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울아부지 좋아하는 꽃 해당화 보니 아부지 생각이 나 .아버지의 등을 밀며/손택수

#경린 2012. 6. 17. 20:30

 




해당화가 고옵게 핀~ 바닷가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 덕분일까 해당화는 우리 주변에서 그리 쉽게 볼 수 없는 꽃이지만 참으로 친근한 꽃이기도 한 듯 하다. 해당화... 또한 내게는 친정아부지 생각나게 하는 꽃중에 하나, 늘은 아니었고...기억하건데 중고등학교 시절즈음의 내아버지께서는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몇몇 꽃을 사 오신 적이 있으시다. 하와이무궁화, 미모사, 돌단풍, 해당화 그리고 이름모를 지금 공기정화 식물이라고 하는 실내 식물들이 그것이다. 많이 사 오시지 않아 그런지 아버지 데불고 오셨던 꽃들 모두를 기억하고 있는 나자신을 보고 새삼 놀라웁기도 하다.^^ 유년의 기억은 이렇게 아련한 추억으로 내가 살아가는 내내 나의 깊은 뿌리로 작은 지푸라기에도 되살아나 미소짓게 한다. 대쪽같은 성품에 우렁찬 목소리를 가지셨고 언제나 당당하시고 자신감 넘치셨던 아부지이신지라 항상 그자리 그대로 건강히 함께 하실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아버지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한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 심장에 이상이 있으시단다....... 바로 입원해야하고 수술해야한다는....... 담당의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나...

 




그런가운데 울아버지께서는 수술을 거부하시고 계속 치료를 하고 계신다. 아버지 맘 알아주시는 의사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얼마전에는 부산대학병원가셔서 정밀검사도 받으셨다. 며칠있으면 결과가 나오는데...... 늦어도 가을에는 놀고 있는 땅에 건물 올리자고 하셨더랬는데 아버지 건강 적신호 켜지면서 일단 보류...... 뭐든 생각하시면 바로 밀어 붙이는 아부지이신데..... 6월 들어오면서 쏟아진...벌려놓은 일에 내가 지쳐 주저앉고 싶어졌을 때 부모님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더랬다. 며칠 전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아버지 기운 잃으시고 다니시던 등산도 서예공부도 다 미루시고 누우셨더란다.... 이곳저곳 아프시다며.......라는 말을 전해 들어 그랬던가 생전에 그리하신적이 없으셨던 분이신지라 아버지 목소리 듣는 순간 목이 뻑뻑 해지고 어찌나 맘이 아프고 눈물나는지..... 전화 끊고는 퍼질고 앉아 펑펑 울었다. 눈물의 카타르시스인가 아니면 부모님 목소리 들었음인가 기댈 언덕 있음에 고마움인가 늘 언제나 항상 그자리 그대로 함께 하고 싶음인가 모든것이 미안함 뿐임인가...... 그래도 내가 부모님 웃음이나니 그렇게 다시 기운내고 고고.......^^ 해당화 곱게 피는 계절.....곧 아버지 생신이시다. 옛날 어느 날의 추억처럼 이제는 부모님 따라가 아닌 내가 부모님 모시고 여행 다닐 날이 오겠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실 수 있기를..... 그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를.......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둔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은 입 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잔뜩 성이 나서 물 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