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중급 태풍 산바가 지나가고 난 뒤의 저녁놀 / 지나간다 - 천양희

#경린 2012. 9. 17. 17:14




지나간다 /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 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물폭탄 바람폭탄을 떨구며 기세등등 윙윙 중급태풍 산바가 지나갔다. 남해에 상륙하여 우리나라를 관통할 것이라는 예보에 경남전지역 유,초,중,고등학교 모두 휴교령이 떨어지고 이중삼중으로 문을 꼭꼭 테이프 발라 닫고 숨죽였다. TV뉴스속보에 귀 기울이며 간간히 가로수 나무들을 미친듯 춤추게 하고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과 비를 흘깃흘깃 흘겨보았다. 지역속보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낯익은 시내의 물바다와 건물붕괴 산사태.....흐미 무서비...... 저녁까지 비가 많이 내릴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후3시즈음되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비도 바람도 조용해졌다. 왠걸 햇살까지 방긋이 나왔다들어갔다하네..... 태풍피해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듯한데.....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지만 지나가고 난 뒤의 저 아픈 상처들은 다 우짜노....... 빠른시일내에 아물어야 할텐데.... 아물기전에 후폭풍이 몰아쳐서는 안되는데.... 올해는 유난히도 태풍이 많이 오는 듯하다. 그 규모도 작지 않은 것이.... 모쪼록 피해 없고 무탈하시길.....

 




노을 / 최윤경 나이를 먹는 다는 건 나를 곱게 물 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러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태우는 일
잉걸(불잉걸) :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

 




태풍뒤의 고요함..... 지는 황금빛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창틀에 한참을 턱 괴고 서서 봤다. 이 아름다운 풍경...얼마만인지..... 같은 방향의 변화모습을 담았는데.... 솜씨가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 눈으로 실제 본 모습은 훨씬 더 아름다웠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마을의 풍경도..... 눈부신 노을도......역시 사람의 눈이 보배임을 실감....^^ 나도 이렇게 곱게 물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