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우리들을 위해 늘 기도 해 주시던 외할머니...할미꽃/이해인

#경린 2012. 5. 5. 22:04

 




할미꽃 / 이해인 손자 손녀 너무 많이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종일 연도(煉禱)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

 




온 몸에 흰 털이 잔뜩 나 있고 꽃대가 굽어 꽃이 땅을 향하고 있으니 그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무릎꿇고 엎드려야 하는 할미꽃 꽃잎이 지고 나면 흰 털이 난 씨를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흰머리가 난 할아버지 같다고 해서 한자어로 白豆翁(백두옹)이라고 한단다. 할미꽃은 주로 양지바른 묘지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꽃인데 요즘은 사람들의 손을 타서 야생에서는 보기가 힘들고 봄에 시골 장터에 가면 그 모종을 많이들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역시 추억속으로 묻혀가는 유년의 야생화가 아닌가 싶다.

 




할미꽃 보노라니 외할머니 생각난다. 몇 올없는 하얀 머리 한 줌 돌돌 말아 쪽지셨던... 외할머니와 함께 했던 곳 찾아가면 그추억 한 자락 되살아 나려나했는데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고 먼 허공 속이더라 산자락 할미꽃은 가는 봄 끝에서 흰머리 날리고...... 멍하니...할미꽃 보며 중얼중얼....... 외할머니가 참 보고 싶다 우리들을 위해 늘 기도 해 주시던 외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