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부산 범어사의 비 오는 날 풍경

#경린 2012. 7. 16. 11:17

 




범어사...... 막연히 도착하기 전 까지만 해도 유년의 기억 한 쪽 모퉁이를 꺼내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었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들어선 경내..... 낯설다... 기억속의 어느 끄트머리 하나도 당겨져 나오지 않는 낯설음이었다.

 




범어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로 불리우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많은 고승대덕을 길러내고 도인을 배출한 수행사찰로 오랜 전통과 많은 문화재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의상대사를 비롯하여 원효대사, 표훈대덕, 낭백선사, 명학스님과 그대에 경허선사, 용성선사, 성월선사, 만해한용운 선사, 동선선사 등 고승들이 수행 정진하여 명실상부한 한국의 명찰로서 그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사찰이며 대웅전은 보물 제434호로 지정되어 있단다.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으로, '대웅'이란 법화경에서 유래되었고, 대웅은 '마음에 치성하는 일체의 번뇌를 끊고, 법력과 도력에서 이 세상의 가장 위대한 석가모니 부처님'을 부르는 말이라합니다. 범어사 대중전은 본존불인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미래에 오실 미륵보살(미륵불)과 과거의 부처님이신 오른쪽의 제화갈라보살(연등불)이 봉안되어 있다네요. 즉, 과거·현재·미래를 나타내는 삼세불(三世佛)이 봉안되어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장전 뒤의 큰 바위 아래에는 소원을 빌며 쌓은 작은 돌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나도 작은 돌 하나를 주워 올리고 합장하고 소원을 빌었다.^^

 




공양간으로 가는 길인 듯...... 몇몇의 스님들께서 계속 오고가고 하셨다. 비를 오로시 맞고 있는 기와가 멋스럽게 다가와 질퍽한 진흙길이었지만 한참을 머물며 사진을 찍었다.

 




기와와 담쟁이 그 뒤로 병풍같이 뒷 배경이 되어주는 깊은 골짜기를 품은 산새와 운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왼쪽 옆이 좀 잘린듯한 느낌인데..... 현대식의 생뚱맞음이 있어 끊어내다보니 그리되었다. 산사에 오는 즐거움 중 하나가 이런 자연의 깊은 품에 안겨 보는 듯한 편안한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대웅전 마당으로 와 합장하고 되돌아 나오는 길 범어사 종루앞에서..... 오른쪽 옆에 보제루는 지금 복원 공사 중이었다. 둥둥둥 왠지 북소리 울릴 듯한데..... 비가 오니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톡톡톡....^^



종루 왼쪽 바로옆의 약수 물이 흘러 내려오는 관 끝에 수도꼭지가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필요할 때마다 꼭지를 돌려 받아 마시는 모양이다. 항상 절에 가면 약수물 한사발 떠 마시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어서 목이 마르지 않아 그냥 사진만 한 장 찰칵..^^




범어사에 그리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다른 산사에서 보다 스님들의 모습을 참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아마도....그것은 범어사에 계시는 스님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기도 할 듯... 올라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와.....

 




종무소로 내려가는 길 비 맞은 기와에 달팽이가 외출나와 놀고 있었다 더듬이(?)이가 뾰족... 손으로 살짝 건드리니 쏙 들어간다...ㅋ 달팽이는 아마도 비 오는 날이 소풍 가는 날인 듯....^^

 




자칫 딱딱해 보일수 있는 시멘트의 계단 돌담과 기와 그리고 자연의 초록이와 어우러지니 그 딱딱함도 운치로 바뀌는 듯......^^ 어느 계절에 와도 참 좋겠다 싶었다.

 




앗! 안면이 있는 소나무^^ 한참 내가 소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옆지기가 범어사 들렀다가 핸폰으로 찍어 보내준 그 소나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 보았다.^^ 범어사 내 성보박물관 앞의 멋진 소나무 반가와서 독사진 한 컷....^^



성보박물관에는 불상과 불화, 사찰에서 사용되는 금속공예품, 금고, 책(삼국유사) 등 여러가지 유물이 전시 되어 있었다. 몇 해전 화재로 소실된 천왕문의 사천왕도 전시되어 있다.

 




성보박물관을 나와 조계문(일주문) 앞에서 다시 합장 일주문은 세속의 번뇌로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있는 문이며, 기둥이 일직선상에 한 줄로 늘어서 있다고 하여 일주문이라고 한다. 대개의 사찰 일주문이 좌우에 하나씩 2개의 기둥을 세우는데 범어사 일주문은 일렬로 4개의 육중한 돌기둥을 세운 아주 크고 웅장한 일주문이었다. 일주문...사찰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인데 주차장에서 내려 대웅전으로 바로 올라가다보니 나는 나오면서 합장을....ㅎㅎ

 




범어사 주변은 수풀이 우거진 계곡이라 햇살강한 한여름에 와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을것 같았다. 초록의 나무들과 바위 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냇물 부슬부슬 안개를 안고 내리는 산속의 비 가끔은 희뿌옇게, 가끔은 짙고 어둡게 또 가끔은 맑고 상큼한 바람 한 줄기를 데불고 다가오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이 비가 그치면 저기 저 흐르는 물과 계곡으로 부는 바람이 그리울 것이다.

 




범어사 주변에도 딸린 말사 암자들이 많았다. 주차장을 지나 청련암을 향해 숲길을 따라 무작정 올라가는데 내려오란다. 계획했던 수국 보러가게........ 짧은 시간이었고 초행길이라 제대로 둘러 보지도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비가 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