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마지막 인사를 못 함은

#경린 2011. 7. 2. 12:19

 





볼수록 고았던 그 꽃이 없어져 버렸다. 날이 갈수록 짙어지던 그 푸른보라색이 하루아침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냥 스치고 지나갈수도 있었건만 꼭 내 발걸음을 잡아 서게 했던 사랑스런 꽃이었다. 수국이 이뿐줄은 알았지만 맑은 푸른보라색을 머금은 그 모습은 더 이뻤었다. 하루하루 짙어지면서 자신의 속뜰을 활짝 열어 벌을 불러 모아 함께 노닐던 그 꽃 여러 초록속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웠던 그 꽃 함께 했던 그 벌들도 나만큼이나 허전할 것이다.

 



전날 새벽까지 이관 마지막 짐을 싸고 행정과장님께 이것저것 지시를 내려놓았었다. 아침... 일어나기 싫은 몸을 달래며 수영장엘 가려고 막 나서는데 전화가 왔다. 중간중간 이관을 하면서 실수한 것에 대한 지적때문이었는지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수영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그대로 돌렸다. 좀 일찍 나선 걸음이라 어떻게 하고 있나 보고 난 다음 바로 수영장을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결국 종일 이관 마지막 이삿짐속에 파묻혀 수영장을 못 갔다. 새벽까지 이어진 정리정돈과..업무 다음날 아침 곰만디를 학교 보내고, 수영장을 가야하나....이리뒤척 저리뒤척... 그냥 오늘 하루 더 .....하다가 몸이 뭉쳐 있을 때는 움직여서 풀어줘야지 싶어 수영장으로 향했는데...

 



매일아침 보던 푸른보라색이 보이지를 않았다. 어제 비가 엄청 쏟아졌는데...... 그 비에 꽃이 다 져 버렸나 ......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였던 보라색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걸음이 빨라졌다. 오마나... 우찌 이런일이... 비 오는 날 꽃집의 주인님은 그 보라색 수국을 시집 보내버린 것이 아닌가.... 수국이 있던 자리에는 움푹 패인 구덩이만이.... 장마가 가고 나면 꽃이 다 지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지 한마디 말도 없이 시집을 가 버릴 줄은 정말로 꿈에도 생각을 못 하였다. 한참을 화원울타리에 서서 수국 떠난 자리를 쳐다보고 있자니 작년에 떠나보낸 곰만디강아지 짱구 생각이....

 



주택에 살다가 빌라로 이사를 오려하니 강아지가 문제였다. 좁은 빌라로 데리고 올 수가 없었다. 좁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콘크리트 건물 속에 혼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짱구에게도 못 할 짓이었다. 강아지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에게 집을 팔아버려 새주인은 짱구를 거부했고....갈 곳을 수소문 하던 중 친정아부지께서 좋은 곳이 있다며 이사를 며칠 앞 둔 어느 날 아침 통보도 없이 오셔서 짱구의 소지품 모두를 챙겨 데려가 버리셨다. 그리고 데려 간 곳을 알려주지도 않으셨다. 자꾸 찾아가게 되면 짱구도 새주인도 힘들다고 하시며... 학교에서 돌아온 곰만디는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다. 마지막 인사도 못 했는데.... 아침에 내가 한 대 쥐어 박고 갔는데.... 마지막 밥은 내가 먹였어야 하는데... 목욕도 시켰어야 했는데.... 장난도 심하고 낯가림도 심한데... 꼭 한 번 안아 주고 할 말도 있는데....... 어찌하여 한마디 인사도 못하게 할 수가 있느냐고...

 



하이고...진적에 의논도 했고 맘에 준비도 하게 했는데 몇 날 며칠 그렇게 나는 구박을 받았었다.^^ 그나마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간간히 아부지께서 핸폰으로 찍어 보내 주셨고, 시간이 흘러 눈물이 마르기는 했지만 지금도 그때를 한 번씩 들먹이며 서운함을 표시하고 사정없이 눈을 흘긴다...ㅎㅎ 마지막 인사를 한다는 거... 마지막 인사의 의미.... 앞으로 보지 못하게 되더라도 서로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맘을 담은 마지막 인사 지나간 것은 아름다이 마무리하여 추억으로 고이 간직하고 다가오는 순간들에 빈자리를 내어주는 일 그 마지막 인사를 못 한것은 못내 서운하고 아쉬운 짠함이더라.... 하루아침에 인사도 없이 사라져버린 수국 그래도...비 오는 날 시집을 가서 새로운 곳에 싱싱하니 뿌리는 잘 내리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