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비가 내렸던 광양 매화 마을

#경린 2011. 3. 20. 22:33

 




아직은 우리 주위를 아쉬움으로 맴돌고 있는 겨울의 남은 찬기운을 밀어내고 대지 속으로 스며드는 봄비 내리는 휴일 테마여행사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생각보다 많이 비가 내려서 갈까 말까 잠깐 망설이기는 했으나 매화의 귀여운 웃음을 포기할 수가 없어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광양 매화마을에 도착해서도 비는 계속 내렸고 가이드가 준비해 준 우비를 입고 매화길을 올랐다. 산을 오르니 안개가 발길 닿는 데로 쪼르르 몰려 따라다니다 산위로 올라가며 춤을 추었다. 매화는 꽃눈을 터뜨리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듯 약20~30%정도 개화를 해 빗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 나그네들에게 방긋이 아쉽지만 귀여운 웃음을 보내주고 있었다.





비도 비 이지만 안개가 자욱해 경관이고 뭐고 그기다 사진은 둘째치고 올라가기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도 눈으로 보이는 매화나무의 자태는 활짝 피었을 때 주는 그 황홀함을 상상 할 수 있게 장관이었다. 청매실농원의 항아리터는 듣던대로 대단하였고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앉아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저 많은 항아리들을 어디서 다 모아 왔을까....?? ^^ 항아리가 주는 운치는 참 기분좋은 설레임이었다.
대나무를 끼고 도는 황톳길을 걸을 때는 안개가 아주 최고조였었는데 그 빗속에서도 사진을 담아 내느라고 다들 바빴다. 대나무가 주는 곧은 초록에 빗물까지 타고내려 묘한 매력을 더해 주었고 도란도란 걸으며 느껴지는 젖은 황토길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산 중턱 정자에서 내려다 보는 섬진강 줄기... 날씨가 맑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강가를 서성이고 있는 안개 속에서도 모래톱의 멋진 그림이 아스라히 들어왔다.



나는 매화가 겨울을 이기고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는 꽃의 화신으로 2월이나 3월초에 피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개화시기가 늦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알았다. 다른 곳은 만개를 하였는지 모르겠는데 광양의 매화는 아직은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고 최소 일주일 정도...아마도 3월말... 다음주가 최절정이 아닐까 싶다. 노란 산수유꽃이 군데군데 매화보다 먼저 피어나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매화가 지고 일주일정도 있으면 벚꽃이 바톤을 이어 피어나는 듯....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매화마을의 경치는 꽃이 다 피지 않았어도 장관이었다. 그러니 이 비속에서도 매화향을 기다리며 찾아온 나그네들이 그리 많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거나 만개한 매화를 보기 위해서는 일주일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광양은 한자로 빛광(光)자에 볕양(陽), 즉 '햇빛을 담는다'라는 의미로서 천문학적으로 광양은 태양의 자오선이 향하는 남쪽이라고 한다. 오늘 산 위에서 내려다 본 매화마을은 안개 속이었지만 햇빛 고운 날 오면 참으로 실감나게 이름값 제대로 하며 햇볕을 담아내는 마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매화가 만개한 뒤라면 꽃구름위를 걷는 멋진 경험도 선사 해 줄듯......^^ 산을 내려 올 즈음해서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나그네들의 발걸음은 빗속에서도 울긋불긋 화려한 행보로 계속해서 이어졌고 관광버스의 행렬도 장관(?)이더라.ㅎ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천리향과 매화 모종을 팔고 있었다. 아공...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기어이 차에 오르는 곰만디손에 천리향 나무 봉지는 쥐어 지고...ㅎ 내년 햇살 고운 날 꼭 다시 한 번 더 여유를 가지고 찾아오고 싶은 곳 광양 매화마을과 안녕을 하고 다음 간 곳은 화개장터 화개장터... 내가 생각했던 시골의 장터와는 완전 딴판이라... 뭐 별로 할 얘기 없음...ㅎㅎ 그 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섬진강에서 살을 찌운 제첩으로 만든 음식을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리 먹기는 했는데..맛은..별루...^^ 그래도 관광버스는 줄줄이 들어오고 그리움에 배고픈 나그네들을 풀어놓고 있었다. 화개장터만의 특색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운생각이 들었다. 관광버스가 아닌 나그네들 스스로 찾아 오게끔 말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남도대교앞에서 한 컷 하고...^^ 곰만디도 여기서 사진을 찍었는데 초상권 침해니 우짜니 해싸서 안 올리는 척 하다가 학교 가고 난 뒤에 수정.....ㅎㅎ 장터를 나오는 길에 눈길을 자꾸 잡았던 금낭화랑 할미꽃 모종.... 정말 데불고 오고 싶었는데.. 울 곰만디 한마디에 몬 데불고 왔다. "옴마, 택시 기사아저씨가 검은 봉다리 줄줄이 들고 서 있으면 태워주지도 않을 끼다. 마당도 없는 집에 삼시롱..무슨 꽃욕심이 이리 많은지.. 그러니까 내가 이사하지 말자 안했나." "끙....그래 그냥 가자고요~~~" ^^

 



다음 간 곳은 하동 녹차 문화원이었는데... 그 곳에서 다도에 대한 예를 배우고 향과 색이 좋은 녹차도 마셨다. 예절을 배우고 제대로 녹차를 음미하면서 마시니 입안 가득 느껴지는 녹차향과 그 맛이...새로웠다.^^ 녹차나무는 아직 겨울이었다. 새잎을 내놓을 준비로 한창이었는데 연두가 올라오고 초록이 물들기 시작할 즈음 가면 하동의 녹차밭도 멋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코스는 박경리 <토지>의 배경이 된 최참판댁인데....아공 피곤해서리 다음에 정리해야겠다...일단은...패스다..ㅎㅎ 혹시나 비가 내려 추울까봐 옷을 여러겹 끼어 입었는데 역시 봄은 봄이었고 겨우내 먹고 오로시 살로 보낸 내 몸집은 여러겹 끼어 입은 겉옷 때문에 참말로 둔해서리...혼났다. ^^ 사진을 보니..역시나 살들아 내 살들아..절로 나온다.ㅎ 내일부터 다이어트 해야겠다..진따로..^^ 11. 3. 20. 비가 내렸던 광양 매화 마을 /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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