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새해 눈 내린 겨울산사에서 . 성주사

#경린 2013. 1. 5. 20:14

 



새해를 맞아 절엘 다녀와야하는데 생각만 가득하다가 눈 온 뒤 때는 요때다하고 길을 나섰다. 맘 잘 맞는 지기랑 팔짱 끼고...ㅎ

 



산사까지 올라가는 길에 눈이 많이 덮여 있거나 길이 얼었으면 어쩔거나 걱정을 하였더만 제설작업을 깨끗히 하여 가뿐히 눈 소복히 쌓인 산사입구 주차장까지 올라갔다.

 



산사로 올가가는 두 개의 길 중 내가 좋아하는 길.....다른사람들이 벌써 많이도 오르락 내리락 한 발자국들 그 발자국들 위에 우리 발자국도 자박자박 찍으며 큰 호주머니에 함께 손 넣고 도란도란 올랐다.

 



오동나무와 참나무의 연리지 자주 이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도 나는 예사로 보았는지 연리지라는 것을 생각못했는데 눈썰미 좋은 지기가 발견하고는 찍어 주었다.^^ 바위 위라는 척박한 환경에 같이 뿌리를 내리고 뿌리에서부터 연리지 되어 위로 쭉쭉 뻗으며 함께하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대견스러웠다.

 



사람들 발길이 많이 가지 않은 쪽의 하얗게 소복히 살가루처럼 곱게 쌓여 있는 눈 길을 보니 그 하얀 눈 위에 하트를 그려보고 싶은.... "나 옛날부터 요런거 해 보고 싶었어요.ㅎㅎㅎ"

 



눈 위를 사뿐사뿐 지나간 동물들의 발자국 노루 발자국, 조건 고양이과 동물의 발자국 저건.......어떤 어떤 동물의 것이고......하며 지기가 가르쳐 주는데 눈 위에 찍힌 동물발자국의 모양새가 정말 신기하게도 다 달랐고 특징들이 있었다.

 



햇살이 곱게 퍼지면서 쌓인 눈들이 녹아 기와의 처마끝에서는 눈의 눈물처럼 똑똑똑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바람이 지나가니 풍경은 청아한 노래를 불렀고 물방울들은 쉼 없이 끊어지지 않고 떨어져 내렸다.

 



특히 위 사진의 건물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낙수는 한폭의 그림이었다. 사진에는 눈으로 본 그대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하얀 눈덮인 산사의 설경에 곡선의 처마와 똑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그리고 딸랑딸랑 풍경소리...... 참으로 운치있는 풍경이었다.

 



절마당에 들어서니..여기도 동심의 세계가...^^ 대웅전 앞마당에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였다. 나도 어렸을 적에 저러고 놀았었는데...ㅎㅎ

 



눈 위를 뒹굴며 눈사람을 만들는 것은 아이들뿐 어른들은 그런 동심을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그리워할 뿐 함께 뛰어 들어 동심으로 돌아가는 이는 없었다. 아이들도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 눈이 많이 왔던 겨울산사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햇살이 문살의 무늬를 나무바닥에 그리며 곱게 퍼져 들어오는 대웅전 늘 주위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을 기원했던 평소와는 달리 한가지 염원만 계속 되뇌이며 절을 했다. 요즘 이래저래 부산스럽고 복잡한 일련의 일들에 대한...

 



햇살 바른 곳이라 그런지 기와지붕의 곡선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흡사 비오는 날의 합주 같았다. 끊어질세라 주룩주룩 주루룩 떨어지는 물방울 통통통 떨어져 만들어진 작은 물웅덩이 물웅덩이 도화지에 그려지는 동그라미 햇살과 어우러지는 바람 바람이 살짝 건드리고 가며 내는 풍경소리

 



겨울을 밀어내는 꽃샘 바람 많이 불던 날 연분홍 처녀의 기다림으로 달려 온 다정한 눈길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좋으리 신록의 대지 위에 함께 한 기쁜 숨결 다홍빛 노을을 바라보는 코스모스의 노래는 두고두고 뒤돌아 보게 될 그리움 찬바람 불어대는 눈발의 하얀들녘 따뜻한 기억으로 떠오를 한 호주머니속의 온기 다시 달력은 넘어가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 내려오면서 전에 없던 강추위가 몰아치고 남녘에 때아닌 폭설이 퍼부었다. 추위를 많이 타 겨울여행과는 친하지 않은데 그 덕분에 눈 덮인 풍경도 보고, 뽀드득 뽀드득 걸어도 보고, 앞 서 간 발자국 되 밟으며 따라 가기도 하고, 하얀 눈 위에 하트도 그려봤다.ㅋㅋ