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고창선운사의 불타는 단풍 - 이 보다 더 좋을순 없다

#경린 2012. 11. 11. 19:53

 

 

꽃피는 봄에도, 신록의 여름에도, 붉은 꽃무릇이 필 때도,

눈부신단풍이 빛나는 가을에도, 하얀눈내린 겨울에도,

사시사철 가 보고 싶다고 생각만 가득 했었던 선운사를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알았지요.

왜 그렇게 저를 그 곳으로 가보고 싶게 만들었는지를 말입니다.

 

선운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그 순간부터

온몸을 투과하여 심장으로 파고드는 자연의 색은 감탄사 절로 나옴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가면 도솔천 너머 암벽에 붙어 자라는 송악이 보입니다.

주로 남쪽섬의 바위에 붙어 많이 자라고 소가 잘 먹는다고 하여

남녘에서는 '소밥'이라고 부른는데 고창이 송악의 북쪽한계선이라고 하네요.

 

이 송악은 600년이나 되었고 사시사철 저렇게 푸른색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송악의 아래를 지나가면 머리가 총명해진다고 하네요.

 

 

 

 

노란은행잎은 이미 다 진 상태였고 단풍잎 또한 절반이상이

낙엽되어 떨어진 다음이었지만 남아 있는 그 색만으로도 감동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제가 느낀 그 감동이 그대로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사진실력이 영......

어딜가나 기계의 힘이 대단한 것이야 하고 사진의 위력이 놀라웠는데

처음으로 선운사 도솔천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보다 더한 보배가 없음을 실감하였습니다.

 

 

 

간만에 삼십년지기 친구들과 함께 한 길이었습니다.

지천명을 코 앞에 둔 세여인의 입이 다물어질줄을 몰랐지요.^^

근데 저희들만 표정이 밝은 것이 아니고 저 곳을 찾은 사람들 모두

표정이 밝았습니다. 단풍에 절로 물이 든 것이지요.^^

 

 

 

도솔천을 따라 올라갈수록 단풍의 색은 더 고았습니다.

너무 이뿌지 않은가요.

실제로 느끼는 그 감동은 사진으로도 글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음이었고

선운사로 올라가는 길, 계곡의 풍경은 한 부분 어느것 하나  놓칠부분이 없었습니다.

 

어떻게하면 제가 본 느낌 그대로 잘 담을 수 있을까 나름 쌩쑈(?)를 하며

열심히 담았는데 역시 눈으로 직접 본만 못합니다.

 

 

 

저 다리를 건너가면 어디를 가는지 모르겠으나 이정표에는 도솔길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 길도 가 보고 싶었지만 여행사 일정에 맞추어진 시간이라

우리는 계속 선운사를 향해 위로위로 도솔천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물빛이 유난히 진하였는데 하천 주변에 자생하고 있는

도토리와 상수리, 참나무류의 열매와 떡갈나무 등 낙엽류에 포함되어 있는

탄닌성분이 바닥에 침착되어 물이 검게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며칠만 더 일찍 왔더라면 단풍나무 아치를 보여 주었을 도솔천의 단풍터널

단풍나무잎이 빛을 받아 물속에도 잠겨 있었습니다.

단풍에 물들어 흐르는 물 위로 한시절의 추억과 아련함을 안은 낙엽이 떨어져

뒤 따라올 그리움의 반영과 함께 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지요.

 

 

 

 

선운사의 돌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돌담을 끼고 도는 단풍잎들도 그 색이 참 고았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도 엄청 많았구요.

 

 

도솔천 가장자리...단풍나무 아래 초록이 바로 꽃무릇의 새잎입니다.

꽃이 다 지고 잎이 올라온 것이지요. 저 상태로 아마 겨울을 나는 모양입니다.

도솔천을 따라 양옆으로 꽃무릇의 새파란 잎이 올라와 있었는데

꽃이 피었을 때는 그 모습이 또한 장관이 아니었을까 쉬이 상상이 되더군요.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꽃무릇의 군락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운사 앞의 다리 선운교

단풍의 절정이 조금 지났지만 진사님들이 많았고

많은 사람들 역시 너도나도 현재의 느낌과 추억을 담느라고 정성을 쏟았습니다.

 

 

 

선운사의 현판이 보이네요.

지금부터는 선운사의 경내로 들어가 은은한 가을빛을 즐겨보시지요.^^

 

 

 

아직도 도솔천의 그 가을빛에 취해 있는 관계로 선운사의

사찰 소개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단풍소개만으로도 벅차거든요.^^

 

 

 

선운사는 크고 웅장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단아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고즈늑함까지는 아니지만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하였구요.

여러 글에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라고 하는데

유명한 사찰(거찰)에서 느껴지는 그런느낌(?)보다는

단정하다는 느낌을 더 받았습니다.

 

 

 

 

단풍의 빛도 계곡의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부드러움이 풍기는....^^

 

 

 

대웅전앞에는 두 손을 합장한 분들이 모여 계셨습니다.

역시 우리는 시간에 마추어 구경을 해야했으므로 그 무리속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대웅전의 앞의 배롱나무도 멋있지요. 꽃이 피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건데..참 이뻤을것 같습니다.

 

 

 

은행나무도 잎이 다 떨어지고 노란 열매들만 대롱대롱 매달고 있더니만

대웅전 옆의 모과나무 역시 잎은 다 떨어지고 열매만 대롱대롱.....

열매의 색이 노란절정이 아닌것을 보면 잎이 산속밤의 추운 날씨에

먼저 떨어진듯하였습니다.

 

 

 

대웅전에 서서 바라본 경치인데

은은한 단풍의 색이 또다른 멋과 운치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대웅전 뒷쪽으로 동백나무 군락지를 보니

선운사 동백을 보기 위해 갔다가 일러 보지못했다는

미당서정주님의 시가 절로 생각이 났습니다.

500년 된 노목에서 붉은 꽃 통째로 뚝뚝 떨어지는 기품을 보고 싶다면

4월말에서 5월초가 좋다고 합니다.

고창이 동백나무의 북한계선이라 선운사의 동백은 4월말에 만개 한다고 하네요.

 

 

 

대웅전건물 측면에서 본 모습인데

기둥의 나무결이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인위적으로 깎아낸 것 보다는 역시 그대로의 모습이 좋더군요.^^

 

 

 

역시 대웅전 맞은편의 정경입니다.

추위에 약한 나무들은 이미 벌거숭이가 되어 서 있네요.^^

사람들은 추억을 담느라 분주합니다.

 

 

 

단청의 색도 곱지만

단청을 입히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나무결도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지런한 돌층계도 그렇고....

사람들의 소망을 하나하나 얹은 작은 돌탑들도 그렇고....

 

 

 

일기예보에는 당일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였는데

구름이 조금 있는 흐린 날이긴 하였지만

간간히 햇살이 비추어 주기도 하는 날씨라 여행하기에 좋았습니다.

 

 

 

대웅전에 삼배하고 돌아 나오며 산에서 내려오는 물한모금...

물맛도 좋았습니다.

 

 

 

입구의 기념품 파는 가게의 문을 통과하여 나오니

계곡의 붉은 단풍이 반깁니다.

도솔천은 가을을 안고 쉼없이 흘러 가고 있구요.

우리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따라, 계곡을 따라 무작정 좀 더 올라가 보았습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니 기온차가 커서 그런지 단풍의 색이 더 고았습니다.

그 위로위로 까지 역시 꽃무릇의 초록이도 함께 였구요.

도솔천의 길....가을에 걷기에 좋은길로 강력 추천합니다.

그 길을 걸으며 단풍빛에 물들어 보시기를....

 

 

 

 

환상적이지요.

꽉찬 화려한 절정의 단풍도 환호였겠지만

진 낙엽위로 켜켜이 쌓이는 낙엽, 그 위로 막 떨어지는 낙엽,

내려다 보며 떨어지려하는 잎과 아직은 질 수 없다며 활활 태우고 있는 단풍잎까지

어느정도의 여백을 안고 있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역시 계곡의 단풍잎 색이 붉었습니다.

꽃무릇의 초록은 역시 뽀인트로 단풍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꽃무릇이 피었을때는 저 잎들이 초록으로 꽃을 더 돋보이게 하였겠지요.

 

 

 

산으로 산으로 사람들이 엄청 올라갔습니다.

단풍에 홀려 우리도 꽤나 올라온 듯....시계를 보니..아차..

내려가야 점심을 먹을 수 있을듯......

돌아서는 발걸음이 아쉬움 가득...도솔암까지 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지라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완전 포토존...ㅎ

한사람 앉아서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인 나무여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지요.

올라갈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못 찍고 내려오면서 한 컷...^^

 

 

 

흐린날이라 계곡물에 비친 반영을 담지는 못했지만

간간히 비추어 주는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잎과

그것을 안은 물빛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다리 난간에 서서 계곡 위쪽를 바라보고 서 있자니....

 

가을빛이 곱게 내려앉아

그리움을 안은 것은 물빛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움이 무더기로 내려앉은 제맘에도

그리움이 한켜한켜 쌓이고 쌓였더랬습니다.

 

 

 

내려올 때는 올라온 쪽의 맞은 편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을 택했습니다.

올라올 때와는 또 다른 단풍의 느낌을 만나며 더 올라가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었습니다.

 

 

 

가을빛이 너무 곱고 아름다운곳

여러글에서 또는 사진으로 먼저 접하고 늘 가보고 싶었던 곳

갔다오고나니 새록새록 그 빛들이 새겨져

다시 또 가 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그 빛에 물들어 그리워 할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