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세월을 잡아 두고 싶은 꽃 해당화 . 해당화/한용운

#경린 2012. 5. 5. 22:35

 




해당화 /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랬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는 꽃을 주워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어쩜 이리도 색이 고운지... 내가 본 해당화 중에서 제일로 고운 빛이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때인가... 울아부지께서 해당화를 가져 오신 적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꽃나무라고 하시며 그 꽃을 참 이뻐 하셨드랬다. 근데 가시가 있는 해당화는 너무나도 고운 핑크색 꽃을 피워내기도 했지만 자꾸자꾸 자라 그리 넓지 않은 마당에 두기에는 적합하지도 않았고 고운 딸들이 혹여 그 가시에 찔리기라도 할까 염려스러우셨는지 어느 날 학교 갔다오니 없어져버렸다. 어디로 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창원으로 이사 온 집에는 붉은 겹꽃을 피우는 키가 큰 동백나무가 있었다. 마당 안쪽에 있는 창고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동백나무 앞을 지나가야했는데 동백나무가지가 계단난간까지 뻗어 있어 화단과 난간사이를 몸 숙여 지나가도 가지가 스쳤더랬다. 한 날... 아부지 큰 꽃가위 가지고 와서 그 가지 싹뚝싹뚝 자르셨다. 동글동글 이발 한 동백나무 앞에서 흐뭇해 하시며 울아부지 하시던 말씀 "태야, 너거 엄마 인자 이리로 지나다녀도 나뭇가지가 얼굴 때리지는 않것제?" 붉은 울음을 흐드러지게 피워 내었던 나이 많았던 동백은 아부지께서 어찌나 바짝 몽돌몽돌 잘라 내셨는지 몇 해 동안 꽃을 제대로 피워내지 못했더랬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 뵈러 간다. 부모님 좋아하시는 꽃들 보니 자꾸 맘이 짠해진다. 세월을 잡아 두고 싶은 맘....... 부모님의 세월도...... 나의 세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