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라나스덜꿩 / 낙화, 첫사랑-김선우 / 김선우의 낙화,첫사랑을 배달하며

#경린 2012. 5. 27. 20:24

 

백당나무꽃-아직 덜 핀 모습

 




라나스덜꿩 라나스덜꿩나무는 인동과의 낙엽관목으로 산지의 습한 곳에서 자란다. 꽃이 백당나무와 비슷하게 생겨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백당나무는 가장자리꽃의 꽃잎이 다섯장이고 라나스덜꿩은 꽃잎 한장이 퇴화되어 부채꼴의 모양이었다. 잎또한 백당나무는 세갈래로 잎맥이 나뉘고 라나스덜꿩은 둥근모양에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되어 있었다. 라나스덜꿩나무는 처음 보았는데 하얀 꽃이 빙 둘러 앉아 핀 모습이 멀리서도 하얀 눈이 내린듯 확 띄는 모습이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꽃잎의 그 모양새가 또한 특이하여 눈길을 잡아 한참을 보았다.

 

라나스덜꿩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사, 2007

 




김선우의 「낙화, 첫사랑」을 배달하며 꽃이 진다는 것은 아름다움의 소멸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성찰을 김선우의 시 곳곳에서 발견합니다. “나는 꽃을 거둔 수련에게 속삭인다 / 폐경이라니, 엄마, 완경이야, 완경!”이라고 말할 때, 낙화는 닫힘이 아니라 새로운 열림을 의미하지요. 또한 “사람이 모르는 다른 이름을 찾아 / 길 떠나야 하는 꽃들이 있다”고 말할 때, 꽃들이 떠나야 하는 이유는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함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허공을 향해 길 떠나는 꽃잎을, 그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까지가 온전한 사랑의 몫이겠습니다. 지난 해 꽃 필 무렵 시작한 시배달을 올봄 꽃 질 무렵 마치며, 이 시를 수많은 그대에게 보냅니다. 나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