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당신에게 보내는 이백스물아홉번째 편지 . 너에게 쓴다 /천양희

#경린 2012. 9. 16. 13:56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여름 뙤악볕과 그에 더한 뜨거운 기운을 뿜어내었던 에어컨의 외기옆에서도 꿋꿋히 살아나 주인이 눈맞춰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초록이들 앞에 앉아 오전 내내 내리던 비와 함께한 반나절이었습니다. 치자나무잎이 자꾸 누렇게 됩니다. 무지한 주인은 '너 왜 그러니?' 나무에게 물으며 물주고 생명잃은 잎 따주는 일밖에는 못하네요. 며칠전 꺾꽂이 한 조개나물잎이 또한 시들시들 비가 많이 와 습기 충만하지만 새뿌리 내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잎에게는 부족한 모양입니다. 물뿌리개로 물을 뿜어 이슬 맺혀주니 기운을 좀 차린 듯

 




많은 반가움을 주었던 수국꽃은 주인의 안일함으로 뜨거운 기운앞에 잎을 다 떨구고는 말라버린 모습 차마 뿌리채 뽑아버리지 못하고 자꾸 쳐다봅니다. 에어컨 외기의 열기앞에 넉다운 된 초록이가 비단 수국뿐이겠어요. 수국은 우리집에 오자마자 뿌리도 내리기전에 그 변(?)을 당해 완전 죽음을 당한 것이고, 상록넉줄고사리, 서양난, 사랑초, 아이비, 조개나물꽃, 아마 치자나무도 그런듯하고...... 나 시원할라꼬 하다가 초록이들에게 완전 수난을 준 샘...ㅠ.ㅠ 한여름 더위에 제가 먼저 넉다운 되어서리 며칠 뜨거운 불덩이 같았던 베란다에 얼씬도 안한 것이...... 못내 미안함입니다.

 




뒤 늦게 꽃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발견했지만....이미 많이 늦어버렸고 찬바람불어 살만한 이즈음에도 저리 저 모양이 되었네요. 꽃지고 잎 다져 구석에 밀쳐 두었던 사랑초는 다시 잎을 내었습니다. 곧 겨울인데 저렇게 잎을 내면 우찌 겨울을 날려나....... 사랑초의 사랑은 시도 때도..계절도 모르나봅니다. 우리사랑 같지요?? ^^ 그늘 구석에 두었더니 키만 멀대 같이 쑤욱 자라고 여리디 여린지라 좀 늦었지만 햇살 좋은 쪽으로 자리를 옮겨 주고 비 오지만 흙이 말라 있어 물도 주었지요.

 




점심나절에 비가 잠깐 그치는가 싶더니 다시 주룩주룩입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내리는 비라카더만 줄기차게도 내리네요. 며칠 이어질 비라고 합니다. 내일은 태풍의 영향권에 든다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하니 대비를 잘 해야할 듯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내리는 비와 함께 차 한 잔하며 당신 생각을 하는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늘상 함께 하는 일상임에도 시시콜콜 또 몇자보냅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이백스물아홉번째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