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이름도 희안하네..뽀리뱅이-박조가리나물

#경린 2011. 5. 27. 10:01





내가 평소 '씀바귀 닮은 거' 내지는 '고들빼기' '씁냉이'라고 불렀던 저 들꽃의 이름이 '뽀리뱅이'라고 주이님께서 알려 주셨다. 나에게는 참으로 친숙한 들꽃이라 보기만해도 정다웠었는데 이제서야 정확한 이름을 알게 되었다. 친정어머니께서 '씁냉이'또는 '고들빼기'라고 하셨기 때문에 고들빼기인 줄 알았었는데 언젠가 시장에서 고들빼기 나물 파는 것을 보니 좀 다르게 생겨서 분명 이름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쌉쓰름해서 ....그러면 씀바귀인가.... 그런데 인터넷에서 본 씀바귀와도 다르고... 씁냉이도 모습이 다르고..... 그러면 대체 이름이 뭐지...했었는데... '뽀리뱅이' 란다.^^




이름이 희안하네......^^ 왜 뽀리뱅이라고 했을까?? 뱅이~~ 뱅이....뱅이는 어감이.... 조금은 좋지않은 단어 뒤에 붙는데.... 어찌하여 내가좋아하는 들꽃이.... ....뱅이...인고...?? ^^ 궁금증 발동하여 여기저기 뒤져보니 3, 4월 모든 식량이 동나서 보리 수확을 애타게 기다리는 시기 산과 들로 다니며 나무 껍질을 벗기고 나물을 뜯어 연명할 때 뽀리뱅이는 여러 나물들과 함께 바구니에 담기던 풀이었고 보리 수확이 시작될 즈음이면 뽀리뱅이는 기다렸다는 듯 길게 꽃대를 내고 다투어 노란 꽃을 피운 뒤 다음해의 보릿고개를 위해 솜털을 달고 바람따라 훨훨 퍼져 나가 많은 씨앗을 퍼트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보리뱅이...뽀리뱅이라고 한다. 배고픈 시절 보릿고개를 연명하게 해 준 나물이라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어린 잎을 나물로 먹어 '박조가리나물'이라는 또다른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어떤 곳에서는 ‘비둘기나물’이라 했다고도 한다. 잎에 난 잔털이나 부드러운 감촉이 꼭 비둘기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또 잎을 땅에 바짝 붙이고 자라는 모습이 불상을 얹어 놓은 연화대를 닮았다고 일본에서는 '부처자리'라고도 불린단다 하나의 모습인데 이름은 여러가지... 어머니나 내가 엉뚱한 이름으로까지 불렀으니 도대체가 이름이 몇 개야...?? ㅎㅎ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과 친숙하다는 것일게다.




울옴마는 봄이면 항상 저 뽀리뱅이를 뜯어 쓴맛을 우려내고 된장과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나물로 해 주시기도 하고 김치를 담궈 주시기도 하신다. 김치맛이 쌉쓰름하면서도 입맛을 돋구어 주어 학교 다닐 때 울옴마표 뽀리뱅이김치는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참 많았었다. 물론 쓴 뽀리뺑이를 맛나게 만든 울옴마의 요리솜씨가 탁월해서이지만.....ㅎ 그때는 뽀리뱅이를 씁냉이,고들빼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이게 뭐야 하고 물으면 '씁냉이김치'라고 하면 아이들이 못 알아 들어서리 '고들빼기 김치'라고 대답했었다.^^ 지금도 옴마는 봄이면 뽀리뱅이 뜯기를 해마다 하시고 나물로도 김치로도 담궈주신다.




한방에서는 뽀리뱅이를 황암채라고 하며, 황화채 또는 황과채라고도 부르는데, 봄철에는 잎을, 가을철에는 뿌리를 생것으로 쓰거나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문헌에 따르면 황암채는 맛이 달고 조금 쓰며 성질은 서늘하므로 열을 내리고 독기운을 풀어주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부기를 없애준다 한다. 그러므로 감기, 인후통증, 결막염, 유선염, 종기, 독사에 물린 데, 이질, 간경화로 인한 복수, 급성 신염, 요로염, 류머티스성 관절염, 타박상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물에 달이거나 즙을 내어 복용한다. 역시 옴마는 봄에 뜯은 뽀리뱅이로 김치를 만들고 나머지는 말려 두었다가 몇가지 한약재를 더 넣고 다려서 우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신다. 그 덕분일까....나는 감기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지난일요일 할아버지집 근처에도 뽀리뱅이가 엄청시리 많아서리 한보따리 뿌리채 뽑아왔다.^^ 꽃대가 이미 쑤욱 올라왔기 때문에 김치는 못 담그고 말려서 겨울오기 전에 한약재 넣고 다릴 것이라고 하셨다.




작은 들꽃들 사이에 키를 쑤욱 올리고 햇볕에서는 방글방글 웃고, 저녁에는 꽃잎을 닫는 저 노란꽃을 보면 엄마가 함께 떠올라 항상 반가웠다. 그래서인지 내컴의 들꽃폴드 열어보니... 뽀리뱅이가 방글방글 오글오글....ㅎㅎ 풀숲이나 들녘보다는 시멘트 모퉁이라도 도시가 좋은지 홀씨들이 날라와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려 길을 가다가도 땅이 있는 곳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뽀리뱅이 담에 길에서 만나면 씀바귀 닮은 거..고들빼기..씁냉이..등 엉터리이름이 아닌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줘야지.. 뽀리뱅이....^^ 자꾸 부르니까 이상하지 않고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