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김해 은하사 - 가야시대 창건 된 절집 / '달마야 놀자' 영화촬영지

#경린 2012. 10. 28. 21:35

 

은하사 입구 돌계단



김해 미술관에 볼 일이 있어 가게 되었다. 김해 간 김에 김해에서 유명한 사찰을 둘러 볼 겸 인터넷 검색을 하니 영화 '달마야 놀자'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은하사가 나왔다. 미술관 볼일을 보고 네이비에 은하사 주소를 치니 미술관에서 15분 거리....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듯

 



초행길이라 무작정 네이비가 가르쳐 주는대로 꼬불꼬불 포장되어 있는 길을 계속 올라갔다. 어디까지 가나 어디 한 번 가 보자 싶어 차가 올라갈 수 있는데까지 계속 올라가도 은하사 입구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아니 보였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어 내려 물어보니 어느새 은하사 바로 옆 이었다.^^ 사찰 입구처럼 생기지 않은 나무문을 들어서니 바로 절이었다. 엥...그런데 인터넷에서 보았던 그런 풍경이 아니네..... 운치있는 돌계단을 제법 밟고 올라가야하는 듯 했는데.. 이상하다...잘못왔나.....??

 

돌계단 중간쯤에 위치한 연못



절마당을 가로질러 사찰 입구 문인듯한 곳으로 가니 인터넷에서 본 돌계단이 나타났다...그렇지 여기구나..^^ 사찰내로 들어가기 전에 돌계단을 따라 내려 가 보았다. 내려와 보니 입구를 몰라보고 지나쳐 더 올라갔던 거였다.^^ 세상은 참 좋아졌다 요즘은 어느 사찰을 가나 도로가 절마당까지 잘 포장이 되어 있으니..... 경험컨데 입구까지 차로 올라가지 말고 좀 아래에 주차를 하고 신어산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단풍구경을 하며 올라가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하사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너럭바위로 놓은 돌계단이다. 돌계단을 올라가다보면 중간쯤에 수월보살님이 서 있는 연못이 있었다. 수월보살님 앞에 서니 가벼운 바람이 지나가는 듯했다. 연못의 작은 구름다리를 지나 다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노라니 꽃이 진 뒤 잎이 올라오고 있는 꽃무릇의 잎들이 파릇파릇 보였다. 은하사도 꽃무릇 필 때면 참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아직은 단풍이 완전히 들지는 않았지만 변해가고 있는 초록이들 속에 어우러진 은하사의 돌계단과 삼문이 아름다웠다. 삼문 위로 신어산 정상의 우뚝 솟은 바위들이 보였다. 이 바위들은 모두가 나한상이라 여겨져 지금도 이 곳을 나한도량으로 삼아 기도하는 불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한다.

 



은하사 입구의 삼문 기둥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 하니 잘 다듬어진 원기둥 모양의 기둥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통나무를 사용하였다.

 



삼문을 들어서 합장한 뒤 바라보면 왼편은 은하사 절내 주차장이고 바로 앞에 범종루(왼쪽)와 보제루(오른쪽)가 보인다. 범종루와 보제루 건물도 상당히 특이했다. 이층으로 되어 있고 범종루의 기둥을 아름드리 나무를 다듬지 않고 본 모습 그대로 세워 올려 그 위에 마루를 깔고 난간을 둘렀다.

 



범종루에는 신어범종과 목어가 있었고 난간에도 크고 작은 목어들이 있는것이 인상적이었다. 범종루는 한참 보수공사 중이었는데 은하사내부는 전반적으로 여기저기 공사중인 모습이어서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보제루의 뒷쪽 난간에서 보면 은하사 대웅전이 바로 보이는데 또 여기서 특이한 점은 보제루의 난간에 머리셋의 거북조각이 있었고 그 거북은 대웅전을 바라 보고 있었다. '삼두귀'라는 이 조각은 머리 셋 달린 거북형상인데 세 개의 머리에는 불법승 삼보, 천지인 삼재의 뜻을 담아 온전한 합일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보제루 난간의 삼두귀



김해 은하사(경남 김해시 삼방동 882번지)는 범어사의 말사로 신어산의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신어(神魚)란? 수로왕릉 정면에 새겨진 두 마리의 물고기인데 인도의 아유타국과 가락국의 상징한단다.

 



전설에 의하면 가락국의 수로왕인 허황후의 오빠이자 인도의 아유타국의 태자인 장유화상이 창건한 절로 원래 이름은 서림사였다한다. 전해오는 이야기나 『삼국유사』 「가락국기」 등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다면 무려 2,000년 전의 일이 된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소실되었는데 1600년대에 중창하였고 현재의 건물은 다포계양식의 맞배집으로 용두와 봉두를 새겨놓아 화려하게 장식하였는데 이들 조각과 구조 수법으로 보아 조선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한단다.

 



장유 화상은 신어산의 영구암과 동림사, 지리산 칠불암까지 창건주로 꼽히는 분이니 신라의 원효나 의상 스님처럼 가야 불교의 시조로 여겨지는 분으로 이 도량에서 그는 그의 고향과 가야국을 위해 수행정진하며 수로왕의 일곱 왕자를 출가케 하여 마침내 칠불로 탄생토록 하였고 스스로도 수행정진에 전념하여 성불을 이루었다고 전한다.

 



은하사의 대웅전과 삼성각, 명부전, 웅진전은 맞배지붕의 다포계로 정면3칸, 측면3칸으로 정면과 측면의 길이가 비슷하여 정사각형 형태를 취하는 점이 특이하다. 정사각형의 형태라 그런지 대웅전에 들어서니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윤기가 반지르하게 흐르는 나무마루는 그 오랜세월이 지났음에도 삐걱대는 소리 하나 없이 단단하고 견고하였다.

 



일반적으로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데 은하사는 목조관세음보살상을 본존불로 모시고 석가모니후불탱 신중탱을 봉안하고 있었다. 중앙의 불단에는 쌍어(雙漁)문양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김해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문양으로 인도 아유타국과의 관계를 전하고 있다한다.

 

대웅전에서 내려다 본 모습



대웅전 앞 마당은 낯익은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고 소담스러우면서도 차분하고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였으나 정갈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선정당



웅진전으로 올라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벙풍처럼 둘러쳐진 신어산의 멋진 바위의 모습이 들어왔다. 단층이 입혀지지 않은 선정당의 건물과 문살 나무의 색과 느낌, 섬세함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웅진전



웅진전에는 불단 중앙에 석가여래, 제화갈라보살, 미륵보살로 구성된 석가삼존상과 석가모니 후불탱을 봉안하고 있다. 웅진전으로 가는 작은 마당에 놓인 징검다리 같은 돌들의 놓임이 정겨웠다.

 

대웅전 옆 삼성각 뒷 편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 쬐고 있는 삼성각 옆에서는 문살고운 문에 낡은 창호지를 뜯어 내고 새창호지를 바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창호지 바르는 모습을 보니 곧 겨울이구나 하는 느낌과 그늘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이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졌다.

 

명부전



삼성각에서 명부전으로 내려가는 계단입구에 작은 동자상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어느 사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중생들의 소망이 하나하나 모여 있는듯한 모습...

 



명부전 뒤로 돌아가니 수십개의 장독들이 각기 맛있는 장들을 가슴안으로 따뜻하게 품고 있었다.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는데 살짝 넘어가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항아리를 담아 봤다. 우리엄마 된장내음과 같은 낯익은 내음이 풍겼다.

 



여기저기 보수공사 중이라 어수선하기는 했으나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아늑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김해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 절마당까지 차가 들어와서 인지 사람들의 발걸음도 많았다. 보수공사가 끝나고 난 뒤 비 오는 봄 아니면 배롱나무 꽃이 붉게 핀 여름이나 꽃무릇의 아련한 그리움을 품어내는 즈음에 가도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