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통영-워크샵

#경린 2009. 8. 9. 10:13




작년 이 맘때쯤 "초등부 통영 가는 날 비오면 어떡하죠?" "비와도 당연히 가야지요. 어린애 때는 비오면 못 갔지만 이 나이 되고 보니 비오면 비 오는 데로 운치가 있더이다~~ ^^" 어디를 간다는 것은 어린아이나 나이든 어른이나 그 설래임이 매한가지 인듯합니다.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그 즐거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줌마이니 이렇게 공식적인 외출이 얼마나 즐거운지....공식적인 외박...ㅋㅋ^^ 으미...좋은 거....해방되는 느낌...ㅋㅋㅋ   초등부 전체 선생님들 각자 정해진 차에 탑승하고 출발!! 하늘은 맑고 구름은 뭉게뭉게.....바로 내기분이여..^^ 우리 차 4명의 평균 나이는 31세 제가 평균나이를 높여 놓았습니다. ^^ 고기다 MP3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무진장 생소했지만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야호, 드디어 떠나는 구나!!! ^-^



첫 번째 목적지 남망산 공원으로 갈려고 했는데 서무과 선생님께서 길을 잘못 들어서 충무김밥집으로 먼저 가 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시장기가 앞 선 서무과선생님의 계획적인 의도가 아닌지 심히 의심이 되는...^-^ 충무김밥의 원조라고 자랑하는 '뚱보할매김밥' 집이 저희들의 첫 번째 맛집이었습니다. 통영까지 왔으니 원조 충무김밥을 안 먹어 볼 수 없지요. 근데 원조라고 해서 찾아 갔는데 생각보다는 영 맛이..... 예전에 아버지랑 같이 충무 와서 먹었던 그 깊은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원조가 아닌 가비여...속았다...캬~~^^" 맛이 있거나 없거나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나게 일단은 먹고.. 원조 김밥집이라고 간판마다 써 놨기 땜시 잘 골라서 들어가야 합니다요....^^



남망산공원의 팔각정에 올라가 단체 사진 찍고 공원 산길을 따라 새들의 재잘거림과 어우러져 종알종알 재잘재잘 수다도 떨고 멀리 보이는 통영 앞바다의 비릿한 바다내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기다려라 곧 우리가 갈 것이니" 하고 웃음으로 인사도 하고..... 노처녀 선생님들과 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오, 그런데 이런 쇼킹 헌 것이!!!!! 남자의 나체상들......오메나 워쪄...ㅋㅋㅋ 노처녀 선상님들 고 앞에서 좋아 어쩔줄 모르고... "야, 짝도 있는 것들이 주책스럽기는.. 그리 좋으면 밤마다 허벅지 그만 찌르고 빨리 합쳐라 합쳐" "으미 그래야 쓰것어요......^^ " 조각상 안고 어루만지고 뽀뽀하고..... 사진 찍고.....흐이그 ....조 진상들......*^^* 그 진상 선상님들 작년 겨울을 넘기지 않고 땡처리 하려고 했는데 아직도 처리 몬하고 있음... 한 살 더 묵으니 주접 만 더 널었음...쩝 올 다가기 전에는 처리해야 하는디 고거이 여~엉~



다음 두 번째 목적지, 충무공 이순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한산도 제승당을 향해 배에 올랐습니다. 파도와 함께 불어오는 선상에서의 바닷바람은  시원하고 기분 좋게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이 배타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으니 배를 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근데 두 사람 신나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배멀미를 해서 완전 배바닥에 널부러져 버린 우리의 호프 꼬부랑글 노처녀 선상님...ㅋㅋㅋ 모두들 부서지는 파도에 더 넓은 수평선에 환호를 지르고 셔트 누르고 난리구만 노처녀 영어선생님 수학선생님 두 분다 주접 떨 기운도 없는지 고 짧은 시간 배를 타면서도 맥을 몬추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도....더 넓은 수평선도....몬 보고... 우짜노!! 그라이 시집을 몬 가지...ㅋㅋㅋㅋ



  아!  올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산도의 나무들은 어찌조리 예쁘고 멋있는지.... 참으로 한산섬 주위 전경은 애간장을 녹이고도 남음이 있었고 철썩철썩 파도소리는 그 운치에 더해져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비릿한 미역냄새와 특유의 바다내음.... 그기에 솔숲의 그윽한 향이 세월을 이고 서 있는 멋진 소나무의 자태와 어우러져 온 몸을 샤워 해 주는 듯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정신도 맑아지는 듯 했고.... ‘지상낙원이 따로 없는 것이여’ 하는 생각도...^^



   제승당에 향불 하나 피워 참배하고 내려오면서 궁터에 들러 되지도 않는 폼도 한 번 잡아보고.... 근데 옛 우리 선조들은 참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활이 꽂힐 목표지점은 상당한 거리였었는데 어떻게 활을 쏘아서 그것을 맞힐 수가 있었는지.... 쬐금 걷고도 핵핵거리는 우리로서는 그저 감탄스러울 뿐..... 입구의 정자에 앉아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시조도 한 판 읊고....여기서 노처녀 또 한마디 합니다. " 쌤님, 아무래도 이순신 장군님의 이 애를 끓는 다는 것은 어머님을 향한 것이 아니고 그....저... 뭣이냐... 그것은 필시......그죠?? 쌤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이 경치를 보십시오. 어찌 애를 끓지 않겠는지....." " 야, 너거 오빠는 어째 너를 그냥 이대로 보고만 있는다냐?? 보쌈이라도 해 가지" " 글쎄 그것이 저도 소원입니다요...ㅋㅋㅋ. ^^ "



  유람선을 타고 자연 암석위에 만들어진 바다 가운데 거북등대에게 안녕을 고하고 일몰을 보기 위해 달아공원으로 바로 갔습니다.   일정이 워낙에 타이트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의 그 시간표대로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6시에 일몰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정보대로 사람들이 모여 들고 일몰이 시작 되었습니다. 구름이 많이 끼인 날이라 그렇게 장관까지의 일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기소임을 다하고 예쁘게 하늘을 물들이고 귀가하는 햇님의 마지막 모습을 놓칠 새라 연인들은 일몰 앞에서 부둥켜안고 사진을 찍고... 우리의 사내 커플도 그에 질세라 멋진 포즈를 취하고.. 아주 닭살 애정행각(?)을 벌였습니다. "그리여 좋을 때다.... 올 만 봐 줄 팅께 실컷 해라이 월욜부터는 얄절 업승께...흔디 우찌 일몰보다 이뿌다..ㅋ^^ "



  낮과 밤을 이어 주는 저 아름다운 색조만큼이나 좋을 때인 젊은 연인들.....아름다웠습니다....샘 날 만치..ㅋㅋ^^ 일몰이 이루어지는 왼쪽으로 달이 떠오르는 모습도 희미하게 보였는데 구름에 가려 그 경이로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좀은 아쉬웠습니다.   달님과 햇님이 아주 짧게 얼굴을 대면하고 애절하게 이별하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달님의 ‘나 여기 잘 있으니 걱정마오’ 하는 다정한 눈빛은 구름 속에서도 반짝 빛을 발하고 햇님은 그리운 임을 만나 부끄러워 주위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그렇게 안타깝게 마주치는 순간이었습니다. "긴 이별 짧은 만남~~에궁, 안타깝고 아쉬워라~~ㅠ.ㅠ"   일몰을 보고 내려오니 햇님이 집 찾아 가 버렸다고 온 시내가 어둠에 깔리고 가로등이 켜졌습니다.



   긴 이별 짧은 만남 / 경린 저 쪽 먼 끝에서 당신은 오고 이 쪽 끝에서 나도 가고 있습니다. 세상만사 안개와 구름에 가려 나를 향해 웃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또 나의 눈물에 가리려 하고........ 곱고 달콤한 미소를 머금은 당신! 가야만 하는 내 뒷모습을 애절히 바라만 보며 스치듯 다가오는 당신을, 당신의 그 간절한 눈빛을 차마 볼 수 없어 얼굴 붉히고 맙니다. 내가 오면 당신은 가고 당신이 가면 내가 와야 하는 당신과 나의 기구한 운명이여! 하나 짧으나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이 또한 얼마나 큰 환희인지요. 당신과 나의 애절한 만남이, 노을 지는 안타까운 헤어짐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이 되는 날, 우리 함께 오래도록 바라 볼 수 있을련지.....



  그리고 두 번째 맛 집!! 숙소인 마리나리조트 바로 옆의 굴밥집..TV에서도 소개 된 유명한 굴밥집이라고 해서 먹어 보기로 하였지요. 굴밥과 해물탕을 시켰는데 굴밥의 맛이 꽤 괜찮았습니다. 음~~~해물탕은 아무래도 마산쪽이 한 수 위인 듯하고...^^   영양 듬뿍 담긴 굴밥을 맛나게 먹고 배 두드리면서 드디어 마리나리조트 숙소에 도착!! 각자의 짐을 풀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준비 해온 술과 안주를 펼치고 앉아 마치 대학시절 MT때처럼 벌주가 걸린 다양한 게임을 했습니다. 369게임, 후라이팬 놀이, 이미지 게임, 007빵 등 참말로..... 암만 아그야들 정기를 먹고 사는 저지만 이궁....아고고....으미야....^^ 386세대가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힘든 게임들...헥헥!! 결국 저는 한 시간 동안 벌주로 맥주3잔을 마셨는데 짧은 시간에 주량을 초과하는 양을 마셔 완전 열이 펄펄 얼굴은 불덩이....눈은 토까이 눈..... 맥주 세잔에 벌개진 저를 연신 걱정합니다. 아주 노약자 취급!! 에궁.... 막판에는 술 고픈 선상님들께서 자진하여 흑기사를 해 주시고 ....우야든둥 고마삐....ㅋ  



  두런 두런 선생님들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체력이 약한 선생님들께서는 꾸벅꾸벅 졸다가 고대로 스르르르~~~잠들어 버리고...^^ 이른 아침!!! 깊은 잠이 못 들고 잠이 깨어 이방저방 둘러보니 모두 골아 떨어져 있고.... 혼자 씻고 해안가 산책로로 나갔습니다. 아침공기가 엄청 상큼하고 철썩철썩 파도와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도 반갑게 들렸습니다. 더 없이 평화로운 풍경이 쫙 펼쳐져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마음의 평화와 여유를 가지게끔 해 주었습니다. 바닷가 조금 드러난 모래밭에 그 새 누군가 발자국을 찍어 놓기도 하였고, 여기저기 낚싯대를 드리운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 홍합을 따 가며 온 얼굴 가득 만족의 웃음을 안은 할머니와 손녀.... 아! 이런게 행복이구나....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바다를 한 눈으로 넣고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음~~~~~~ 상쾌해 .....아~~~~~ 기분좋다...."



  해풍이 참 기분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해안로를 한 바퀴하고 들어오니 선생님들 모두 일어나셔서는 그제서야 씻고 해안가 산책 간다고 나가 시길래 저는 또 따라 나갔습니다.....ㅋㅋㅋㅋ ^^ 근데 역쉬 이른 아침의 운치는 따가운 태양에 의해 모두 사라진 뒤라 두 번째 산책은 영 별로..^^ 긍께 일찍 일어나는 새가 거시기를 잡는다꼬 일찍일찍 일어나야 한당께요....^^   리조트를 나와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원래는 청국장을 먹기로 했으나 아침부터 먹기는 좀 그렇다는 의견....어떤 선생님은 삼겹살 누구는 회, 심지어 햄버거에 치킨까지..... "참 내, 어린것들 하고 다닐려고 하니 이거야 원.....^^" 어제 술 먹은 뒤니 복국을 먹으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복국을 먹을 줄 아니 모르니 젊은 애기(?)선생님들은 입이 나왔지만....햄버거보다야 당근 났지...ㅋㅋㅋ 못 먹어도 고 이니께 걍 따라 오기요....^^ 근데 중요한 것. 예정에 없던 복국집이라 못 찾겠다는 것.. 그래서 애초 계획했던 청국장을 먹으러 갔습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집이라 인테리어도 깔끔, 나오는 음식도 깔끔, 청국장 특유의 냄새도 없고 맛도 아주 좋아서 모두들 만족하며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각자 집을 향해 출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교감하고... 서로의 감정을 받아주고 들어주고 풀어주고 ... 힘들어하는 등도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서로 부대끼면서 마주 보고 웃고.......그 환한 웃음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면서 정이 오고 가고............. 좋죠....이렇게 서로 부대끼면서 사는 것................ 짧은 일정으로 잡은 타이트 한 코스라 피곤하기는 했지만 삭막한 사무적인 만남에서 이렇게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교감의 자리는 사람사이의 정을 더 돈독하게 해 주면서 살아가는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즐거움인 듯합니다. 올해도 단합대회겸 워크샵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일정이 빡빡해서리 현재는 12월이나 되어야 갈 것 같기도 하고.....이궁..... 어쨌거나 같은 추억의 큰 그림에 서로서로 가지고 있는 조각의 추억들을 모아 그림을 완성 해 가며 함박 웃음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