도 없고 사람살기에는 별로이며 바쁘기만 한 도시였다. 그런데 이번 서울 나들이는 나의 그 생각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첫날 역시 업무적인 일로 너무나도 바빴다. 1박2일의 일정으로 소화 해 내어야 하는 일을 동료들의 업무상 스케쥴로 인하여 하루 만에 끝내려고 하니 정신없이 다녀야만 했다. 역시 첫 날은 내가 예전에 느꼈던 서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이 일 속에서 보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인솔자를 따라 다녀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래도 서울을 몇 번 올라와 본 내가 인솔자가 되어 데리고 다녀야 하는 입장이라 것 타이트한 일정을 시간 로스 없이 예약해 둔 내려가는 KTX 시간 안에 다 끝내도록 하는 것이었으므로 혹시나 지하철을 잘 못 타거나 목표한 지점을 잘 찾지 못 할 까봐 맘이 분주하고 어수선하였지만 서울 지하철의 그 정교함과 친절한 안내 덕분에 실수 하지 않고 일정을 계획한 대로 잘 끝낼 수가 있었다.

 


G20정상 회의로 강남은 교통대란 속이라며 지하철 이동을 서울 동료들은 권하였고 하루종일 지하철과 택시를 이용하며 다녔다. 반복되는 지하철 이동을 하면서 새삼 느꼈다 서울의 교통시설, 특히 지하철이 참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시골 촌넘도 안내표만 보고도 잘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에 옷깃만 잡고 인솔자의 뒤만 따라 다닐 때는 왜 이렇게 복잡한 것이야 오마나 이러다 길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뿐이었는데 내가 인솔자가 되어 하나하나 짚으며 스스로 찾아다니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생각까지 바뀐것이다. 교육도 역시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여 떠 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안내 해 주어야한다는 생각이....ㅋ

 


둘째 날은 친구와 함께 서울구경을 나섰다. 친구는 나에게 서울을 제대로 보여 주겠다고 계획하였는지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과 걷기를 선택하였다. 늘상 말로만 듣던 인사동, 종로, 경복궁, 광화문광장 청개천, 덕수궁, 덕수궁돌담길, 정동길을 지하철과 도보를 이용하여 다녔다. 오래전 오빠가 서울 살 때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서울을 다 올라와 보았었다. 가족들과 차로 움직이며 서울의 특정한 곳을 구경하였었는데 그 때 느껴보지 못 한 서울을 걸으며 발로 눈으로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 때와는 세월이 많이도 흘렀고 서울도 많이 변해 있었다.

 


서울의 도로, 보도, 건물, 단풍, 날씨, 사람들 모두 하나하나 정교하게 내 눈으로 들어왔으며 나도 그 속에 하나 되어 들어가는 듯했다. 전통의 멋과 현대의 발랄함이 아기자기하게 함께 어우러진 상가들이 기념품을 파는 것과 볼거리를 함께 제공 해 주었던 인사동 어릴 적 보았던 판자촌 뒷골목과 고개 들어 보면 바로 앞에 하늘을 찌르는 고층건물이 함께 공존하며 묘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내었던 종로

 


많은 관광객들을 담아내며 웅장하고 멋스럽게 흔들리지 않는 자태로 정갈히 맞아주었던 경복궁 우리 특유의 문양과 은은한 색감이 기분 좋은 미소를 자아내게 했던 꽃돌담, 굴뚝, 기와, 단청, 석조와 목조 건물들의 어우러짐이 늦가을을 따뜻히 데워주는 햇살과 단풍의 마지막 화려한 춤사위 속에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 되어 들어왔다. 임금님의 집....궁궐...넓고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경복궁에서 귀여운 한 소년을 만났다. 경복궁으로 단체관람을 온 듯 하였고 선생님이신 분이 경회루 앞에서 경회루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선생님 말씀은 아랑곳없이 핸폰으로 경회루를 담고 있는 내 옆에 붙어서서는 계속 쫑알거렸다. “나도 사진 찍고 싶은데” “나도 사진 잘 찍는데” “사진 찍어보고 싶어??” 내가 묻자 사람들 앞으로 모여드는 잉어를 손으로 가르키며 “나도 저거 잘 찍을 수 있는데” 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럼 한 번 찍어봐” 내 핸드폰을 건내주자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본 적 있다더니 사용법을 몰라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야, 나도 내 폰이지만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거든 그러니까 니가 알아서 찍어보셔요.“ ^^ 했더니 알았다며 자신감 있게 연못 속 잉어를 몇 컷 찍었다.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서 한 컷 찍어주었던 사진이 핸폰 여러 사진 속에 끼여 웃고 있다. 찍고 싶었던 사진을 찍고는 선생님과 친구들 무리 속으로 나폴나폴 날아갔던 이천 송정초등학교 2학년 최준성 ^*^

 


서울의 택시들 중 주황색이 간간히 눈에 띄길래 기사님께 어째 택시가 주황색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꽃담의 주황색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나는 개인적으로 꽃담의 주황색을 참 좋아한다. 기와와 잘 어울리는 그 은은함이 주는 색감이 참 좋다 그래서인지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택시의 생뚱한 색이 참 이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은 저렇게 빛이 나는 거야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그것이 어떤면에서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니...모든 것은 생각 한 끝의 차이 이지 않나하는 시건방진 생각도 해 보았다.

 


경복궁을 나와 광화문광장을 걸었다. 광화문 광장 양 사이드로는 말로만 듣던 건물들이 나름의 멋진포즈로 서 있었다. 광장의 잔디는 햇살을 받아 반짝 빛이 났고 군데군데 심어진 꽃들은 얼마남지않은 가을을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는 열심히 세종대왕의 업적을 설명해 주시는 분이 계셨고 그 주위에 빙 둘러선 아이들의 눈빛에서는 반짝이는 총기와 발랄함이,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얼마남지 않은 여생을 남기시는 노할머니의 굽은 허리에서는 저물어가는 아스라함이, 삼각대를 놓고 어깨를 나란히 기념촬영을 하는 노부부의 함께 하는 미소 속에서는 멋스러움이, 스치는 우리 일상이 다양하게 다가왔던 광장

 


청개천에서는 등축제가 한창이었다. 밤에 보면 등들이 발하는 빛이 너무나도 황홀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며 각자의 특이함을 뽐내며 유유히 흐르는 청개천에 한 자리씩 잡고 서 있었다. 청개천은 제대로 서울 시민의 휴식 공간이 되어 주는 듯 했고 엄청 부러웠다. 하긴 내 발로 걸으며 둘러보는 내내 청개천 뿐만이 아니고 가는 곳 마다에서 나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청개천을 만들면서도 많은 논란거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주는 거 같고 옛날의 모습은 역사 속 한 페이지가 되었다.

 


덕수궁 들어가기 전에 수문장 교대식을 보게 되었다. 경복궁에서도 보았는데 복장도 특이하고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주면서도 옛 선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한참을 서서 보았다. 내 눈에도 이렇게 신기한데 외국인 관광객들이야 오죽하였으랴...^^ 덕수궁은 다양한 물감의 색으로 표현되어진 듯한 단풍이 너무나도 예쁜 궁이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을 담아내기 위한 사진동호회의 움직임에서도 덕수궁단풍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듯이 나의 입에서도 절로 탄성이 나오는 정말 멋진, 눈부신 예쁜...고운 단풍이었다.

 


나는 서울을 가면 덕수궁 돌담길을 꼭 한번 걷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소설 속에서도 많이 나오고 여러 책에서 심심찮이 인용이 되고, 수많은 노래가사에서도 사용되어지는 추억속의 거리이기 때문이었으리라...드디어 그 돌달길 걸어보았다. ^^ 은행나무잎이 바람에 날리고 이국적인 건물과 마주보며 서 있는 돌담길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연인과 걸으면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을 야무지게 깨 부셔보겠다는 것인지 눈에 보이는 연인들은 너무나도 다정스러웠고 돌달길은 고풍 멋스러움과 정갈한 눈길로 그들을 사랑스러이 담아내고 있었다.

 


노란은행잎과 오색찬란한 단풍이 돌담과 너무나도 운치있게 어우러진 길 그런 속설이 있거나 말거나 연인이라면 다정히 손 잡고 꼭 한 번은 걸어보고 싶은 돌담길임에 틀림없었다.^^ 덕수궁 주위의 건물을 담은 듯한 그림의 보도블럭도 인상적이었고 군데군데 미술작품이나 조각상, 휴식공간들도 멋스러웠다. 하얀눈에 쌓인 덕수궁의 돌달길, 정동길도 걸어보고 싶어졌다. 정동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내가 본 서울은 물론 한 일부분이었지만 이번 서울나들이를 통해서 친구덕분에 서울은 문화의 도시라는 것을 확실히 실감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아름다운 도시를 구경하고 느끼기 위해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 온갖 나라의 외국인들... 그들에게 떳떳하게 손색없이 소개하고 보여주고 싶은 도시였다. 우리의 역사를 안고 보여주는 궁과 연결되어 있는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주위의 경치 보도블럭 하나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였으며 가을...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치루어지는 갖가지 행사와 다양한 체험전 들 거리 곳곳에, 모퉁이 하나하나에 놓치기 아까운 풍경들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서울하면 차량의 홍수와 공해 속에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의 흐름 속에서 사는 메마른 도시인들만이 떠올라 서울사는 사람들은 참 불행하다 내지는 정말 삭막한 도시라는 잘못 된 편견이 있었는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많은 문화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그들이 참으로 부러웠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여 우리나라의 모습을 잊어가고 있지만 분명 그리워하고 있을 친구에게 이 거리를 모든 풍경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가는 곳, 보는 것 마다에서 들었다.

 


다음에 서울일정이 잡히면 일만 하고 휘리릭 내려오지 말고 이번에 보지 못 한 다른 서울의 모습도 보고 싶어졌다. 이제서야 서울과 면을 턴 듯하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느끼지 못 한 서울을 이렇게 멋지게 느끼고 담아올 수 있게 도와 준 친구에게 감사한다. 발이 너무나도 아팠지만 그 보다 더 값지고 많은 것을 담아 올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않아 핸폰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니 참 멋쩍기도 하고 촌스럽다는 생각이었는데 눈으로 보는 것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아까워 아니찍을수가 없어 한 박자 늦게 담기 시작했다. 촌스러워도 핸폰으로 담아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고운 이웃님들 행복한 휴일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